개인적으로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림책이라면 통상, 어린아이들이 읽는 장르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엔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많다.
이 책은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라는 통념을 깨고 다양한 예술가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무대로 본다. 더불어 어린이에게 적합한 그림책에 대한 성찰과 분별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익히 가지고 있는 그림책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준다.
'세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유아들은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라는 저자의 말에 부합한 그림책으로 《창 너머》를 소개한다. 표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글은 익히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시사적이며 동시에 제목 속 내용을 짐작게 한다. 2층 거실에서 볼 수 있는 길이 유일한 세상인 제이콥은 창문을 통해 그 크기만큼 속 세상을 구경한다. 책 속 제이콥이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처럼 사각의 그림책 또한 아이들에게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다.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으로 책만 한 것이 없다는 점이 그림책 이하 모든 책의 크나큰 장점이다.
그림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종이를 가득 채우는 그림과 적은 글자이다. 저자는 세계 최초의 그림책으로 《세계도해》를 소개한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그림책으로 '근대 교육학의 선구자', '감각 교육의 선구자', '시청각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근대 교육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요하네스 아모스 코메니우스가 저자이다. 어린이를 위한 이 책은 감각교육과 언어교육 이론을 바탕으로 150개의 주제에 대해 백과사전식 지식을 전달한다고 한다. 서문에는 "이 책은 세계의 사물과 인생의 활동에 대한 기초를 그림으로 표시하고 이름 지은 것입니다."라고 그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단다.
- 그림책의 기술적 정의는 '도서의 형태를 갖춘 복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P 26
- 결론적으로, 예술의 본질은 《누구나 눈다》와 《손이 나왔네》와 같은 매우 단순한 영아 그림책에도 스며들어 있다. 그림책은 그냥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다. 그림책은 엄청나게 다양한 역할을 한다. P 30
- '그림책의 세계관 읽기'는 직관적이거나 감각적 읽기가 주지 못하는 많은 유익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의 삶에 은밀히 스며들어 우리의 생각과 생활방식의 일부가 된 세계관을 확인하게 해 준다. 그 세계관은 우리의 문화 속에 숨어 있는 까닭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놀랍게도 그림책은 어떤 매체보다도 그러한 세계관을 전파하는 매우 호소력 있는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만일 우리가 그림책을 읽으며 우리를 이끌어가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이야기를 이루는 신념 체계를 끄집어내어 성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온전하고 풍성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그림책 연구자라면 '행동하는 예술'로서 그림책을 다룰 수 있는 풍부한 지적 자원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P 31
- 현대의 그림책을 단순히 교훈을 찾기 위해 읽게 되면, 내용의 표면 의미만 이해하는데 머물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테스트의 표면 의미를 이해하는데 머무르거나 만족하지 않고, 심층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작품이 투영하는 세계관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P 95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 중 아쉽게도 내가 읽어본 건 한 권도 없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그림책에 대한 가벼움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림책에 대한 문학적 소양을 끌어올릴 수 있어 좋았다. 기회가 된다면 소개된 그림책을 하나씩 읽어보면서 그때 다시 이 책도 읽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