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인의 화가와 그림,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했다. 내게 익숙한 화가를 꼽으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그리고 루벤스,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정도이다. 클림트의 그림, 키스를 좋아하며, 미술 관련 책 속 주인공에 자주 등장하는 고흐, 그리고 세계를 대표하는 화가인 다빈치, 미켈란젤로, 루벤스는 늘 나를 혼동케 하는 인물들이다.
화가의 특출난 재능은 단지 그림과 조각이 아님을 책 속 다양한 화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소개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당신에게 도전이란 무엇인가요?'란 질문을 던진다. 다빈치를 대표하는 '모나리자'는 도난 사건으로 신문 1면에 대서특필 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모나리자 미소는 살아 있는 인간을 그림 속에 불어넣고 싶은 다빈치의 욕망이 담겨있다. 이후 인간은 새롭게 표현되기 시작했고, 인간을 향한 다빈치의 도전 또한 계속되었다.
<다빈치 노트>는 총 7,200페이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 다빈치의 인간 세계를 향한 도전이라 볼 수 있는데 실로 그의 천재성이 고스란히 녹여있는 노트이다.
'완벽에 대한 열망을 담은 미켈란젤로의 데뷔작'인 피에타는 그가 겨우 스물넷에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신의 시선'에서 본 <피에타> 시뮬레이션을 보니 인간의 시선이 아닌 신을 위해 만들었다는 미켈란젤로의 비범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 조각이 회화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바로 시점에 따라 형태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할 때 그것까지 일일이 계산했다. p 57
미켈란젤로하면 떠오르는 조각은 또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다비드'이다. 골리앗과 전투를 시작하기 직전의 모습으로 '투지에 불타 상대를 강하게 노려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당시 주변이 다 적으로 둘러싸여 있던 도시국가 피렌체의 상황에서 다비드 조작이 갖는 의미는 특별했다. 그 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또한 그의 걸작으로 그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까 싶다.
미켈란젤로가 우리에겐 건넨 말은 "당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요?"다. 나는 도리어 미켈란젤로에게 되묻고 싶다.
'절제가 미덕이던 시대 현실과 풍자, 그리고 교훈'을 그림에 담은 화가 피터르 브뤼헐은 네덜란드 태생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 구도가 특징으로 백과사전처럼 밀도 있는 그림이 독특하다.
내게 있어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만큼 익숙한 페테르 파울 루벤스를 저자는 융합의 마에스트로라고 칭한다. 루벤스는 북부 유럽의 핵심 지역인 벨기에의 플랑드르에서 태어났으나 이탈리아 스타일의 웅장하고 이상적인 화풍까지 담아 이탈리아와 북부 유럽의 그림을 융합시켰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의 융합에도 탁월했던 루벤스는 남긴 작품 수가 1,400점에 달하는 데 대규모 공방을 운영한 덕분이라고 한다. 루벤스 작품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루벤스가 100% 완성한 작품과 동료 작가와 협업해 완성한 작품, 그리고 루벤스가 밑그림을 그리고 제자들이 채색을 한 후 마지막에 다시 루벤스가 톤을 마무리한 그림이다. 한때 이슈가 된 어느 한 가수 겸 화가의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당시에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신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문 이야기의 융합도 루벤스의 다른 능력으로 조화로웠던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신화를 통해 아름답게 그려 냈다고 한다.
그 외 다양한 화가와 그들의 그림에 대한 해석은 물론 화가들이 살았던 시대상까지 두루 섭렵하며 알뜰히 독자를 챙기는 도서다. 작품을 감상함에 어느 정도 배경지식은 필요하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무턱대고 보는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매우 한정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내게 갖는 의미는 컸다. 이유는 화가와 작품에 대한 정교한 설명과 높은 수준의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접근성이 쉽지 않았던 서양 미술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아주 많이 친숙해질 수 있어 만족스럽다. 책 속 곳곳에는 작품과 관련된 음악도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한 곡씩 찾아 감상할 예정이다.
소장 가치 200%인 도서이니 무조건 구매하길 강추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