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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비교적 짧은 분량의 소설이라 빨리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받곤 처음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짧은 분량이 주는 이점 중 가장 큰 건 기억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물론 예상 밖의 결말이 다소 당혹스러워서 두 번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곧 영화로 개봉 예정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말 없는 소녀'란 제목이 붙여졌다. 책을 읽은 이라면 이 영화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 것이다.
읽기 전 작가에 대한 극찬이 무성해 기대가 컸다.
간결한 문체와 간결한 상황 설정이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배경은 1980년 대 아일랜드 시골이다. 주인공 소녀는 엄마가 다섯째 동생을 임신해 잠깐 먼 친척 집에 맡겨지게 된다.
애정 없는 아빠의 차를 타고 킨셀라 부부의 집에 도착한 소녀. 킨셀라 부부는 어색해 하는 그녀를 다정다감하게 맞이해 준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집으로 돌아간 아빠는 소녀의 짐을 내려주는 걸 깜박한다. 새로운 곳에서의 첫날밤 소녀는 목욕을 한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준 낡은 옷을 입는다. 옷이 제법 크다.
우물에 가자는 아주머니의 제안에 소녀는 둘만의 비밀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이 집에 비밀은 없다고 답한다. 비밀이 있는 곳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라며 부끄러운 일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말한다. 우물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소녀는 이렇게 표현한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라고. 애정이 없는 아빠를 소녀는 금세 잊는 듯하다.
어느 날 소녀는 밀드러드 아주머니 집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때 소녀는 킨셀라 부부에게 남자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p 73
시간은 흘려 드디어 아빠가 소녀를 데리러 온다. 아빠는 소녀가 잠깐 아팠다는 걸 알고는 이렇게 말한다.
"제대로 돌보질 못하시는군요? 본인도 아시잖아요."라고. 이런 아빠의 태도가 밉살스럽다.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소녀는 잠시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진 동안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 킨셀라 부부와의 마지막은 너무 아쉬운 장면이었고 마지막에 아빠를 부르며 경고하는 소녀가 의미심장하다.
곧 개봉을 앞둔 '말없는 소녀'의 원작인 '맡겨진 소녀'를 읽고 나니 더욱 영화가 궁금해졌다. 영화는 결말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저자는 결말은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