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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6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저지 페리 엮음, 신인수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5월
평점 :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를 처음으로 읽어 보았다. 초등시절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돈 키호테를 본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쁜 악당 일행과 기사 돈 키호테의 이야기는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강했고 더불어 선과 악의 당연한 결말로 늘 에피소드가 끝났다. 설마 애니메이션 속 얼토당토않은 돈 키호테의 모습이 진짜 책 속 이야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진짜였다.
'라 만차의 돈 키호테'는 자칭 방랑 기사이다. 그가 자칭 방랑 기사가 된 사연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돌았다는 이야기처럼 모험 소설 속 기사들의 책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완전히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어느 마을인 라 만차에 거주하는 그는 가정부와 스무 살이 안 된 조카딸, 그리고 밭일과 집안일을 거드는 사내아이를 둔 시골 귀족이다.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면서까지 기사들의 업적과 모험을 그린 책들을 사들인 그는 너무 심취한 나머지 온종일 책 읽기에만 몰두한 결과 책 속 내용을 현실이라고 착각하며 굳게 믿게 된다. 분별력을 잃은 그는 미치광이 이상의 기이한 충동에 휩싸여 스스로 방랑 기사가 되어 무장을 한 후 말을 타고 모험을 찾아 이 세상을 돌아다니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한 준비 과정 또한 우스꽝스럽다. 특히나 뼈와 가죽만 남은 말이 안타까웠는데 돈 키호테는 그에게 로시난테란 멋진 이름을 새로 지어준다. 7월의 어느 날 그는 몰래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장을 한 채 로시난테를 타고 모험을 시작한다. 각각의 모험은 진정 현실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돈 키호테의 상상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억지스러움이 없는 플롯이 감탄스러웠고 등장인물들이 정상이 아닌 돈 키호테에게 맞춰주는 장면 또한 공감적이면서도 재미있었다.
- 내 요구에서 중요한 핵심은 그분을 보지 않고 믿으라는 것이다. P 40
- "산초야, 방랑 기사의 삶에도 좋은 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계다. 방랑 기사의 길을 가는 자라면 이 세상에서 이렇게 존경과 환대 받는 자리에 이르는 날도 있다는 걸 말이다. 내 옆에 앉아서 여기 선량한 분들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너도 자리에 앉거라. 그리고 그대의 주인이자 타고난 주군인 나와 함께 하나가 되어라. 내가 먹은 음식을 먹고 내가 마신 똑같은 컵으로 마셔라. 사랑을 가리켜 하는 말들처럼, 방랑 기사도 똑같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든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P 74
- 산초는 더는 입씨름을 벌이지 않고 주막인지 성인지 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P 86
- 약한 자를 돕고, 잘못한 이에게 복수하고, 배신자를 벌하는 게 내 일임을 알아주십시요. P 96
- "산초야, 내 생각에 속담 중 진실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는 것 같구나. 속담치고 경험에서 생겨나지 않은 문장은 없는 법이지. 경험은 모든 과학의 보편적인 어머니이고. P 128~9
자칭 방랑 기사인 돈 키호테를 따라 함께 모험을 떠난 산초는 정직하지만 배움이 짧은이다. 그런 그가 돈 키호테와의 모험을 통해 점점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또한 고전이 그렇듯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명언이 많았다.
돈 키호테에 쏟아지는 찬사는 대단하다. 그러나 나 스스로가 그것을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생각보다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내용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어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