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그토록 넓은 집을 원했던 건 바로 남편에게 넓은 서재를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저자는 1974년에 그 소망하던 바를 이뤘다. 남편에게 서재를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저자가 그토록 서재에 집착한 이유는 남편의 직업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원하는 집을 얻기까지 16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64년을 함께 산 기간을 생각하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세월이기도 하다. 물론 짧은 기간도 아니다. 나는 결혼한 지 햇수로 23년인데 5번의 이사를 끝으로 내 집을 장만하여 안착했다. 이사란 것이 여간 귀찮은 것도 있고 자가에 대한 바람이 크지 않아서 다소 늦게 집을 장만했다. 앞으론 이사 갈 일이 없을 테니 그게 가장 좋을 뿐이다.
집을 매개로 저자의 삶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 능동적이지 못한 성격이기에 저자의 주택 연대기 속 능동적인 집 꾸미기가 신기하기도 했고 결혼생활 속에서 거쳐간 집들에 얽힌 추억담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다시금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에 머문 저자를 생각하니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에세이는 술술 잘 읽힐 만큼 재미있었다.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강추한다. 보다 많은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