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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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한국인은 유독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며 유교의 영향을 크게 받아 현재까지 그 명맥이 유지되어 오는 것들이 아주 많다. 이 책은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로 세월의 흐름 순으로 살았던 주택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며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 바탕엔 집이라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꼭 필요로 한다. 물론 기타 다른 요소도 필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환경적 요소는 집이다. 

1933년생의 저자는 유교문화에 친숙하며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랐기에 책 속에서도 쉬이 그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친척과의 교류도 거의 없는 데다 성향이 개인주의적이다 보니 대가족 중심의 유교문화에 대한 이점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부부가 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족이 생기며 그들이 나누는 우애를 읽다 보니 참 부러웠다.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인격과 교양이 갖추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나서 내가 가장 기뻤던 때는

그에게 원하는 서재를 만들어주던 때였다.

이어령 씨는 내게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은 그런 남편이었다.

저자가 그토록 넓은 집을 원했던 건 바로 남편에게 넓은 서재를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저자는 1974년에 그 소망하던 바를 이뤘다. 남편에게 서재를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저자가 그토록 서재에 집착한 이유는 남편의 직업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원하는 집을 얻기까지 16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64년을 함께 산 기간을 생각하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세월이기도 하다. 물론 짧은 기간도 아니다. 나는 결혼한 지 햇수로 23년인데 5번의 이사를 끝으로 내 집을 장만하여 안착했다. 이사란 것이 여간 귀찮은 것도 있고 자가에 대한 바람이 크지 않아서 다소 늦게 집을 장만했다. 앞으론 이사 갈 일이 없을 테니 그게 가장 좋을 뿐이다. 

집을 매개로 저자의 삶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 능동적이지 못한 성격이기에 저자의 주택 연대기 속 능동적인 집 꾸미기가 신기하기도 했고 결혼생활 속에서 거쳐간 집들에 얽힌 추억담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다시금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에 머문 저자를 생각하니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에세이는 술술 잘 읽힐 만큼 재미있었다.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강추한다. 보다 많은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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