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고 있는 글과 시보단 처음 접하는 글과 시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글을 너무 좋아서 일부가 아닌 전체 글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 글은 바로 이희승의 '묘한 존재'인데 주제가 사람이다. 진정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적 나란하게 잘 표현한 글이 재미있으면서도 공감적이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글로 나 역시나 이 글을 읽으며 지란지교를 꿈꾸기도 했다. 지금은 현실에선 실현되긴 힘든 관계란 생각에 나 자신을 가장 이상적인 친구라 생각하며 한 명 더 꼽자면 신랑인데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아직은 시기 상조인 것 같다. 혹여나 아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약간 기대하며 시도를 해 보니 역시 아들은 뇌구조가 다르다는 말이 맞는다는 것만 인정할 수 있었다.
필기구를 좋아하다 보니 색색의 펜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가는 펜을 선호해서 거의가 0.3 정도로 얇은 펜들이 대부분이다. 이 필사집은 만년필로 필사를 했는데 몇 년 만에 꺼내어 쓴 만년필이다 보니 더 재미있게 필사를 할 수 있었다. 필사를 하는 순간엔 온전히 필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시간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원래 가만히 앉아 독서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필사도 독서의 연장선이라서 참 재미있었다. 짧은 시와 짧은 글, 때로는 긴 시와 긴 글들이 알맞게 섞여 있다. 나의 컨디션과 기분에 맞춰 시와 글을 선택해서 필사를 했다. 필사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와 글은 사라지기도 했으나 그건 잠시였다. 내가 쓴 필사를 감상하는 동시에 시와 글을 다시 읽으며 가만히 사색에 잠겨보기도 했다. 글이 주는 감동과 지혜는 늘 감사하다.
사색을 좋아하는 이라면 분명히 책 역시나 만족스러울 것이다. '햇빛을 받은 꽃처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 모음' 필사 집으로 이 필사집을 통해 행복한 순간을 맛보길 강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