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의 노학자들과 한 분씩 산책을 하며 인터뷰한 모음집이다. 내가 아는 노학자는 문학평론가 이어령뿐이다. 사실 그분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산책하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산책은 그저 산책으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뭔가 깨달음을 얻어도 이내 잊는 나 자신이 익숙하니 깨달음을 얻으나 마나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천문학자 이시우, 의철학자 강신익, 뇌과학자 조장희, 칸트철학자 백종현, 경영과학자 윤석철과 문학평론가 이어령 6인의 노학자들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실로 귀하게 다가왔다.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저 알려주는 지혜와 깨달음 또한 나 스스로가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거쳐야 내 것이 된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만 맴도는 이유는 그저 눈으로 읽는 게 다였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 서인 듯하다.
누구나 세상의 중심은 '나'이다. 내가 죽으면 세상도 끝난다. 물론 세상은 나 하나쯤 없어져도 여전히 잘 돌아간다. 이러한 사실을 떠올리면 굳이 나 자신이 세상에 동화되어 살 필요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인간적으로 살아야 할 의무는 있어 보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이왕이면 단순하게, 즐겁게 살고 싶지마는 순전히 희망 사항이다. 가족이 없고 나 혼자라면 가능할 수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자기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고, 지금의 삶을 인정할 용기'라고 인터뷰어는 말한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며 삶의 지혜와 깨달음에 천천히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은 제공한다. 심오하면서도 새로운 내용이 많아 흥미로웠고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음미해야 할 귀중한 도서이다. 개인적으로 백종현 칸트철학자와 이시우 천문학자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인간, 그 존재 가치와 삶의 여정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만족스러운 도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