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와인의 본질은 술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와인도 술의 한 종류니깐. 그럼 술인 와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는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지닌 와인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가 드러난다.
과거의 소믈리에는 왕족이나 귀족들을 위해 일했던 일종의 공무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 직업적 의미로는 '레스토랑 혹은 바에서 와인을 비롯한 음료를 관리하며 판매를 책임지는 역할'이라고 하니 기득권층을 위해 일해 온 직업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 역할이 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소믈리에의 역할은 이러하다.
- 시대가 변하고 발전할수록 소믈리에의 역할도 점점 더 세밀해지고 있다. 대중의 와인 지식수준이 높아진 만큼 그에 맞는 와인을 좀 더 정확하게 추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뜨겁게 마시지 말고 냉정하게 마시는 것'이다. 내 입맛의 열정을 차갑게 하고 상대방의 입맛을 위해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믈리에는 와인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삶의 경험을 공유하는 직업이다. p 22
기존 와인 상식을 알려주는 도서와는 달리 일반인의 입장에서 오해하고 있거나 꼭 알아야 할 와인에 대한 상식을 담고 있는 도서이다. 평소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우아하게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와인에 대한 호감으로 선택한 도서인데 생각보다 내용에 대한 만족스러움이 커졌다.
- 와인의 주연은 역시 양조용 포도로 설명된다. "과육에 비해 껍질의 비중이 크고 당도와 산도 모두 식용 포도보다 높다."라고 와인을 소개한 수많은 책에 쓰여 있지만, 먹어 봐야 이해할 텐데, 말처럼 쉽지 않다. 프랑스로 건너가서야 양조용 포도를 만날 수 있었으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p 26
저자의 아래와 같은 발언에 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독자는 마음이 포근해졌다. 그리고 용기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 와인은 전문 지식 없이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다. 단지 무언가를 자꾸 이야기하고 싶게 만들기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될 텐데 주변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으니 뭐라도 알아야 잘난 척할 수 있는 술이기도 하다. p 38
하지만 뒤로 갈수록 와인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복잡함에 포근했던 마음은 밀려나고 대신 어렵다는 느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그러함에도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밑바닥부터 하나씩 차근히 경험을 함께 쌓아 나가면 어렵게 느껴지던 와인도 차츰 친숙해지리라 기대한다.
다른 주류와는 달리 와인을 알기 위해서는 그 고유한 특성에 대해 필히 인지해야 할 것들이 몇 있다. '수확'이라는 뜻을 가진 고대 라틴어에서 유래한 빈티지, 포도밭이 자리한 곳을 둘러싼 모든 자연환경을 의미하는 떼루아, 내추럴 와인 등 와인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저자는 본질적으로 접근하며 독자를 이해시키려 애쓴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 즉 페어링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음식과 같이 씹을 때 풍미를 배가해 주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와인 구매 시에 어느 정도 참조하는 부분이다.
와인 마개인 코르크, 잔 돌리기, 숙성이 아닌 점차 산화하는 술, 디캔팅, 와인에서 드라이라는 개념 등 와인은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자가 알려주는 와인 이야기는 매우 유익했다. 와인의 매력이 궁금한 분들에게 강추한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