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컬러 사진으로 만나는 심해와 위성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여전히 인간의 접근이 쉽지 않은 심해는 그에 대한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심해 만큼 접근이 어려운 태양계다. 이에 심해와 태양계에 대한 인간의 탐사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니 차츰 그 신비도 하나씩 벗겨질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행성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인 저자의 심해 탐사에 얽힌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 불확실성과 기대감이 짝을 이룬 채 나는 이 몸을 극한 환경으로 데려다줄 기계, 러시아제 잠수정 미르로 관심을 돌렸다. p 13
작디작은 잠수정 안에서 만난 무한히 확정된 바다인 심해는 저자의 안전지대를 한참 벗어난 곳으로 좁디좁은 그곳에서 생사의 안전에 대한 염려는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쨌든 '심해 환경이 유로파 바다의 조건과 유사할 가능성'을 헤아려볼 목적으로 심해 탐사에 나선 저자가 살짝 부럽기도 했다.
-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대체로 물이 있는 곳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p 25
아직 공식적으로 외계인에 대한 발견(?)은 없다. 외계행성에 바다가 있다면 생명체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골디락스 요건에 부합하는 외계행성을 좇아간다. 지구 밖 거주 가능한 세계를 위한 최종적인 골디락스 시나리오를 창조하며 그 후보로 유로파와 엔셀라두스, 그리고 타이탄을 지목한다.
- 세 위성이 이 새로운 골디락스 기준에 들어맞는 최고의 후보로 떠올랐다. 유로파와 엔셀라두스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생명을 탄생시키고 동력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물, 원소, 에너지가 적절히 조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타이탄은 얼음이 아닌 암석으로 된 해저가 존재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클지 모르지만, 생명체를 발견할 전망의 측면에서는 간과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탄소와 흥미로운 유기화학으로 가득하다. p 74
사물을 실제로 만지지 않고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아내는 분광학은 천문학에선 필수 기술이다. 분광계가 장착된 망원경은 행성과 위성의 물질 조성을 밝히는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는데 이 도구에 대한 개발 스토리가 매우 흥미롭다. 유로파의 표면을 알아가는 과정의 핵심인 분광학을 통해 유로파 같은 천체의 표면에서 얼음 형태의 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얼음과 물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분광학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며 평소 궁금했던 사항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소 복잡한 물리적 설명도 있는데 이 부분은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냥 넘어갔다.
탐사 우주선의 역사와 그 업적을 알아가는 시간도 흥미롭고 유익했다. 일반인의 입장에선 탐사 우주선의 아주 기본적인 부분마저 알 길이 없다. 이에 탐사선에게도 베이비시터가 필요하며 그 역할과 수행이 어떤 과정을 걸쳐 이뤄지는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우주보다 어쩌면 심해 탐사가 더 힘들다고 피력한다. 우주와 심해 탐사에 필요한 요소들의 비교를 통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사진과 자료를 통해 우주의 바다를 향해 가는 항해의 시간이 무척 즐겁다. 일부 전문가들만의 세계란 인식이 강했는데 그들과 함께 우주를 넘나들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의미 깊게 다가왔다. 우주와 심해 탐사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지구의 심해를 통해 우주 심해 탐사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고대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을 가진 분들에게 강추한다! 그리고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은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