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론과 대화하기 - 정의론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8가지 질문, 2022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목광수 지음 / 텍스트CUBE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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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롤즈의 '정의론'은 학창 시절부터 참 익숙하게 들어왔던 책인데,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목광수 교수님의 '정의론과 대화하기'를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부제 '정의론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8가지 질문'처럼 우리 사회의 교육, 차등 원칙, 기후변화, 이상론과 비이상론, 주거 정책, 가족 정책, 자존감, 인간관과 사회관을 책 안에서 다루고 있다. 이 중 요즘 가장 대두되고 있는 이슈인 교육, 기본소득, 기후변화, 주거정책, 가족 정책,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장 교육: 민주주의적 평등을 실현하는가?

p.58
롤즈에 따르면, "능력을 갈고닦게 하는 우리의 우수한 특성이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 역시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은 대부분 자신의 공로라고 주장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운 좋은 가정과 사회적 여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p.67
롤즈는 공정한 기회균등이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우연성에 의해 산출되는 이익의 차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식, 즉 차등 원칙에 의한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적 평등이다.

노력으로 인해 얻어 낸 결과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린 시절의 운 좋은 가정 환경 덕분이라는 롤즈의 말에 나를 되돌아 보았다. 그렇기에 그의 차등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

2장 차등 원칙: 기본소득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p.117
이러한 사회적 최소치가 보장될 때 사회 구성원은 사회적 기여를 하는 다양한 활동, 예를 들면 취미 활동이나 예술 활동, 사회봉사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자존감을 고양하고 사회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러한 최소치가 보장될 때, 우리 사회가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3장 기후변화" 세대 간 정의는 이루어지고 있는가?

p.150
롤즈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는 현세대가 누릴 큰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정의에 해당한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역시, 환경을 개발하는데 앞장섰던 현세대의 문제라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 역시 부정의에 해당된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5장 주거 정책-재산소유 민주주의는 어떻게 주거의 통제력을 가지는가?

P.235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주거의 통제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POD의 주거 정책은 사용 가치를 강조하고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정부가 제시하는 주거 정책에 두 가지 가치가 혼재되어 있고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을 때, 사회 구성원은 정책의 방향성을 의심하고 주거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집'을 교환 가치가 아닌 사용가치에 중점을 두고 정책이 개선될 때, 지금의 집값 폭등이 조금은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6장 가족 정책-양육자와 아이의 관계는 정의로운가?

p.267
둘째, 가족의 역할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양육자는 아이가 미래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훈육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내가 엄마여서 그런지 이 부분이 무척 인상깊었다. 아이가 훈육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7장 자존감-자존감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p.308
사회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과 자유 및 권리가 보장되어 일터에서의 민주주의가 확립된 사회에서는 갑질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친밀감을 공유하는 결사체들이 자유롭게 형성된다면 사회 구성원의 자존감은 고양될 것이다.

존 롤즈의 '정의론'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해석하는 목광수 교수님의 관점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우리 사회의 '정의'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 많은 궁금증을 해결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펼쳐질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의론과대화하기 #목광수 #텍스트큐브 #텍큐단 #텍스트큐브서평단 #존롤즈 #정의론 #교육 #차등원칙 #기후변화 #주거정책 #가족정책 #기본소득 #자존감

* 이 책은 텍스트큐브 서평단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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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진심입니다 - 글을 잘 쓰기 위해 글을 쓰진 않습니다만
유미 지음 / 치읓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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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4월, 도서관에서 진행된 '에세이를 부탁해' 수업에 참여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글로 써보고 그 두 편을 '쓰지 않으면 몰랐을 마음'으로 묶어서 낸 것이다. 글쓰기는 막연하게 나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읽는 경험은 참 즐거웠다.


그런 나에게 유미 작가님의 '글쓰기에 진심입니다'는 제목부터 마음 깊이 다가왔다. 임용고사에 떨어지고 불합격 소식을 아빠에게 전하던 갈비탕집에서의 눈물이 글을 쓰며 다시 나를 아프게 했지만, 글을 쓰는 동안 그때의 나를 조금은 위로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유미 작가님 역시, 평탄한 삶을 살아오며 최선을 다해 살아오던 날 속에 '난임'이라는 일을 겪으며 그 아픔을 글쓰기로 위안받으셨다는 고백이 담담한 말투로 전해진다.


p.34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왜곡될 수 있다. 게다가 분수에 맞지 않게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보완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경험을 열심히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정확히 기억하고 싶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기록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지, 멋들어진 장비가 아니다.

p.49

우리 모두 징검다리일 뿐이니, 하는 데까지만 후회 없이 하라고 격려했다.

(...)깨끗하고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힘껏 던지듯, 펜을 들어 솔직하게 썼다. 징검다리가 끊기지 않도록 쓴 내 몫의 글이었다.

p.100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공부하는 문화를 강조했다. 사람의 지적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향상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즉 '성장 마인드 셋'을 강조하였고, 이를 실천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였다. 또, 공감 능력을 갖춘 리더를 중용하였고, 직원 개개인이 포용력과 다양성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성과 지표에 넣도록 하였다. 사티아 나델라 회장이 중용했던 직원들처럼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과 실천이 바로 커뮤니티 리더십이다

p.145

책에서 읽은 문장이 내 온몸을 돌아 내 온몸을 돌아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느리게 내 안에 쌓인다. 그 과정이 지난하게 반복될 때 나만의 색과 향기가 만들어진다. 알고리즘이 나를 이해한 것인지, 알고리즘에 따라 내가 변해가는지 모를 거짓 취향이 아니라 진짜 '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 책을 읽으며 내 안에 안전지대가 생겼으니 앞으로 마주할 파도 구까이꺼 뭐 대~충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p.156

여러 빛깔의 희로애락 중 따스한 촛불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을 길어 올려 감사일기를 썼다. 그 고운 감정을 뜰채로 조심스럽게 떠 나만의 언어로 기록했다. 돌아보니 이는 나를 스쳐간 작지만 감사한 순간을 채집하는 연습인 동시에 짧은 글쓰기 훈련이었다.

p.191

나의 의지를 믿기보단 환경과 상황을 바꾸고 실천을 도울 장치를 마련한 덕분이었을지도. 게으른 내가 이만큼 해냈으니 누구라도 가능할 것이다.


새해 들어 새벽 시간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눈이 떠지지 않았다. 급히 바꾸려고 했던 내 욕심이 컸다는 걸, 책을 보며 깨달았다. 생산의 시간인 '새벽' 시간과 좀더 친해지고 싶다. 감사일기도 짧은 글쓰기 훈련이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삶에 진심인 방법을, 이 책에서는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이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내가 되어야겠다.


#글쓰기에진심입니다 #유미작가 #치읓 #내꿈소생카페 #내꿈소생서평단


* 내꿈소생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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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 - 내 마음의 빛을 찾아주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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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환 작가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은 작가님 마음 속 빛을 밝혀준 문장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p.109


남편이 화가인데 아내가 미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 가정생활은 다소 절름발이 격이 되지않을까.(...) 자기가 전공한 것이 미술이 아니라도 미술가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 미술에 대한 기본 공부를 해보는 것이 남편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기도 하려니와 자기 자신의 정신생활 또한 그만큼 폭넓게 하는 길이 될 거다. 


<월하의 마음>, 김향안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고서는 싸울 일도 많아지고, 갈등이 곳곳에서 있었는데 이 문장을 보며 나의 마음도 바다처럼 넓어졌다.


 


p.155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 라는 말에는 "그리고 나도 행복하고 싶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행복의 주체는 오로지 너인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나인 것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되는 거지요.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 소설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시대'가 언급되어 정말 반가웠다. '우리'의 행복을 잊지 말아야겠다.


 


p.173


요컨대, 인간관계에서 꼭 마음에 새겨둬야 할 원칙이 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꼭 진실이고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양창순


 


살아가면서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막상 내가 손해보거나 화가 나면 이 구절을 자꾸 잊는다는게 문제지만, 그럼에도 꼭 기억해두어야 할 문장이다.


 


p.182


니체는 결국 불안정한 철학자의 길을 택했죠. 자기 자신과 세상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니체에게 이런 스토리가 있었는지 처음 알았다. 안정적인 교수직을 버리고 불안정한 철학자의 길을 택했다니.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아마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니체는 위대한 철학자로 남게 되었다.


 


p.190


저는 이 글을 보고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이 고립이 아니라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외로움'이란 감정은 부정적인 면이 더 많지 않았나 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히려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p.200


괜찮니?


내 잘못이 아니야.


조금 늦어도 괜찮아.


수고했어, 오늘도.


이미 넌 충분해.


 


이 모든 말들은


나 자신에게 먼저 해줬어야 했다.


<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참 멋진 말. 너에게 해주었던 말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p.290


 


'나'를 '도'로 바꿔 보세요. 세상이 달라집니다. (...) 장난도 잘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귀엽게 보일 것입니다. 컴퓨터 게임도 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다른 얼굴로 보일 것입니다. 


<천년을 만드는 엄마>, 이어령


 


엄마여서 그런지 이 부분이 굉장히 와닿았다. 장난이'나' 하고, 게임이'나' 하고 보다는 장난'도' 하고 게임'도' 하고로 바꾸었더니 훨씬 나았다. 쉽지 않겠지만 적용해보고 싶다. 


 


이 책 속에 인용된 수많은 작품들의 목록도 책 뒷편에 수록되어 있다. 새해에는 저 목록에 있는 책들과 함께 해도 행복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나오는 말'이 딱 내가 여러분들께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 가져와봤다.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작가의 문장과 예술 작품을 접하고, 자기 삶을 긍정하는 따뜻한 온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따스함을 주변에 나누는 용기를 발휘해 보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딱 좋은 요즘, 괜한 공허감에 쓸쓸한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당신의 가슴이 온기로 가득찰 것이다. 


#당신이내이름을불러준순간 #전승환 #책추천 #다산초당 #나에게고맙다 #내가원하는것을나도모를때 


*다산북스 서평단으로 책을 만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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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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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스노볼을 여기저기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얀 눈이 내리는 아름다운 '스노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겉에서 볼 때는 한없이 평화로워보이는 스노볼 속 세상. 실제로 그런 곳이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하지만 스노볼 바깥은 이와 반대되는 춥고 힘든 곳이다.

영화 '트루먼쇼'가 떠오르기도 하다. 즉, '스노볼' 속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액터들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그들은 보지 못하고 바깥 세상 사람들은 tv 속 그들의 삶에 울고 웃는다. 언뜻 보면 이본 그룹의 지원 아래 평화롭게 모든 것이 굴러가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추악한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재벌, 미디어, 계급......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화두와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 '스노볼' 세계에도 일어나고 있다.

눈이 유독 많이 등장하고 계급 의식에 있어서 영화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책은 17세 소녀들의 용기와 연대가 더 돋보인다. 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나를 향한 금기와 한계를 깨기 위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어 가는 것. 그게 세상을 바꾸는 일의 본질이야."

"생방송에 비친 악인의 모습은 결연하고 고귀했으며 악인을 처단하러 간 네 명의 소녀들은 파괴적이고 악랄해 보였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미디어는 사실을 보여줄 때조차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각자 인생의 액터이자 디렉터가 되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자신의 삶에 펼쳐질 드라마를 기대하며 잠들고,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디렉팅하며 살아가는 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조여수의 편지 속 한 구절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너의 이름이 궁금해.

넌 네 이름을 잃지 마.

너로 살아가는 일을 함부로 포기하지 마.

-세상의 마지막 고해리가 되고 싶은 조여수로부터"

초반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소설을 오랜만에 만났다. '스노볼'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은가? 왜 소녀들은 닮은 얼굴을 하고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풀어가는 재미가 가득한 '스노볼'. 나의 목소리를 잃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추천한다.

#스노볼 #박소영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생존게임 #반전에반전

#조해리 #이본회 #차설 #차향 #신미류 #명소명 #신시내 #배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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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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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0년 전 어느 겨울, 임고생의 길을 걷던 내가 좋아하던 곳은 대형 서점이었다. 거기 있는 책들 표지만 봐도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참 좋았다. 임고를 마친 때였는지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루나파크, 홍인혜 작가님의 런던살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2005년 유럽 여행 이후, 런던은 나에게 로망이 되어 버렸다. 임고 붙으면 언니와 꼭 다시 런던을 갈테야 다짐했는데......아무튼 그런 나의 맘을 알고 적은 제목인지 제목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꼭 내 맘 같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나에 비해 좋은 광고 회사에 다니고 있고, 내가 가고 싶어하던 도시에서 살아보기도 하고......부러웠다. 대리만족도 느꼈다. 그렇게 그녀의 책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후 나는 학원 강사로 일하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키우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기억 속 루나파크를 잊어갔는데, 그녀가 '홍인혜'라는 본인의 이름으로 시인으로 등단을 하고 이번에 에세이집 '고르고 고른 말'을 낸다는 소식을 접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 시절 나를 떠올리게 하는 루나파크 홍인혜님. 그녀의 에세이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

그녀의 책 속에는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녀가 '고르고 고른 말'로 담겨 있었다. 내 이야기같아 공감하다 같이 화내다, 깔깔대고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그녀가 고르고 고른 말 중, 내가 고르고 고른 구절을 나눠보고 싶다.

1부. 내게 번진 말-도식적인 말 : 알고리즘은 알고 있다

감정은 문과가 아니라 이과의 영역이었다. 내 영혼이 문학적인 줄 알았는데 그저 통계적일 뿐이었던 것이다.

p.87

나도 전형적인 문과생이라 감정은 문과 영역이라고 지금까지 믿고 있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의 위대함(?)을 경험한 요즘, 감정은 이과의 영역이라는 걸 믿을 수 밖에 없다.

2부. 우리가 말을 섞을 때-지극한 말 : 아꼬와, 아꼬와

어제까지 없던 3킬로그램짜리 존재가 세상에 등장했고, 우리의 마음은 3킬로그램씩 차올랐다.

p.104

조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작가가 느꼈던 마음을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느꼈다. 우리의 마음이 '차올랐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우리는 한때 오름이처럼 '아꼬운' 사람이었다.(...) 가끔 세상살이에 지쳐 아무도 나를 아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 마음을 떠올려야겠다. 분명 누군가는 어린 나를 바라보며 "아꼬와, 아꼬와" 했을 테니까.

p.106

제일 와닿았던 말. 내가 듣고 싶은 말. '아꼬와, 아꼬와'

원래는 제주도 방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의미이지만, 나 역시 작가처럼 '아깝다'라는 말과 맥락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아끼는 마음으로 사랑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2부. 우리가 말을 섞을 때-깨닫는 말 : 우리는 모두 입체다

본인을 헤아릴 때 동원했던 입체적인 시각은 사라지고 그의 세계는 관종, 비호감, 무개념 같은 단어 몇 개로 규정된다. 스스로의 행동을 해석할 때의 관용(내 안에 켜켜이 쌓여 온 삶과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이 나로 하여금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은 멍청해서 저렇다, 관심받는 걸 좋아한다. 쟤가 무슨 생각이 있겠어 등의 1차원적인 해석만 남는다.

p.144

2부. 우리가 말을 섞을 때-옮기는 말 : 운곡 할아버지

대화와 온기를 나눌 수 있을 때 작별했다면 좋았을텐데, 우리는 침묵 속에 헤어졌다.

p.148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글 속에서 '운곡'이라는 호를 발견하고 불러주는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과 살아계실 때 불러드리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작년 11월에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작가님도 마스크 속에서 울음을 숨길 수 밖에 없었음을, 코로나 시대의 슬픔이 전해졌다.

3부. 언어일상사-토닥이는 말 : 운이 좋은 시인

나보다 잘 쓸 수는 있겠지만 나와 똑같이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내 시는 수십 년간 쌓아온 나의 고유성이니까. 나의 역사를 통해 나만이 획득한 시선과 버텨온 감각이니까.

p.243

나에게 큰 자신감을 준 말.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은 많겠지만, 나만의 글을 써 봐야지.

4부. 내가 던진 말-습관의 말 : 사람의 말머리

반복적으로 쓰는 말은 그 사람만의 말머리가 되어 이미지를 만든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옳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p.281

나도 한때 누군가의 말머리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게 그 사람의 말머리라고 생각하기에는 내가 너무 예민했던 시절이었다. 이왕이면 나도 '아니'라고 말하기보다는 '옳지'하며 살아야지.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었다. 잊고 있던 따뜻함과 배려가 나를 조금은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거기다 작가님 특유의 유머 감각까지 느껴져 크게 웃기도 했다. 연말, 사람에 지치고 무기력하다면, 홍인혜 작가님의 '고른고 고른 말'과 함께 하길^^ 당신의 일상이 좀더 '반짝'하고 빛날 것이다.


* 이책은 창비 서평단을 통해 만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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