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0년 전 어느 겨울, 임고생의 길을 걷던 내가 좋아하던 곳은 대형 서점이었다. 거기 있는 책들 표지만 봐도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참 좋았다. 임고를 마친 때였는지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루나파크, 홍인혜 작가님의 런던살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2005년 유럽 여행 이후, 런던은 나에게 로망이 되어 버렸다. 임고 붙으면 언니와 꼭 다시 런던을 갈테야 다짐했는데......아무튼 그런 나의 맘을 알고 적은 제목인지 제목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꼭 내 맘 같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나에 비해 좋은 광고 회사에 다니고 있고, 내가 가고 싶어하던 도시에서 살아보기도 하고......부러웠다. 대리만족도 느꼈다. 그렇게 그녀의 책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후 나는 학원 강사로 일하고 결혼하고 아기낳고 키우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기억 속 루나파크를 잊어갔는데, 그녀가 '홍인혜'라는 본인의 이름으로 시인으로 등단을 하고 이번에 에세이집 '고르고 고른 말'을 낸다는 소식을 접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 시절 나를 떠올리게 하는 루나파크 홍인혜님. 그녀의 에세이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
그녀의 책 속에는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녀가 '고르고 고른 말'로 담겨 있었다. 내 이야기같아 공감하다 같이 화내다, 깔깔대고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그녀가 고르고 고른 말 중, 내가 고르고 고른 구절을 나눠보고 싶다.
1부. 내게 번진 말-도식적인 말 : 알고리즘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