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휴먼스 랜드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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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환경 오염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진다.

빙하가 녹는다...

이게 호들갑인지, 정체절명의 위기에 해당하는지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다만 기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다.

이대로 기후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 휴먼스 랜드」는 여기서 상상이 뻗어나가 만들어낸 소설이다.



SF 에 해당하는 「노 휴먼스 랜드」의 설정은 다음과 같다.

기후 위기로 UNCDE라는 국제 기구가 출범하며, 지구의 여러 도시를 출입 제한 구역, '노 휴먼스 랜드'로 설정한다. 지정된 장소는 환경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

작가는 이에 발생하는 기후 난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독자 1의 입장에서는 <대의 VS 개인의 자유>로 읽혔다.


플론(세뇌 기능 식물)에 중독을 시켜서라도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앤 소장의 모습은 인구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의 절반을 무작위로 없애겠다는 타노스와 겹쳐 보인다.


공동체에게 산적한 문제들을 개인에게 맡겨둔 결과가 지금이라는 점에서 앤 소장과 타노스의 결정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다만 이 책의 설정을 생각해보자면 소수의 플론 내성자들이 세계를 점령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게 맞기는 하다고 본다)

기후 위기 시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한 가지 갈래의 미래를 흥미롭고 생생한 이야기로 잘 끌고 나갔다.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김정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플론이라는 극단적이지만 효과가 확실한 선택지가 실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지구가 서서히 기이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구경만 해야할까.

책을 읽으며 대의와 개인,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승전결이 온전하게 잘 잡혀 있는 소설이라 누구나 무난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설 #환경문제 #SF 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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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캉스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3
심보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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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엘리멘탈이 여전히 흥행 중이다. 놀랍지 않다.

소울, 인사이드 아웃, 업... 많은 영화들이 그랬다.

이 영화들은 전체 관람가이면서도 어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에 오롯하게 잠기고 싶은 어른의 마음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닐까.



식당바캉스의 주인공은 털보(대충 내가 지은 이름)다.

주인공이 어른인 것부터 타겟 독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반복되는 직장의 팍팍함에 지친 털보에게 식당바캉스에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식당 바캉스에서는 여러 화려한 음식들이 상상력을 더해 등장한다.

  • 10m 앞 아니고 열 접시 앞

  • 어묵 온탕과 냉면 냉탕

  • 재료들이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비빔밥이 되는 고소한 공연

  • 식빵에 파묻혀 잘 수 있는 숙소

음식들의 특징을 살려 일상과 접목시킨 점이 인상깊었다. 달리의 '가재와 전화'가 떠올랐다.

진지하게 보자면 귀여운 식재료들은 결국 먹히는 운명을 가졌는데 이건 마치 소세지 광고에 웃고 있는 돼지 얼굴을 쓴 것 같은 아이러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나

음식이 상하면 어떻게 하지, 자의식이 있는 재료와 없는 재료의 차이는 무엇이며 이들이 불공평함을 느끼지는 않는지 등등을 고심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야기의 포인트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안다.

음식을 눈으로 촉감으로 가슴으로 즐기며 그 안에서 평화와 희망을 얻어보자는 게 그림책의 주제 아닐까.

책을 덮으며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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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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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핫한 요즘이다.

그래서 웬만한 컨셉의 이야기는 다 맛보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SF와 한국 전통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호랑이가 눈뜰 때(Tiger Honor)」를 소개한다.


소설의 무대는 해치호다.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탈환과 수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갇혀있는데다가 대뜸 해치호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등장해 당황스럽긴 하다.

(블랙펄이라는 우주최강 무기를 위해서라는데 그냥 문장째로 던져준 느낌이라서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주인공 세빈이 삼촌(이 악당이다)을 몰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다.

호랑이로 몸을 변형할 수 있는 호랑이령, 사람을 홀리는 여우령, 눈에서 빛이 나는 천인 등의 종족 설정도 그렇지만 강인해보이는 채원 선장이나 몸 좋은 환이 삼촌 같은 존재들이 이야기에 대거 등장한다(사실 주인공 빼고 다 매력적인 느낌).

그래서 소설이 마무리될 때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채원 선장은 한 게 없는데! 주인공에게 위기 상황만 주고 이렇게 가버린다고!

둘째, 한국적 요소를 잘 섞었다.

해치호부터 느꼈겠지만 구미호와 삽살개 등 한국 전통과 관련한 요소들이 책에 가득 녹아있다.

세빈에게 미역국을 가져다 줄 때 느꼈던 묘한 감정이 생생하다. 마치 세네갈 출신 작가의 책에서 주인공들이 카사바를 먹은 다는 대목을 봤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한국에 살고 있음에도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한 글을 그만큼 마주한 적이 없었구나 깨닫는 시간이었다.

주인공이 평생을 중요하다 주입받던 호랑이령 부족의 명예를 뒤로 하고 우주군을 위해 싸운 이유가

사실 납득이 가진 않는다.

맥락없이 다짜고짜 해태호에서 선과 악이 붙은 한 판의 이야기를 감상한 느낌이다.

그렇더라도 하나하나 빛나는 등장인물들과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한국적인 요소들이 있어 책 자체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그래서 디즈니+ 에서 영상화 하려나보다).

색다른 맛의 SF 소설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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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시락 웅진 당신의 그림책 8
명수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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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일러스트에 검정 포인트의 디자인이 귀엽다. 붓펜의 움직임이 한국스럽다.

웅진주니어의 신간 『꿈꾸시락』을 소개한다.


이야기의 주요 내용은 한 아이가 바다를 건너기 전 꺼낸 '꿈꾸는 도시락'에 있는 반찬들에 있다.

아이는 갈대를 타고 찾아온 꿈, 호박 마차 말이 꾸는 향긋한 꿈, 잭 나무의 꿈깍지 등등 여러 환상적인 장면들을 펼친다.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 아기 돼지 삼형제 등 여러 고전 동화들이 숨어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이들이 찾아낼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만큼 한편으로는 그림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언인지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는 왜 바다를 건너려고 하는 건지, 누군가의 소중한 꿈인 것들을 그냥 펼치고는 먹어도 되는 건지, 책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난해한 감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수묵화의 터치를 엿볼 수 있으므로 그림책의 삽화들은 수묵화 수업에 들어가기 전 감상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먹의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요즘 그림책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해당 서평은 웅진주니어에게 무상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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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린다 수 박 지음, 로버트 세-헹 그림, 황유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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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야기하긴 웃기지만 말을 잘하는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잘'은 논리적이라는 뜻보다는 성대를 거쳐 소리를 내는 일을 빠르게 해낸다는 의미다.


아무튼 누군가 질문을 던졌을 때 아무리 이상한 내용이더라도 빠르게 대답하는 편이지만 유독 막히는 질문이 있다.


"생일선물로 뭐 받고 싶어?"


여기다 대고 너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같은 소리를 하기에는 아쉽다.

진지하게 뭐가 필요한지 고민을 하지만 떠오르는 물건이 딱히 없다.

더 많이 소유하고 싶다. 그런데 갖고 싶은 게 없다.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웅진주니어)」은 그런 면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불이 났을 때 딱 한 가지 물건만 가지고 나갈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은 여기에 각자의 답을 내놓는다.


- 스웨터요. 할머니가 떠주신 하나밖에 없을 스웨터니깐요.

- 용돈을 모아서 간신히 산 농구화요

-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요

- 죽은 동생 앤서니의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요


별 볼일 없는 첫인상의 물건들이 아이들의 사연을 통해 소중한 물건들로 둔갑한다.

나에게도 00가 남겨준 유일한 물건이 있었지, 아! 이 물건을 사기 위해 저축을 열심히 했었어.

읽다보면 나에게도 소중한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널려있음을 성찰하게 된다.

지금은 공간을 차지하는 애물단지 정도로 취급받지만 모든 물건들은 본디 내 방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소유물을 향한 애틋함을 상기할 수 있었다.

한 장 안에 들어있는 문장들이 긴 편이라 3~4학년 정도가 읽기에 적합할 듯하다.

수업을 한다면 '내가 한 가지 물건만 들고 탈출할 수 있다면'으로 질문을 던진 뒤 몇 가지 사례만 간략히 소개해주고 내 생각을 적어보는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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