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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ㅣ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SF가 핫한 요즘이다.
그래서 웬만한 컨셉의 이야기는 다 맛보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SF와 한국 전통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호랑이가 눈뜰 때(Tiger Honor)」를 소개한다.
소설의 무대는 해치호다.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탈환과 수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갇혀있는데다가 대뜸 해치호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등장해 당황스럽긴 하다.
(블랙펄이라는 우주최강 무기를 위해서라는데 그냥 문장째로 던져준 느낌이라서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주인공 세빈이 삼촌(이 악당이다)을 몰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다.
호랑이로 몸을 변형할 수 있는 호랑이령, 사람을 홀리는 여우령, 눈에서 빛이 나는 천인 등의 종족 설정도 그렇지만 강인해보이는 채원 선장이나 몸 좋은 환이 삼촌 같은 존재들이 이야기에 대거 등장한다(사실 주인공 빼고 다 매력적인 느낌).
그래서 소설이 마무리될 때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채원 선장은 한 게 없는데! 주인공에게 위기 상황만 주고 이렇게 가버린다고!
둘째, 한국적 요소를 잘 섞었다.
해치호부터 느꼈겠지만 구미호와 삽살개 등 한국 전통과 관련한 요소들이 책에 가득 녹아있다.
세빈에게 미역국을 가져다 줄 때 느꼈던 묘한 감정이 생생하다. 마치 세네갈 출신 작가의 책에서 주인공들이 카사바를 먹은 다는 대목을 봤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한국에 살고 있음에도 한국적인 색채가 가득한 글을 그만큼 마주한 적이 없었구나 깨닫는 시간이었다.
주인공이 평생을 중요하다 주입받던 호랑이령 부족의 명예를 뒤로 하고 우주군을 위해 싸운 이유가
사실 납득이 가진 않는다.
맥락없이 다짜고짜 해태호에서 선과 악이 붙은 한 판의 이야기를 감상한 느낌이다.
그렇더라도 하나하나 빛나는 등장인물들과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한국적인 요소들이 있어 책 자체는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그래서 디즈니+ 에서 영상화 하려나보다).
색다른 맛의 SF 소설을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