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린다 수 박 지음, 로버트 세-헹 그림, 황유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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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야기하긴 웃기지만 말을 잘하는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잘'은 논리적이라는 뜻보다는 성대를 거쳐 소리를 내는 일을 빠르게 해낸다는 의미다.


아무튼 누군가 질문을 던졌을 때 아무리 이상한 내용이더라도 빠르게 대답하는 편이지만 유독 막히는 질문이 있다.


"생일선물로 뭐 받고 싶어?"


여기다 대고 너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같은 소리를 하기에는 아쉽다.

진지하게 뭐가 필요한지 고민을 하지만 떠오르는 물건이 딱히 없다.

더 많이 소유하고 싶다. 그런데 갖고 싶은 게 없다.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웅진주니어)」은 그런 면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불이 났을 때 딱 한 가지 물건만 가지고 나갈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은 여기에 각자의 답을 내놓는다.


- 스웨터요. 할머니가 떠주신 하나밖에 없을 스웨터니깐요.

- 용돈을 모아서 간신히 산 농구화요

-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요

- 죽은 동생 앤서니의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요


별 볼일 없는 첫인상의 물건들이 아이들의 사연을 통해 소중한 물건들로 둔갑한다.

나에게도 00가 남겨준 유일한 물건이 있었지, 아! 이 물건을 사기 위해 저축을 열심히 했었어.

읽다보면 나에게도 소중한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널려있음을 성찰하게 된다.

지금은 공간을 차지하는 애물단지 정도로 취급받지만 모든 물건들은 본디 내 방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소유물을 향한 애틋함을 상기할 수 있었다.

한 장 안에 들어있는 문장들이 긴 편이라 3~4학년 정도가 읽기에 적합할 듯하다.

수업을 한다면 '내가 한 가지 물건만 들고 탈출할 수 있다면'으로 질문을 던진 뒤 몇 가지 사례만 간략히 소개해주고 내 생각을 적어보는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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