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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로리 서덜랜드 지음, 이지연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평점 :
우리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경제는 실질적으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가? 경제학자,
금융
전문가,
투자
전문가들이 경제학을 바탕으로 모니터 앞에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경제 정책을 마련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꾸미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식과
부동산 시세,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등 경제 지표들은 분석하는 주체들마다 다르고 정확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사람들에게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의식이 지배하는 어떤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사면 안되는 값비싼 제품을 충동구매하고 내가 산 물건이 어떤 문제라도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들이 많이 사는 인기 제품을 구매하는
심리적 기저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한,
내가 돈을
주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경우 내가 지불한 것 이상의 대가를 받는다면 돈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
호텔의 도어맨을 그저
문만 열어주는 역할로만 생각하고 호텔 경영자가 경영 컨설팅 회사로부터 도어맨을
자동문으로 대체하면 지출이 줄게 될 것이라는 제안을 수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호텔
입구에서 따뜻하고 정겹게 고객을 맞이하고, 필요에 따라 짐도 들어주는 도어맨은 고객에게
근사하게 접대받는 인상을
남긴다.
단순한
수학적 경제 논리로는 분석이 안되는 도어맨의 효과처럼
심리적인 행동경제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저마다 합리적은 논증을 펼치지만 타인을 설득하고 합의점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정치,
외교,
사회적
문제를 해결 화기 위한 다양한 논리들을 펼치지만 그 논리에 대한 또 다른 논리 반박으로 상호 충돌한다.
수학
문제를 풀 듯이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보편타당한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획일적인 선택으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꿀벌의
경우 꽃을 발견하면 동료들에게 꽁무니를 격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발견한 것을 알린다. 그러면
대다수의 벌들이 그 벌을 따라 꽃으로부터 꿀을 채취한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벌들은 꽁무니를 흔들던 벌을 따라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미지의
장소에서 더 많은 꿀을 확보하기 위해 정찰을 나가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꽁무니를 흔들던 벌이 발견한 장소에서 모든 벌들이 일제히 꿀을 채취하는 것이 맞겠으나,
그곳의
꿀이 어떤 요인에 의해 떨어진다면 벌꿀 전체 집단에 난처한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극히 일부 벌들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 정찰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벌꿀보다도 더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펼 수 있는 유전자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보다는 인간의 무의식적이고 행동 심리학적인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다.
플라시보 효과는
위약처럼 비싸고 희귀한 상품이 더 끌리도록 소비자를 유혹한다.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복지 기금이나 후원을 더 이끌어 내기 위해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제안보다는 따뜻한 손 편지 한 통이 더 효과를 낸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 후 게이트가 아니라 활주로에 착륙해서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기장의 재치 있는 한마디가 승객들에게 호감을 준다.
"승객
여러분,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슬픈 소식은 저희 비행기가 게이트가 꽉 차서 활주로에 손님들을
내려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쁜 소식은 버스가 여러분을 입국 심사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모셔다드린다는 겁니다."
그런데,
버스는
항상 입국 심사대와 가까운 곳에 내려주는데, 기장의 적절한 언어 선택이 승객들에게 짐을 끌고 출국 심사대까지
걸어가는 수고를 덜어 준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요즘
밀 키트가 유행이다.
배달된
재료를 넣고 끌이기만 하면 맛있는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 그런데,
만약 좀
더 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요리가 끝나버린다면 그 상품은 잘 팔릴까?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부들은
식사 준비를 하면서 소소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기를 은연중에 원하기 때문에 밀 키트처럼 재료만 준비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첫 단계는 시장조사를 통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상품 운영안을 만드는 것이다.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편의 사양들을 구상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그런데,
특정한
기술들은 다른 가치들을 일부 훼손하는 기술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롤스로이스에
있는 코치도어라고 불리는 양문형 도어는 과거 귀족들이 타던 마차를 연상하게 하여 고급스러움을 주지만,
타고
내리는 데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럼,
이런
자동차를 고객에게 어떻게 어필하는 것이 좋을까. 명시적인 대안이 고객에게 안심과 평온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타고
내리는 것이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차를
소유하게 된다면 희소성과 지위적 우월감을
확실히 보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를 알게 될 겁니다."라는
명시적 대안을 고객에게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책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라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마케팅
분야에서 무의식적이고 휴리스틱 한 심리학적 행동 패턴을 이해해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인간활동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유명한 광고 회사 부회장을 지낸 저자의 마케팅에 대한 경험적 논증들은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본능,
원인,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람들의
심리학적 관점들을 중요시한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을
만족하는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연비를
좋게 하려면 차를 가볍게 하다 보니 원가가 증가하거나, 멋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다 보니 어떤 성능이 나빠진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기술적
선택이라는 미명 아래 데이터화된 선택지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고객의 가치 측면에서는 숫자로 표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간과한다. 결국 소비자가 평가를 할 텐데 엔지니어들은 스스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자기 기만에 빠지는 것이다.
이
책은 왜 고객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생각의 영역을 넓혀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고민을 던지고 방법론을 제시한다.
일상이나
회사 생활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안을 준 책으로 사고의 틀이 확장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