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
로리 서덜랜드 지음, 이지연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경제는 실질적으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가? 경제학자, 금융 전문가, 투자 전문가들이 경제학을 바탕으로 모니터 앞에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경제 정책을 마련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꾸미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식과 부동산 시세, 실업률과 경제성장률 등 경제 지표들은 분석하는 주체들마다 다르고 정확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사람들에게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의식이 지배하는 어떤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사면 안되는 값비싼 제품을 충동구매하고 내가 산 물건이 어떤 문제라도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들이 많이 사는 인기 제품을 구매하는 심리적 기저 효과가 있는 것이다.

또한, 내가 돈을 주고 상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경우 내가 지불한 것 이상의 대가를 받는다면 돈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 호텔의 도어맨을 그저 문만 열어주는 역할로만 생각하고 호텔 경영자가 경영 컨설팅 회사로부터 도어맨을 자동문으로 대체하면 지출이 줄게 될 것이라는 제안을 수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호텔 입구에서 따뜻하고 정겹게 고객을 맞이하고, 필요에 따라 짐도 들어주는 도어맨은 고객에게 근사하게 접대받는 인상을 남긴다. 단순한 수학적 경제 논리로는 분석이 안되는 도어맨의 효과처럼 심리적인 행동경제학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저마다 합리적은 논증을 펼치지만 타인을 설득하고 합의점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정치, 외교, 사회적 문제를 해결 화기 위한 다양한 논리들을 펼치지만 그 논리에 대한 또 다른 논리 반박으로 상호 충돌한다. 수학 문제를 풀 듯이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보편타당한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획일적인 선택으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꿀벌의 경우 꽃을 발견하면 동료들에게 꽁무니를 격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발견한 것을 알린다. 그러면 대다수의 벌들이 그 벌을 따라 꽃으로부터 꿀을 채취한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벌들은 꽁무니를 흔들던 벌을 따라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미지의 장소에서 더 많은 꿀을 확보하기 위해 정찰을 나가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꽁무니를 흔들던 벌이 발견한 장소에서 모든 벌들이 일제히 꿀을 채취하는 것이 맞겠으나, 그곳의 꿀이 어떤 요인에 의해 떨어진다면 벌꿀 전체 집단에 난처한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극히 일부 벌들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 정찰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벌꿀보다도 더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펼 수 있는 유전자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보다는 인간의 무의식적이고 행동 심리학적인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다. 플라시보 효과는 위약처럼 비싸고 희귀한 상품이 더 끌리도록 소비자를 유혹한다.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복지 기금이나 후원을 더 이끌어 내기 위해 세금을 깎아 주겠다는 제안보다는 따뜻한 손 편지 한 통이 더 효과를 낸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 후 게이트가 아니라 활주로에 착륙해서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기장의 재치 있는 한마디가 승객들에게 호감을 준다. "승객 여러분,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슬픈 소식은 저희 비행기가 게이트가 꽉 차서 활주로에 손님들을 내려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쁜 소식은 버스가 여러분을 입국 심사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모셔다드린다는 겁니다." 그런데, 버스는 항상 입국 심사대와 가까운 곳에 내려주는데, 기장의 적절한 언어 선택이 승객들에게 짐을 끌고 출국 심사대까지 걸어가는 수고를 덜어 준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요즘 밀 키트가 유행이다. 배달된 재료를 넣고 끌이기만 하면 맛있는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 그런데, 만약 좀 더 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요리가 끝나버린다면 그 상품은 잘 팔릴까?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부들은 식사 준비를 하면서 소소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기를 은연중에 원하기 때문에 밀 키트처럼 재료만 준비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첫 단계는 시장조사를 통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상품 운영안을 만드는 것이다.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편의 사양들을 구상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그런데, 특정한 기술들은 다른 가치들을 일부 훼손하는 기술적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롤스로이스에 있는 코치도어라고 불리는 양문형 도어는 과거 귀족들이 타던 마차를 연상하게 하여 고급스러움을 주지만, 타고 내리는 데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

그럼, 이런 자동차를 고객에게 어떻게 어필하는 것이 좋을까. 명시적인 대안이 고객에게 안심과 평온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타고 내리는 것이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차를 소유하게 된다면 희소성과 지위적 우월감을 확실히 보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를 알게 될 겁니다."라는 명시적 대안을 고객에게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라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마케팅 분야에서 무의식적이고 휴리스틱 한 심리학적 행동 패턴을 이해해야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정치, 경제, 사회 등 인간활동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유명한 광고 회사 부회장을 지낸 저자의 마케팅에 대한 경험적 논증들은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본능, 원인,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람들의 심리학적 관점들을 중요시한다. 자동차 엔지니어들은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을 만족하는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

연비를 좋게 하려면 차를 가볍게 하다 보니 원가가 증가하거나, 멋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다 보니 어떤 성능이 나빠진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기술적 선택이라는 미명 아래 데이터화된 선택지를 만들고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고객의 가치 측면에서는 숫자로 표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간과한다. 결국 소비자가 평가를 할 텐데 엔지니어들은 스스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자기 기만에 빠지는 것이다. ​

이 책은 왜 고객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생각의 영역을 넓혀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고민을 던지고 방법론을 제시한다. 일상이나 회사 생활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안을 준 책으로 사고의 틀이 확장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이문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그 처음의 역사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단군이 세운 고조선의 자체 역사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의 건국 이후 3,600년이 지난 고려 충렬왕 때 출판된 삼국유사에서 처음 등장한다. 곧이어 수년 후 출간된 이승휴의 제왕운기(1287), 조선 세조 때 출간된 동국통감에서 처음 고조선의 건국 연대를 기원전 2,333년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 역사서에서는 진나라 때 쓰인 삼국지 역사서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을 정도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한 역사서만 현재 발견되어 안타까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어려서부터 배워왔던 고조선의 역사 실체가 과연 진실로만 쓰여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게 한다. 역사적 기록이나 유물 등의 자료가 없다 보니, 동물이 주인공이 되는 신화적인 내용들이 역사서에 등장하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 때 세계적인 민족주의의 발현과 더불어 당대의 일부 역사가들은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다소 과장하였고 현재까지 일부가 이어진 면도 있을 것이다.

고대 역사는 기록의 한계성과 때때로 등장하는 오해와 왜곡 등으로 인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고조선의 역사가 불명확한데 개천절은 왜 양력으로 103일로 정했을까? 배달의 민족이란 어원은 정말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왔을까? 고구려는 광개토왕의 아들 장수왕 때 평양 천도 이후 나라 이름을 고려로 바꾸었는데, 우리는 왜 고구려라고 부르고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라의 골품제도인 성골과 진골의 차이가 왕족 여부로 구분되는 것을 사실일까? 백제의 멸망 당시 3천 궁녀의 낙화암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러한 역사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학창 시절 배웠던 역사 교과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편협함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역사가들에 의해 정의되는 역사는 개인적 추론이나 추측, 선택적인 편협성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문장을 수집하고 비문을 해석하고, 유물을 조사하고 과거 보편적 역사 사실들과 연계한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는 일련의 작업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수십 년이 걸리는 위대한 작업이며, 객관화하기 위한 동료 역사가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인류애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하므로 한 권의 역사 책이 탄생하게 되면, 뒷받침되는 자료들은 책 한 권의 수십 배에 이른다. 이런 사유로, 참조 문헌 한 줄 안에 녹아 있는 역사가의 노력과 열정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역사에 담긴 진실이란 무엇인가? 역사를 배우고 끊임없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오류를 현재와 미래에서 부정하는 것에 있다. 과거의 진실을 객관화하지 않으면 또 다른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인간성을 상실하고 잔인함을 드러낸 역사적 사건들을 살펴보면 작은 불씨에서부터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전쟁은 절대 없다. 그런데, 그 불씨를 간과하거나 모른척한다면 역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머나먼 과거의 일이지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실을 찾기 위해 역사가들이 노력하는 이유일 것이며, 우리는 여기에 화답해 줘야 한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는 고조선의 탄생부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를 물리친 676년까지의 역사 이야기다. 한국의 고대사 기록은 수천 년이 흐른 뒤 쓰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 고려 시대 역사서와 200년대에 쓰인 중국의 역사서 '삼국지'700년대에 쓰인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밖에 없는 한계성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대 역사의 한계성을 이용한 그릇된 유사 역사가들을 비판하면서 사실에 충실하려고 애쓴 흔적들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아쉬운 점은, 역사 책에 반드시 있어야 할 사실 근거 주석이 없는 점과 정사가 아닌 흥미를 유발하는 야사들이 다소 많은 점이다. 한 권의 책으로 한국 고대사를 담은 만큼 시대적 흐름과 이동은 무척 빠른 편이다. 수백 년의 흐름을 마치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내 듯 맥락의 함축성은 저자의 개인적 견해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한국 고대사는 잊힐만한 우리의 역사를 되새김질하게끔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세계사를 좋아한다고 한국사 읽기를 등한시했던 터라, 책 속에서 처음 접하거나 오해했던 사실들은 나를 부끄럽게 해준다. 로마의 건국 역사에도 신화가 나온다. 초대 왕인 로물루스는 형제인 레무스와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나고, 형제를 죽이고 로마를 건국했다는 이야기다. 기원전 700년경에 건국된 로마에도 이런 신화가 있는데, 기원전 2천 년경의 고조선과 기원전 3~4백 년에 건국된 삼국시대의 신화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런 신화조차도 없는 나라도 많을 것이기에 너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만 운운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진실조차도 사실이란 진리는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진실 찾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진실이라는 가면을 씌워 과거 오랑캐라 불리던 요동 변방의 역사를 자기들 역사로 끌어드린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리 정부와 역사가들, 그리고 언론들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을까? 영향력 있는 세력에 의해 역사가 바로 서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대중도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일부 역사가들의 노력과 관심을 갖는 일부 대중에 의해 한국의 역사는 그 생명을 이어가는 것 같다. 나와 우리가 역사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탈합치 - 예술과 실존의 근원
프랑수아 줄리앙 지음, 이근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모든 사물이나 동물, 식물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는 것들은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인 우리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어떤 형태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에서 벗어나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의 틀을 확장한다면 정체된 존재가 아닌 창조의 연속성 상태가 된다. , 존재에서 실존의 형태로 유지되는 것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 사회, 가정의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서 외부에서 규정된 질서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안정을 유지하고 고난과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질서에 균열을 낸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소유욕이 그 바탕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소유욕은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을 꽤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의 사상과 신체에 대한 인정도 포함된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만델라의 인권 운동, 간디의 독립운동 등이 그렇다.

탈합치는 피카소의 그림처럼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태의 그림을 창조하고, 균형 잡힌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실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진화론과 기술의 발전 또한 탈합치로 보았는데, 탈합치는 내적 만족에서 벗어나 외부로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 같다. 책 내용의 난이도가 상당한데, 예술과 철학의 기존 틀을 벗아나 있기 때문이리라.


탈합치의 저자 '프랑수아 줄리앙'은 확립과 동시에 고정되는 모든 질서를 내부에서 해체하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자원을 나타나게 하는 탈-봉인을 탈-합치로 정의하였다. 어긋남이란 사물들의 정합적인 결합, 요컨대 경첩으로부터 빠져나옴이다. 이런 문구들은 바로잡아야 할 시간의 퇴화가 아니라 미래의 생산력이며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것을 열어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과 실존은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 프랑수아 줄리앙은 철학자로 파리대학 교수이며 중국과 서양 철학을 연구하며 탈합치라는 독창적인 문화론과 실존의 윤리학을 정립하고 있다. 줄리앙의 작품은 강력한 생각의 단합과 명확한 진보가 있다. 철학의 길의 맨 끝에서 줄리앙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는 일반적인 질문을 던진다. "보편적이 존재합니까? 우리는 공통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까? 단합과 차이 적합성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끊임없이 탈합치한다는 사실, 즉 안착된 합치를 계속 해체한다는 사실로부터 삶의 현상 자체, 달리 말해 생생하게 살아 있는 한에서의 삶의 현상 자체가 비롯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쇄신으로서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다는 것은 영속을 위해 이전 상태를 연장하고 지속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전 상태가 계속 지속될 경우 삶은 굳어지고 해체되어 죽음을 향하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오히려 이전 상태를 벗어나는 일이고 밀착 상태의 결속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는 일이며, 이는 그로부터 새로운 것이 계속 나타나게 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산다는 것은 현재라고 칭해지는 상태에 이른, 따라서 그 상태의 고갈에 이른 적합성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삶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계속해서 살기 위해 이전 상태에서 단절 없이 탈합치 하는 것이다.

단지 삶을 장식하기 위한 삶의 교훈이 아니며, 단지 자신의 삶을 조각할 것이기 때문도 아니다. 자신의 삶을 원하는 만큼 미적으로 만드는 것, 즉 삶의 예술은 유감스러운 개념이다. 이와 반대로 예술에 고유하며 근대성이 근원적으로 밝혀주는 탈함치의 요청은 실존에 고유한 능력을 감각의 차원에 기입함으로써 이 능력을 즉각 작동시킨다. 예술과 실존은 새로운 것, 곧 전대미문의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현재의 삶에 매몰되어 탈출구를 못 찾아 체념하거나, 그런 상태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다. 영유아 학대, 고통스러운 삶에 저항할 수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자아 매몰은 고정된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외부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거부하는 데서 비롯된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과 타인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에서 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현실이라는 벽을 깨고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생각보다는 실천이 필요한 것 같다. 피카소가 난해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고정관념의 벽을 깨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https://blog.naver.com/eomsuheung/2222410449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 1 - You Can Negotiate Anything 허브 코헨의 협상의 기술 1
허브 코헨 지음, 양진성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형마트에서 정찰제로 판매되는 냉장고를 깎는 방법이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뉴턴의 3법칙인 '작용과 반작용 법칙'처럼 사람과의 관계도 서로 상대적이다.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움직일 수 있는 어떤 힘을 들여야만 한다.

'협상의 기술'의 저자는 정찰제 냉장고를 내가 원하는 가격에 사기 위한 몇 가지 극단적인 사례들을 드는데 흥미롭다. '며칠 동안 계속 찾아가 냉장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점원의 시간을 2~3시간씩 빼앗다 보면 매장 점원도 지쳐서 가격 할인을 수락한다. 매장에 전시된 냉장고는 조금이나마 흠집이 있을 것이므로 흠집을 핑계 삼아 전시된 냉장고를 설득하여 저렴하게 구매한다. 카탈로그의 다른 제품이 가격 할인 행사하는 것을 핑계 삼아 사고 싶어 하는 제품에 적용해 주기를 바라면서 점원을 설득한다.' 등이다. 물론 100퍼센트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무언가를 서로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가정, 직장, 정치 등 거의 모든 순간이 작은 협상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주장만 펴다 보면 다툼이나 갈등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파이를 균등하게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시너지 효과를 얻어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보니 협상이라는 상황에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감정이 개입하면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없다. 그 협상은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방법은 내가 인간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거나, 모르겠다거나 하면서 머리를 긁적거리면 상대방은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내가 강하게 상대방과 부딪히면 상대방도 강하게 받아친다. 뉴턴의 '작용과 반작용' 법칙처럼 말이다.

'협상의 기술'의 저자는 30년 동안 작가가 수천 건의 협상을 바탕으로 엮어냈다. 기업, 정부, 민간 분야 등 협상이 필요한 곳에 협상가로 참여하여 수많은 결과를 얻어 냈다고 한다. 협상가라는 단어는 사실 좀 네거티브하긴 하다.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권모술수를 쓴다는 느낌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저자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지적인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속이는 전략이 아니라 협상에 필요한 정보, 시간, 힘 등 기술적인 테크닉과 공감, 위로, 도움, 배려 등 인간 본성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이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크게 배운 것은 공개적인 협상 중에는 절대 상대방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선이 무너지게 되면 그 협상은 무조건 결렬되고, 향후에도 협상 타결은 어렵다는 것이다.

자동차 엔지니어링이라는 것이 공학적이라 하더라도 항상 정답은 없다.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시스템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적당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 협상의 연속이다. 그런데,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기술적인 협상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페르소나를 쓴 감정으로 확대되기 일쑤다. 나도 그런 순간들이 찾아온다. 책을 읽으면서 후회가 스쳐갔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협상의 순간들은 피하라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회의나 전화로 상대방이 들어 줄 수 없는 제안을 하게 된다면 잠시 상황을 뒤로 미루고 충분한 정보 수집과 대응 방안을 마련한 후 다시 협의해야 한다. 물론 아주 정중하게...

사람은 제각기 다르지만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 다들 그저 자신들의 필요 사항을 만족시키고 싶어 할 뿐이다. 내 요구 사항이 당신의 요구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적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정당한 방법과 방식으로 당신에게 다가간다면 상호 필요 사항을 충족할 수 있고 양측 모두가 승리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 수 있다.

성공적인 협력적 협상은 상대방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상대방에게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 기후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선택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톰 리빗카낵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행정 명령서에 서명을 했는데,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것을 두 번째로 하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은 미국을 죽이는 것이다."라며 2017년 탈퇴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11월 공식 탈퇴했던 것을 번복하는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이 보란 듯이 기후협약을 탈퇴했던 모습에 화가 많이 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파리기후협약은 2025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추구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약속한 것으로,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참여하여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책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의 두 명의 저자는 파리기후협약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이다. 크리스티아나는 코스타리카 대통령의 딸로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으로 일했고, 톰은 환경 단체의 대표이사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전 세계적 우려를 실질적인 행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후협약의 채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전 세계 수천 명의 각국 대표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코스타리카는 2차 세계대전 후 내전으로 자국민들을 서로 죽이는 극심한 분열을 없애고자 국민의 힘으로 군대를 해산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군인 없는 나라이며, 중남미의 아름다운 자연 훼손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꾼 전 세계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국민의 행복지수가 전 세계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친화적인 코스타리카의 대통령 딸이 전 지구적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책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는 환경파괴와 산업화에 따른 기후 온난화, 자연 생태계의 파괴, 급증하는 자연재해 문제와 이로 인한 전 세계적인 양극화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들이 지속되어 악화되는 불행한 미래를 보여준다. 반면, 실현 불가능처럼 보이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인류가 노력하여 완전히 원래 모습으로 자연을 되돌릴 수 없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여 미래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밝은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를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지금이라도 실천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들은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면서도 실천적 행동에는 상당히 소극적이다. 청소년들이 교실 밖으로 환경운동 피켓을 들고 뛰쳐나오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서식지를 잃어버린 아기곰 가족,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는 태평양 연안의 아름다운 산호초,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바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절반을 잃은 남태평양 주민들, 되풀이되는 저개발 국가의 치명적인 자연재해 등 이루 말할 수조차 없는 현재와 더욱 불안한 미래 환경을 생각해 보면 청소년들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순간의 삶을 위해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면서도 치료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다.

우리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지구 환경을 바꿀 수 없다고,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지구가 바뀌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임기 내에서 효과가 나올 수 없는 장기적인 일이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정책을 내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사안임을 이해하면서도 투표권을 가진 여론이나, 언론들은 정치권에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요구하지도 않는다. 현실 문제가 워낙 많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으나, 중장기적인 미래는 우리 청소년들이 숨 쉬고 살아가야 할 생존권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대처할 필요성을 강하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

애플, 이케아, 구글, 나이키, 월마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공통점이 있다. 100퍼센트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고 있거나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 국가와 공동체의 변화와 노력만이 지구환경을 되돌릴 수 있으며, 현재의 우리들 만이 후손들에게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을 선물할 수 있다는 인식과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 자녀와 후손들이 우리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때 무슨 일을 하셨어요?"라고 물을 때 우리의 대답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이어야 한다.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했다."라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