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이문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그 처음의 역사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단군이 세운 고조선의 자체 역사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의 건국 이후 3,600년이 지난 고려 충렬왕 때 출판된 삼국유사에서 처음 등장한다. 곧이어 수년 후 출간된 이승휴의 제왕운기(1287), 조선 세조 때 출간된 동국통감에서 처음 고조선의 건국 연대를 기원전 2,333년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 역사서에서는 진나라 때 쓰인 삼국지 역사서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을 정도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한 역사서만 현재 발견되어 안타까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어려서부터 배워왔던 고조선의 역사 실체가 과연 진실로만 쓰여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게 한다. 역사적 기록이나 유물 등의 자료가 없다 보니, 동물이 주인공이 되는 신화적인 내용들이 역사서에 등장하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 때 세계적인 민족주의의 발현과 더불어 당대의 일부 역사가들은 우리 민족의 위대성을 다소 과장하였고 현재까지 일부가 이어진 면도 있을 것이다.

고대 역사는 기록의 한계성과 때때로 등장하는 오해와 왜곡 등으로 인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고조선의 역사가 불명확한데 개천절은 왜 양력으로 103일로 정했을까? 배달의 민족이란 어원은 정말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왔을까? 고구려는 광개토왕의 아들 장수왕 때 평양 천도 이후 나라 이름을 고려로 바꾸었는데, 우리는 왜 고구려라고 부르고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라의 골품제도인 성골과 진골의 차이가 왕족 여부로 구분되는 것을 사실일까? 백제의 멸망 당시 3천 궁녀의 낙화암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러한 역사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학창 시절 배웠던 역사 교과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편협함에 빠지기 쉬울 것이다.

역사가들에 의해 정의되는 역사는 개인적 추론이나 추측, 선택적인 편협성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문장을 수집하고 비문을 해석하고, 유물을 조사하고 과거 보편적 역사 사실들과 연계한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는 일련의 작업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수십 년이 걸리는 위대한 작업이며, 객관화하기 위한 동료 역사가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인류애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하므로 한 권의 역사 책이 탄생하게 되면, 뒷받침되는 자료들은 책 한 권의 수십 배에 이른다. 이런 사유로, 참조 문헌 한 줄 안에 녹아 있는 역사가의 노력과 열정은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역사에 담긴 진실이란 무엇인가? 역사를 배우고 끊임없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오류를 현재와 미래에서 부정하는 것에 있다. 과거의 진실을 객관화하지 않으면 또 다른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인간성을 상실하고 잔인함을 드러낸 역사적 사건들을 살펴보면 작은 불씨에서부터 일어난다. 갑작스러운 전쟁은 절대 없다. 그런데, 그 불씨를 간과하거나 모른척한다면 역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머나먼 과거의 일이지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실을 찾기 위해 역사가들이 노력하는 이유일 것이며, 우리는 여기에 화답해 줘야 한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는 고조선의 탄생부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를 물리친 676년까지의 역사 이야기다. 한국의 고대사 기록은 수천 년이 흐른 뒤 쓰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 고려 시대 역사서와 200년대에 쓰인 중국의 역사서 '삼국지'700년대에 쓰인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밖에 없는 한계성이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대 역사의 한계성을 이용한 그릇된 유사 역사가들을 비판하면서 사실에 충실하려고 애쓴 흔적들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아쉬운 점은, 역사 책에 반드시 있어야 할 사실 근거 주석이 없는 점과 정사가 아닌 흥미를 유발하는 야사들이 다소 많은 점이다. 한 권의 책으로 한국 고대사를 담은 만큼 시대적 흐름과 이동은 무척 빠른 편이다. 수백 년의 흐름을 마치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내 듯 맥락의 함축성은 저자의 개인적 견해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한국 고대사는 잊힐만한 우리의 역사를 되새김질하게끔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세계사를 좋아한다고 한국사 읽기를 등한시했던 터라, 책 속에서 처음 접하거나 오해했던 사실들은 나를 부끄럽게 해준다. 로마의 건국 역사에도 신화가 나온다. 초대 왕인 로물루스는 형제인 레무스와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나고, 형제를 죽이고 로마를 건국했다는 이야기다. 기원전 700년경에 건국된 로마에도 이런 신화가 있는데, 기원전 2천 년경의 고조선과 기원전 3~4백 년에 건국된 삼국시대의 신화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런 신화조차도 없는 나라도 많을 것이기에 너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만 운운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진실조차도 사실이란 진리는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진실 찾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진실이라는 가면을 씌워 과거 오랑캐라 불리던 요동 변방의 역사를 자기들 역사로 끌어드린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리 정부와 역사가들, 그리고 언론들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을까? 영향력 있는 세력에 의해 역사가 바로 서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대중도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일부 역사가들의 노력과 관심을 갖는 일부 대중에 의해 한국의 역사는 그 생명을 이어가는 것 같다. 나와 우리가 역사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