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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을 선택한다면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4월
평점 :

한반도를 둘러싼 G2(미국과 중국)의 영향력과 한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할까? 책 '한국이 중국을 선택한다면'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의 식민지 전쟁과 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시간 속에서 조선의 선택이 가져왔던 참혹한 역사를 빗대어 중국, 미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의 결과를 예측한다. 과연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G1이 될까? 현재의 경제 성장을 본다면 10년 내로 중국이 미국의 GDP를 앞설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GDP가 전 세계의 경제, 정치, 외교, 군사적 힘을 대변하지 못한다. 군사력이 경제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새로운 혁신 산업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면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는 어렵다.
1990년대 일본의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중공업을 필두로 한 제조업이 미국을 앞섰지만, 미국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 IT 산업이 전통 제조업을 능가하면서 일본을 능가했다. 인공지능, 자율 주행 등 4차 산업에 중국이 투자와 산업 확대를 대폭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 발짝 앞서 있고, 중국은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가 미국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을 따라 했듯이 중국이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형국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처럼 이민자도 창업을 해서 전 세계 최고의 주식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정책과 성공에 대한 동경들이 창의와 혁신을 만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신자유주의적 국가적 기반이 중국에는 없다. 알리바바의 마윈처럼 경제 정책에 대한 사소한 비판 때문에 물러나야만 하는 권력 지배적 체제하에서는 미국을 따돌리고 G1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십 년 동안 칼 한 자루를 갈듯이 집중하겠다는 의미의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을 전국인민대회에서 발표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비롯한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창조 산업 기반의 미국을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일대일로를 통해 확대되고 있지만 당사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자본과 노동력이 대부분 중국에서 조달되므로 당사국의 경제 기여도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패한 권력으로 돈이 몰리다 보니 당사국 국민들 저항과 불만이 거세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뜨거운 감자를 안고 있다. 티베트, 서한 위구르족 등 소수 민족의 저항은 중국 정부의 한족화 정책에도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행보와 대립되는 중국의 '유일한 중국' 정책은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경제, 정치적으로 잠재된 시한폭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경제를 우선시하여 맹목적으로 중국을 지지한다면 주변국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시 동맹국의 힘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동맹국은 48개국인데 비해 중국의 동맹국은 북한과 파키스탄 2개국뿐이다. 전쟁에서는 군수물자가 필수적인데, 중국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안전한 원자재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대일로를 개척하고 있으나,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일본, 베트남과 영토와 영해 문제가 사사건건 도마에 오르고 있고 미국과는 군사적 대치가 일촉즉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전쟁이 난다면 남중국해를 비롯한 전 세계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의 자원 공급처를 봉쇄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날수 없는 비행기로 미국과 전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 베트남, 대만 등은 국경선에서 군사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미중 전쟁시 중국 영토로 진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중국의 국경선 길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국경선을 지키고 있는 병력을 미국과의 전쟁에 투입할 수 없을 것이다. 협력과 배려가 없고, 강압적인 외교 정책으로 주변국들을 제압하려는 중국의 행태가 지속된다면 주변국들이 동맹은커녕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은 중국을 G2라 부르며 세계 패권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많은 지식인과 언론이 이야기하는데, 일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 서점에 들어서는 책들은 대부분 중국의 부흥을 이야기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일본을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가 소소한 전투에서 몇 번 이겼을 뿐이다. 일본이 물러난 직접적인 원인은 도요토미히데요시가 사망했기 때문이며 명나라의 참전이 아니다. 원나라가 일본을 정벌하려 했으나 태풍에 의해 두 번 물러났고, 청일전쟁, 중일전쟁 등 단 한 번도 중국이 일본을 이겼던 역사는 없다.
일본은 중국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속국이 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태평양을 둘로 나누어 동쪽은 미국이 서쪽은 중국이 지배하자고 미국에 제안했었고, 지금도 공공연히 떠들어 댄다. 그런데, 서 태평양에는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다. 중국이 서 태평양을 지배해야 하는 이유는 서남아시아로부터의 석유 수입과 호주로부터의 철광석 수입 등 안전한 원자재 수입로 확보와 어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하면서 미국보다는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일정 부분 공감이 된다.
2021년 현재 한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고민한다. 미국이 대중국 전략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입장은 난처해지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 한국이 미국 편에 서기를 원한다. 중국은 미국 편을 들지 않고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져온 중국, 앞으로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할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밀접한 관계를 가져온 미국, 현재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선택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나올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국가에 따라 주변국들과의 관계도 엮이게 된다. 중국을 선택하게 된다면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돌아서게 될 것이다. 경제와 정치 외교관계는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최대 무역국 가인 중국을 선택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양쪽을 오가는 노선은 오히려 양쪽에 미움을 살 가능성도 있다.
경제는 중국을 정치, 외교, 군사는 미국을 선택하는 부분적 취사선택이 가능한 설루션을 찾아보고, 미국과 중국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을 선택적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외교적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리더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현명한 비판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