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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사실주의적 과학과 인문학적 감성을 과학 에세이는 어떻게 연결했을지 궁금증을 던진 책이었다. 특히 생명 탄생의 기원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에 대하여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냉철한 연구 의식을 바탕으로 냉소적 비판을 거리낌 없이 던져낸다. 창조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생물학적 진화론인 다윈주의를 찬양하는 한 과학자의 이성주의적인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책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은 마치 인문학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큰 특징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며 도덕이나 윤리가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다윈의 진화론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위험 극복과 회피 또는 유리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진화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 되어있다는 것이 핵심 이론이다. 그런데, 인류의 머리는 문명화가 시작한 이후 동물적 진화를 뛰어넘는 뇌의 용량 증대로 이어졌으며, 인간처럼 동물의 뇌가 생태학적 진화론을 추월했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적어도 현 지구상에서는 그렇다는 예기다. 진화의 속도를 뛰어넘는 뇌 용량의 급속한 증대가 호모사피엔스에게 어떻게 나타났는지 의문이지만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진화론과 같은 과학적 이론들은 항상 객관적인 사실일까?
자연의 일부를 증명하고 여러 번 검증해도 항상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고 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지구를 떠난 다른 행성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테두리 안에서만 그렇다는 것을 때때로 무시하고 모른체하는 경우가 있다. 과학을 무기 삼아 정치, 사상, 문화적 가치관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있다.
천동설, 창조론, 중력 법칙, 열역학 등은 특별한 가정이나 조건 내에서만 가설되는 것으로 자연현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며 증명 방법과 결과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대체되고, 또다시 양자역학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연의 한계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선택적 진화론 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차별과 계급적 사회 현상에 대한 저자의 비판의식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생명이 수 만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생각한다면 절대적으로 생명의 고귀함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저자의 진심 어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신상 서류에 흑인 여부를 묻는 질문에 6대를 걸쳐 백인 조상이 있다 하더라도 흑인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데, 저자는 상당한 역겨움을 표현한다. 또한 저자는 동물을 지극히도 사랑하는데, 데카르트가 영혼이 없다는 이유로 동물을 산 채로 해부한 것을 비판하고 불꽃놀이가 개나 고양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지 말거나 한적한 곳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 생물진화론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 속으로 빠져들어 버렸는데,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과 경외감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