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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괴이 탐정단 - 두억시니 동굴의 비밀 ㅣ 바다로 간 달팽이 27
정명섭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정명섭 작가의 신작 청소년 소설 《조선 괴이 탐정단 - 두억시니 동굴의 비밀》은 “아이들 대상 청소년 소설이니 가볍겠지”라며 책장을 넘긴 어른 독자의 방심을 보기 좋게 깨뜨리는 작품이에요. 역사 속 실존 인물인 장영실과 세종대왕, 그리고 미스터리한 요괴 설화를 결합한 이 책은 탄탄한 서사와 오락적 재미, 그리고 묵직한 주제 의식까지 완벽히 갖춘 본격적인 추리소설이에요.
이야기는 부산 동래 관아의 공노비인 열두 살 장영실이 여동생 분희와 함께 심부름을 가던 중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정체불명의 ‘어둠’을 마주하면서 시작되요. 장영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동생 분희는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지요.
세월이 흘러 조선 전역에 기이한 일들이 빈번해지자, 세종대왕은 이를 전담할 특수 조직 ‘조선 괴이 탐정단’을 창설하면서, 비상한 머리를 인정받아 차출된 장영실을 필두로 광대 관탈야, 겸사복 이광평, 무녀 화섬, 도박꾼 강인손, 동궁별감 나운산, 여진족 전사 아륙, 퇴마사 황 도인 등 개성 넘치는 8인의 인물이 모여 첫 임무지인 경상도 동농골로 향하는 이야기죠.
세상에 장영실이 주인공이야!!!
실존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건 독자로선 재밌지만, 쓰는 작가는 엄청 부담되는 거라던데, 그러함에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작가가 단순히 요괴와 맞서 싸우는 일차원적 영웅담에 그치지 않고, 사건 현장의 작은 정황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집요함이 있더라구요. 집 주변에 새집과 거미줄이 없다는 사실에서 기이한 기운을 알아채는 무녀 화섬의 직관이나, 최해산에게 건네받은 화약을 활용해 위기를 헤쳐 나가는 장영실의 기지 등 퍼즐 조각을 맞추듯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진짜 짜릿합니다.
신분도, 출신도 다른 인물들이 각자의 장점과 능력을 발휘하며 어둠이라는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싸우는 모습이, 무슨 히어로물 보는 기분으로 청소년 소설이라는걸 생각할 수 없이, 몰입하게 만드네요. 서양의 판타지 요소도 보이는데, 그게 우리 고유의 두억시니 설화와 조화롭게 융합해서 이것이 한국적 판타지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해요.
더불어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도 있어요. 조선이라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노비라는 한계와 미지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과연 과거만의 이야기일까. 우리는 이보다 더 나은가, 현대인의 삶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불행과 억울한 사연을 품은 요괴들,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어둠’이라는 상징, 이게 과연 청소년 소설이 맞나 싶은 깊이였어요.
《조선 괴이 탐정단 - 두억시니 동굴의 비밀》은 흥미진진한 상상력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요즘 보기 드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수작이었어요. 올여름방학 이 책을 본 것만으로도 꽉차는 기분이네요. 정말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