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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쏙 친구 ㅣ 저학년 씨알문고 19
류미정 지음, 이수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어른들은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냥 다 같이 어울리면 되잖아"라는 말을 참 쉽게 한다. 정말 그럴까. 이 책을 읽어보면서 괜히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나를 떠올리며 씁쓸해졌다. 아니, 사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겪고 있는 인간관계의 고민들이 떠올라서 마음이 내내 찔리는 기분이었다.
유빈이는 축구와 피구처럼 몸으로 부딪히며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과 어울릴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 이건 유빈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그냥 유빈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런 것뿐이다. 그런데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게 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 뛰어놀 수 없게 된 유빈이는 심심함을 견디다 못해 평소라면 다가가지 않았을 여자아이들 무리에, 특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나에게 다가가 보려 애쓴다.
절대로 쉽지 않은 용기. 유빈이는 정말 최선을 다한다. 선물도 건네 보고, 엄마가 알려 준 대로 이야기도 잘 들어 주고 공감하는 척도 해 본다. 그런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아이의 세계에서 친구를 사귀는 일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어른들도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어서 억지로 그 친구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척하고, 말투도 따라 해 보고, 온갖 애를 써 본 기억이 있듯이...그리고 그 기억이 썩 기분 좋다기 보단 씁쓸한 기억이듯이 유빈이에게도 기분 좋은 경험이 아니었으리라. 그렇게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사이는 더 어색해지는 악순환이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게 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유빈이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걸 실패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모든 사람과 억지로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고 담담하게 말해 준다. 유빈이는 여러 번 낙담하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깨닫는다. 나답게 있을 때 더 즐겁고 편안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친구는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메시지가 참 담백하면서도 힘이 있다.
솔직히 어른이 되어서도 회사에서, 동네에서, 온갖 모임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와 친해지려 애쓰고, 또 실패하고, 그러다 정말 편안한 사람을 만나면 안도한다. 그러니 "친구 사귀는 게 뭐가 어렵냐"고 쉽게 말하는 어른들에게도 공감이 되는 책이다. 어린아이에게 친구 관계는 그 나이대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크고 진지한 고민 중 하나다. 그리고 그 고민은 어른이 된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해 준다.
친구 관계 때문에 마음이 복잡한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그 시절을 이미 지나온 어른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