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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궁궐 상식 - 구석구석이 색다르게 보이는 궁궐 탐방 가이드북 ㅣ 유쾌한 교양 수업
김문영 지음, 민효인 그림 / 블루무스어린이 / 2026년 2월
평점 :
아이를 데리고 궁궐에 가본 부모님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적인 장면이 아마도, 웅장한 근정전 앞에서 감탄하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다 똑같이 생겼는데 언제 집에 가요?"라며 발끝으로 흙바닥만 툭툭 치는 거죠.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 사이에서 생기는 이 간극은 하루 이틀로 메워지진 않을 겁니다. 우리는 역사 빡세게 공부한 세대라면, 아이들은 역사를 겉핥기 식으로 공부하고 넘기는 세대거든요.ㅠㅠ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역사를 포기하나 모르겠습니다.
이건 전부 어른들이 재밌고 중요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역사관련 책에 있어서 전 진심입니다. 그리고 이 궁궐상식은 제 관점에서 꽤 괜찮은 책이에요. 소위 '공부하는 책'의 딱딱함을 완전히 벗어던졌어요. 8~10컷의 생동감 넘치는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책 읽기를 숙제처럼 느끼는 아이들도 마치 만화책을 보듯 가볍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은 가볍느냐? 아니요. "임금님은 공중부양을 했나요?", "궁궐 지붕에 왜 포크가 달려 있나요?"와 같이 아이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던질 법한 엉뚱하면서도 날카로운(이걸 답하려 한 인내심에 찬사를 보냅니다)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어른인 저조차도 미처 몰랐던 잡상(지붕 위 장식)의 의미나 궁궐 바닥이 울퉁불퉁한 이유 등을 배우며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역사 공부를 꽤 열심히 했던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었던 용어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그런데 재밌는데 하며 읽게 하는 매력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그리고 종묘에 이르기까지 각 궁궐의 추천 관람 동선에 맞춰 구성되어 있어, 현장에서 바로 펼쳐 볼 수 있는 '실전 가이드북' 역할도 합니다.
특히 좋았던 점은 '활동 페이지'입니다. 궁궐 카드를 만들거나 퀴즈를 풀고, 직접 그려보는 과정이 있더라구요. 책 속에 담긴 비밀스러운 관찰 포인트 정보를 미리 체크하다 보면, 아이가 먼저 "엄마, 여기 가면 솥단지가 있대요! 같이 찾아봐요!"라고 아는 척을 하며 앞장서게 될 미래가 기분 좋게 그려집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공부는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지켜나가는 약속'이며, 궁궐은 참아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보물 상자라고요. 이 책은 그 약속을 즐겁게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셰르파 같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아이와 함께 이 책을 가방에 넣고 5대 궁궐 탐방을 떠나보려 합니다. 예전처럼 해설사의 설명에만 의지하거나 지루한 표지판을 읽어주느라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책 속 만화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아이의 눈에는 이름 없는 돌덩이가 '조선판 스핑크스'로 보이고, 평범한 다리가 '짐승이 숨어 있는 신비한 통로'로 보일 테니까요. 저도 엄청 기대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