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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마음이 아니야 - 조용한 아이의 마음에 피어나는 첫 번째 용기
바티스트 보리외 지음, 친 렁 그림, 최은아 옮김 / 길벗 / 2026년 1월
평점 :
어느 날 문득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이가 부쩍 자랐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머리에 든 생각들이 이젠 마냥 아이의 단순함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죠.
학교라는 낯선 사회로 첫발을 내디딘 아이들은 때로 사랑받고 싶어서, 혹은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서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꿀꺽 삼키곤 합니다. 분홍색을 좋아하지만 빨간색이 좋다고 거짓말을 하고, 축구보다 줄넘기가 즐겁지만 친구들을 따라 운동장을 뛰는 아이의 마음은 사실 조금씩 마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교육 전문가 최은아 선생님이 정성스레 우리말로 옮긴 『그건 내 마음이 아니야』는 바로 그런 아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따뜻한 마중물 같은 책이었습니다.

프란시스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아이입니다. 하지만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동안, 아이의 이름표 속 글자들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솔직한 언어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싫어” 혹은 “내 생각은 달라”라고 말하는 것이 어른에게도 참 어려운 일이고, 그게 이상한게 아니란걸 주장하게 된 것도 최근이었습니다. 하물며 세상의 전부인 친구 관계 속에서 자기다움을 지켜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까요.
가끔 아이가 하는 하소연이 대부분 친구와의 부딪침, 친구와의 갈등에서 나올 때마다 어른인 우리도 여전히 그 숙제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겁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응원해주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아니’라는 말이 그 자체로 충분하고 완전한 문장임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구태여 긴 변명을 붙이지 않아도, 내 마음이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스스로를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보호막을 갖게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교훈을 주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랑스 그림책 특유의 여백과 철학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듭니다. “프란시스코의 이름이 왜 사라졌을까?”, “너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니?”라고 묻는 과정 자체가 아이의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정서적 훈련이 됩니다.
결국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아이가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일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색깔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빛낼 때, 잃어버렸던 이름표의 글자들은 비로소 가장 선명하게 되살아납니다.
오늘도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 한구석이 체한 것처럼 답답했을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속삭여주세요. 너는 누구도 아닌 너일 때 가장 아름답다고, 너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도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돕는 가장 다정한 응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