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 - 성공하는 아이들의 글쓰기 습관
최서율 지음 / 들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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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글쓰기 숙제를 할 때마다 "엄마, 한 글자도 못 쓰겠어"라며 백지 앞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참 막막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찰나에 만난 이 책은 저에게 '글쓰기 교육'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어요.


가장 먼저 제 뒤통수를 친 문장은 "화자가 되어야 독자도 될 수 있다"는 구절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이의 문해력을 키워주려고 좋은 책을 '읽히는 것'에만 급급했거든요. 그런데 저자는 직접 글을 써보는 '화자'의 경험이 없으면 아무리 많이 읽어도 유능한 독자가 되기 어렵다는 거에요. 미국에 관한 책을 열 권 읽는 것보다 미국에 한 번 다녀오는 게 낫다는 비유를 보며, 글쓰기가 단순한 표현 기술이 아니라 독해력을 완성하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지우개'가 아이의 사고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가 단어 하나를 틀릴 때마다 지우개로 빡빡 문질러 지우는 걸 보며 깔끔하게 쓰라고 다그치곤 했는데, 저자는 오히려 지우개 없이 써보라고 제안합니다. 실수가 나온 그대로 글을 이어가는 용기, 그리고 그 서툰 초고를 버리지 않고 퇴고의 보석으로 삼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망한 인생이 없듯 망한 글도 없다"는 저자의 철학을 보며, 제가 그동안 아이의 글을 너무 '평가'의 대상으로만 대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했습니다.


구체적인 훈련법 중에서는 '요약, 비교, 해석, 견해'로 이어지는 단계별 법칙이 무척 실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막연하게 "네 생각을 써봐"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가 논리적인 골격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나침반을 얻은 기분이었어요. 특히 1970년대 소설을 추천하거나 필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대목에서는 현직 강사의 생생한 노하우가 느껴져 당장 오늘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실천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결국 이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앞으로의 시대는 정답을 맞히는 아이보다 자기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야기할 줄 아는 '크리에이터'의 기질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글쓰기는 그 기질을 키우는 가장 단단한 훈련이자, 아이와 부모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따뜻한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대치동이라는 수식어 너머에 있는 '아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사유의 힘'을 발견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아이의 서툰 문장들을 지적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아이만의 보석 같은 생각들을 함께 어루만져 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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