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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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속담에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시 산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다. 나 또한 대학교 1학교 때 첫 해외여행지였던 중국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님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4개 국어를 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중국어와 일본어 학원에 등록한 적이 있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가슴 설레는 일이었지만, 의욕이 앞서 부린 욕심은 학교생활과 병행 실패로 끝나고 말았고, 꾸준히가 답인 외국어 공부를 지속하지 못한 나는 지금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왕초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라틴어라니! 욕심의 끝은 정령 어디까지인지라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외국어 공부의 시작을 문법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언어 속을 들여다보면 한 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기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기보다 역사, 문화, 세계관 등을 함께 배우는 것과 같다.
라틴어는 번성했던 로마 제국의 언어로 다양한 나라와 여러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던 언어이다.

라틴어로 기록된 경구, 속담, 격언 등을 소개하며 그 유래와 역사적 배경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문장들이 기억 속에 더 오래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주제에 맞는 명구들을 배울 수 있는데, 그 문장 만으로도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 진정한 친구는 또 다른 내 자신이다.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하라. 죄가 없는 탐욕은 없다. 생의 한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문학이 없는 여가는 죽음이다. 또는 언젠가 들어봄직한 문구들도 눈에 띄었다. 예술은 길다. 인생은 짧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또 라틴어인지 모르고, 흔하게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라틴어 단어들도 있었고 그리 멀리 있는 언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소개된 문장 아래는 친절하게도 한국말로 발음이 적혀 있는데, 어설프게 나마 발음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라틴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착각에 학구열을 높여주는 효과까지 있는 것 같았다. 왠지 그럴싸하게 발음하며, 뿌듯해 하는 것도 재미라면 재밌었다.
라틴어의 기본, 알파벳 발음과 친숙한 라틴어 단어 등이 맨 뒷장에 잘 정리되어 있다. 또 부록으로 명사와 형용사의 곡용, 동사의 활용형 등도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으며, 라틴어 사전이나 라틴어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도 소개해주고 있다. 생소한 언어를 문법 위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와 함께 하는 공부법이기 때문에 그 접근 방식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아마 라틴어 공부의 첫걸음, 맛보기에 최적화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라틴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 단계에 읽어 본다면 딱 좋을 책인 것 같다. 사랑에 빠지기 전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더 알아가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처럼 읽고 나면 라틴어에 더 큰 관심이 생겨 푹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라틴어를 배우면 좋은 열 가지 이유
1. 영어 어휘의 50퍼센트 이상이 라틴어이다.
2. 현대 학문의 용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이다.
3. 법률과 논리의 언어이다.
4. 인간이 만든 가장 논리적인 언어이다.
5.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언어이다.
6. 전 세계에 라틴어의 후예들이 있다. 예)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7.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는 언어이다.
8. 기독교의 언어이다.
9.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언어이다.
10. 라틴어를 배우는 것은 자기완성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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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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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 사용법
출판 전 표지 디자인 투표가 독자들을 상대로 있었다. 그리고 책이 출간되어 나왔을 때 내가 한 표 던졌던 그 디자인을 곱게 입고선 세상에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 중 하나이지만, 괜스레 애정이 가는 책이 되었다.
책 속에 책이 등장하고 독서 노하우를 겸비한 책이며, 말랑말랑한 위로를 던져주는 에세이까지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았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부터 쿵 하고 와닿는 시를 만났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았던 것으로 보이는 비스와바 쉼보르카 시인의 <두 번은 없다>라는 시이다. 시를 읽는 순간 내가 한 행동은 꾹꾹 눌러 쓰며 필사를 한 것이고,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시와 거리감이 꽤 있던 나에게 의외적인 일이었지만 왠지 이 시만큼은 머리로 외고, 마음에 새겨두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은 두근거림은 안겨주었다.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렸을 때
네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로 위로받은 사람이라면 이번 책은 더없이 반가웠을 것 같다. 저자는 1년에 500권이라는 어마어마한 독서량이 말해주듯이, 책을 통해 위로를 건넸다. 작가가 만난 많은 문장들은 차곡차곡 수집되어 인생의 문장들로 다듬어졌고,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왔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사고부터 일상에서 소소하게 겪을 수 있는 일까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상 위에 위로의 말을 살포시 얹어주었다. 건네는 위로는 책 속의 밑줄일 수도 있고, 저자의 경험과 생각들이 주는 토닥거림일 수도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밑줄을 긋는 부분이 다르 듯 저자의 위로는 담담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툭하고 붙잡고 있던 슬픔을 놓쳐 눈물이 핑 돌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슬프면 슬픈 대로, 감정이 넘쳐흐른다면 넘치는 대로 지금 본인의 감정에 충실해도 괜찮다고, 그게 눈물이든 기쁨이든 다 괜찮다고 말이다.

 

나를 지나간
내가 지나간 세상 모든 것들에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어서
당신을 만난 거겠다.
- 이병률, 묻고 싶은 게 많아서

 

그저 그 사람 곁에 있어주세요. 말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에는 특유의 온도가 있어서, 약해진 사람에게는 얼음처럼 박힐 때가 많아요. (...) 가장 좋은 건 그냥 안아주는 겁니다. 가장 큰 위로는 말이 아니라 함께 한 많은 '그냥'들로 증명됩니다. / 98

 

"인간 만사에서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평균적 행복이란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닌 타인의 취향에 나를 대입한 것일 뿐이에요. / 147

 

삶이 규칙적이고 단순해서 뇌가 선택이라는 값비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어질 때, 우리 뇌는 전혀 다른 일을 하기 시작해요. 비슷한 것들 속에서 '다른 것'을 찾아내기 위해 작동하는 거죠. / 181

 

희망이라는 말은 꼭 희망 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그걸 기억해야 해요. 바람이 불고 나무가 흔들려도, 삶은 계속될 테니까요. / 251


어느 정도의 온도가, 어느 정도의 거리가 우리에게 적당한 걸까요?
자신만의 색으로 위로를 건네는 백영옥 작가의 그 시선이, 마음이 참 따스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감성으로 잘 다듬어 내놓은 위로들, 찬바람에 옷깃을 야무지게 여미게 되는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책인 것 같다. 중간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따스한 느낌의 일러스트와 문장들 사이에 빼꼼히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그림들까지 더없이 온기로 차곡차곡 채워주는 느낌이 좋았다. 나 또한 책을 읽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게 되면 주저 없이 필사나 흔적을 남겨두는데,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밑줄 친 이유 등을 함께 남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밑줄 처방전을 전해주는 작가처럼 나는 나만의 밑줄 처방전을 만들어 보는 것도 내 마음을 다독여 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한 번 읽고, 책장으로 바로 넣어놓지 않았다. 머리맡에 두고 생각이 날 때 무심코 펼쳐 마주한 글을 읽어보았다. 처음과는 다른 문장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는 걸 보면, 한동안 머리맡 자리는 이 책이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 사람 때문에 변해가는 자기 모습이 절망스럽다면, 그런데도 지금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사귀는 게 아니라 헤어지는 중이라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다면, 당신은 지금 나쁜 연애에 중독된 겁니다. / 25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 던지는 많은 질문에 평생 답하며 살아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오답이라도 말이죠. / 37

 

그냥 지금 네 모습 그대로 있는 건 어때? 외롭고, 아무것도 확신 못하고, 조금은 불안한 대로. 그렇더라도 조금은 행복하지? / 69

 

사과를 두 개 가진 사람이 행복할까요, 사과를 한 개 가진 사람이 행복할까요? 물론 한 개가 되었든 두 개가 되었든 그걸 깨물어 먹으며 사과를 먹는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하겠죠. / 151

 

행복의 다른 이름에 대해 생각했어요. 고마움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귀함을 아는 마음. 주위에 이미 존재하는 행복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예민한 더듬이를 가지고 싶습니다. /152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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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잊어버린 것 - 마스다 미리 첫 번째 소설집
마스다 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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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어리다고 할 수 없는 여자들의 쌉싸래한 열 가지 사랑 이야기
공감 가는 글귀로 채워진 만화와 에세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첫 소설 집이 새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주었던 수장은 잠시 넣어두자!
관능적인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써 내려간 사랑 이야기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성숙한 여자들의 핫한 일상부터, 소소한 일상, 질투나 불륜처럼 흔하게 또는 은밀하게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특유의 담담함으로 일상 위에 잘 얹어놓았다. 짧은 단편들의 모음집이라 짧은 호흡으로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가기에도 좋다. 소설 속 내용들이 만화 컷으로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덤이다. 그전에 접했던 마스다 미리 작가의 느낌과는 너무나 낯설고 핫한 시작이라 새롭기도 하고,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그 사람의 이미지라는 게 단면적인 모습만 보고 내가 한정 지어 이런 사람!이라고 섣불리 규정지어 버린 건 아닌지 반성이 되기도 했다. 나 또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결론을 지어 버리다니..
책 제목이기도 하고 첫 번째 이야기도 한 <5년 전에 깜빡 잊어버린 것>은 전 직장에서 좋아했던 남자를 우연히 만나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한껏 예쁘게 꾸민 날 만난 그 남자는 여자에게 호감을 표하고, 그녀는 대화로 그 남자를 유혹한다. 역시나, 남자는 계획대로 그녀에게 훅 넘어가지만, 그녀는 역 앞에서 그를 처음 발견한 순간부터 세웠던 계획대로 한다. 5년 전, 딱 한 번 가졌던 술자리에서 들었던 그 말이 줄곧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하고 술 마시는 거 같네." 난생처음 막차를 도 놓치게 되고, 장거리라 택시비 생각에도 나지만 5년 전 하지 못했던 통쾌한 복수를 해 준 것 같아 나까지 웃음이 났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5년 전 불륜이라도 괜찮다! 그 사람이라면 이는 게 영~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바람둥이였던 그에게 한방을 먹인 건 다시 생각해도 통쾌한 일이다.
열 편의 짧은 소설들을 모아 둔 책으로 각기 다른 소재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서 야기는 진행된다. 누구나 흘려보내는 평범한 일상의 일부라는 식의 덤덤함에 뒤로 갈수록 내가 알고 있던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내심 반가웠다. 야함이 훅 치고 들어오기도 하고, 일탈이나 삶의 고단함, 인생에 대한 여백까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고, 결혼 전 남녀 간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부부관계, 나와 나의 관계, 가족이란 이름 안에 엄마 이야기까지 20대 후반에서 30대 이상까지 적지 않은 공감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았다. 가볍게 읽고, 가볍게 넘겨버릴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그 안에 묵직한 주제들이 와닿는다면 반대로 읽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그녀의 만화로 마무리된다. 제일 기억에 남는 쌍둥이바람꽃이라 그런지 더 기분 좋은 마무리였지 않나 싶다. 마스다 미리의 색다른 면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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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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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결혼도 아니고 최고의 이혼이라니? 헤어짐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더니 잘 헤어지는 부부의 이야기 인가? 근데 연인의 헤어짐도 아니고, 부부 사이에 잘 헤어진다는 게 존재할 수 있는 건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흥미로운 제목이 아닐 수 없었다.


2013년 시청률 2위를 했다는 일본 드라마'최고의 이혼'이 소설책으로 변신을 했다. 그리고 2019년 10월 8일 차태현, 배두나 주연 '최고의 이혼'이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유쾌한 차태현님과 매력적인 배두나님의 만남이라 기대가 되는 드라마였는데, 이렇게 책으로 먼저 만나보게 되니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지 더 궁금해졌다.

결혼에 대한 소소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충격적인 시작이었다. 결혼은 아무래도 현실이고, 신혼에는 많은 다툼이 있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크고 작은 다툼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 다툼 안에는 애정이 바탕으로 깔려 있는 상태이고, 그 일들로 두 사람은 더 돈독해지는 뭐 그런 게 결혼 생활 아니었나? 결혼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고통스러운 병이며 고문이라고 하염없이 아내인 유카를 향한 불평 불면을 쏟아내는 하마사키 미쓰오
홀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결혼을 포기하는 유카
취미도 성격도 정반대인 이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늘 다툼의 연속이었다.  서로 다른 언어로 티격태격하며 상처를 주고받는 미쓰오와 유카는 홧김에 작성한 이혼 신청서를 유카가 제출하면서 결국 법적으로 남남이 되는 이혼을 하게 되지만, 사정상 한 집에서 남남이 된 채 같이 지내게 되는데?!

 

결혼의 계기가 된 동일본 대지진이 있던 날 유카의 기억 속 그날은 조금 더 특별했음을 알게 돼서 그런지 별다른 추억도 없이 그저 어쩌다 보니 지진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됐다고 말하는 미쓰오가 참 야속하게 느껴졌다. 남으로 살다 결혼이란 단어로 우리가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과하거나 너무 부족해도 문제다. 그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들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여 부부가 되었지만, 다시 남이 된 미쓰오와 유카.
료가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법적으론 남이지만, 부부처럼 지내는 아카리와 료
사실 최고의 이혼에 등장하는 두 남자 주인공은 내 기준에선 정말 매력 0%, 호감도 0%이다. 공감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을 예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사소한 일에도 잔소리가 먼저이며, 다른 여자에게 아내의 불만을 쏟아내는 남편이라니..
결혼에 마음은 없지만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아카리 때문에 혼인 신고서를 작성했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서인지 제출을 하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말하지도 않은 채 지내는 료는 바람둥이다. 그렇다고 아카리와 헤어지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걸 알면서도 어릴 적 본 엄마의 모습이 되기 싫어, 괜찮은 척, 쿨한척하는 아카리도 역시 답답하다. 이런 답답한 상황들과 캐릭터들의 연속이지만, 나는 쉽게 책을 덮지 못했다.  

 

그들의 관계 변화와 결말이 궁금해진 것도 있었지만, 지금 느끼는 답답함을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아쉽게도 1편에선 답답함을 가득 안겨주며 끝나버렸지만, 2편에선 펑 뚫리는 사이다 같은 상황이나 대사들이 만무하기를 바란다.
어느새 그들의 일상에 깊이 발을 들여놔 버린 나는 다시 관계가 회복되는 결과든 서로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각자의 행복을 찾았으면 하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의 상처 한 개쯤 품고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사랑이 되어주는 해피엔딩을 꿈꾸는 나이기에 이 책의 주인공들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갈등 투성이인 채 끝이 나버린 최고의 이혼 1, 이기에 다음 이야기가 빨리 보고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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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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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
아들러 심리학의 일인자이자 철학자이며 <미움받을 용기>로 잘 알려진 기시미 이치로의 책으로 나이 오십에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 작가는, 수술을 위해 잠시 심장이 멈춰야 했던 그 사건을 계기로 '나이 듦'에 대해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을 얻게 된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젊음이라는 단어의 반대말처럼 느껴지는 '나이 듦'은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언니들이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이 봤을 때, 내 젊음이 부럽다는 말을 듣지만, 나보다 한참 어린 동생들을 만났을 때 나이를 먹었구나 느끼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나이 듦'이란 직접적인 나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인생에 대한 고찰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코앞의 인생보다는 멀리 보는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어른스러운 단어로, 조금 더 어른스러운 조언들로 가득 채워져있었다.

 

나이 듦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 후반생은 훨씬 즐거워질 겁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축척해 온 것을 전부 집약하여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 어떤 평가를 받든 개의치 않고 배우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시절보다 사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34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는 요즘 '마흔에게'는 나이 듦과 부모님 그리고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따뜻한 조언들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늘 멀리 두고 외면하고 싶었던 단어 '죽음' 누구에게나 갑작스레 찾아올 수 있지만, 그것이 내 주변에서는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항상 생각한다. 요즘처럼 안 좋은 사건 사고가 많이 생길 때에는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한때 마지막 인사가 될 수 있는 유언장 작성을 해보는 일이나, 자신의 장례식을 가상으로 경험해 보며 자신의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의욕을 보여주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삶에 대해 더욱더 소중하고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작가는 젊었을 때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중년의 나이를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나이를 먹는 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이후의 일은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뺄셈이 아니라 덧셈으로 산다
아들러가 말하는 '건전한 우월성의 추구'에는 이상적인 모습에서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감점법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을 하나씩 더해가는 가점법으로 평가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책들이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이 책에서도 말하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그만큼 중요하지만 쉽게 잊히고 지나치게 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반복적으로 읽고 또 읽어 자연스레 배어들었으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마흔 살이 된 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누구나 꿈꾸는 평범한 삶을 꿈꾸는 나는 꾸준히 앞을 향해 걷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만의 색과 빛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내 주변에 있는 본인만의 빛과 색으로 반짝이는 언니들처럼 말이다!

"자신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 / 192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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