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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1
라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6월
평점 :
네이버 일요 웹툰 별점 1위,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웹툰이라고 손꼽히는 '내일'이 단행본으로 찾아왔다. 화면보다는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나로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나처럼 읽었던 책도 다시금 꺼내보는 사람에게는 소장할 수 있다는 매력은 크게 다가온다. 더군다나 모니터에서 보는 것보다 더 시원시원한 프레임으로 재 수정된 부분은 사소하지만 크게 다가오는 배려이므로 감사할 따름이다.
한국은 2010년부터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안타까운 마지막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좋았을 건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 그 순간 누군가 알아채줬다면, 누군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손 내밀어 줬다면 그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씁쓸한 기분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던 중 내일에 등장한 저승차사는 무척이나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요즘 말하는 금수저 집안에 스펙도 빵빵하고, 인간관계도 무척 좋고, 모든 것을 다 가 췄지만 취업만은 안되는 취준생 최준웅은 우연히 지나던 그곳에서 저승차사들과의 사고에 엮이면서 저승 독점기업 주마등 특별 위기 관리팀의 계약직 막내로 일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예전엔 저승사자라 하면 검은 도포에 갓을 쓴 이미지였다면, 드라마 도깨비, 신과 함께를 겪으며 저승차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도 꽤 많이 변했다. 은근 귀엽고, 상당히 인간미 넘치게 그려진 것도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명을 다했을 때 저승으로 인도하는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내일에 등장하는 저승차사들은 매력도 넘치고 개성도 넘치고 하는 일도 특별하다. 바로 스스로 인생의 마지막을 결정지으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살펴봐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다른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힘듦의 연속이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절박함을. 다시 한 번 힘을 내 살아갈 수 있게, 마음을 다 잡을 수 있게 공감해주고, 들어준다.
따돌림으로 인해 학교생활의 하루하루가 버거운 중학생, 하지만 엄마가 가슴 아파할까 봐 혼자서 삭히며 버텨가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무심코 던지는 상처의 크기는 죄책감이 없어 보여 더 잔인하고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졌다. 현실을 이보다 더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 엉킨 상처와 아픔을 풀어가는 방식에 통쾌하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지만 뻔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한다고 꼭, 용서를 해줘야 하지 않아도 된다 말하고 있었다. 상처 입은 피해자가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은 것이다. 용서할 마음이 없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말 한마디로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처럼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과받을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그때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것이다.
코믹하기도 하고, 개성 넘치는 각각의 캐릭터들의 등장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무거운 주제만큼이나 묵직한 위로와 코끝이 찡한 진한 감동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드라마화가 확정이라고 하던데, 어떤 배우들이 어떤 모습으로 지금의 감동을 다시금 전해줄지 기대가 된다.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