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늑대가 파랗게 된 날 세상의 빛깔들 44
질 비주에른 지음, 로낭 바델 그림, 변광배 옮김 / 서광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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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늑대 시리즈 그림책을 보며 만화 작가이자 여행을 좋아한다는 질 비주에른 글 작가의 스토리텔링의 원천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화식의 그림같기도 하고 무서운 늑대를 전혀 무섭지 않고 친근하고 측은하게 느끼며 웃음이 나오도록 구성하였고, 토끼를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찾는 즐거움과 글씨에도 감정을 깃들여 놓아 위트있는 그림책입니다. 만화의 펜선과 수채화의 절묘한 혼합이 그림그리는 선의 기법을 유심히 관찰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늑대는 바로 먹잇감을 잡아먹지 않고 나름의 머리를 써서 기다리며 염소, 수탉, 당나귀 등을 만나 유인작업을 펼칩니다. 비가 오면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지도 모른채 먹잇감이 도망갈 시간을 주게 되고, 자신은 오히려 무서운 곰의 먹잇감이 된다는 것도 뒤늦게 알고 쫓겨 달아나는 신세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리석어 보이는 늑대가 안쓰럽게 느껴지게 순간 강자와 약자의 관계성에 대한 상황적 맥락의 중요성도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줍니다.

 

멋진 식사 파티를 꿈꿔왔지만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늑대를 보며 우리의 삶도 최선과 차선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어쩌면 우리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힘들어하는 우리를 보며 타인은 어리석고 안쓰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꼬물거리는 개미를 삼키며 신세한탄을 하더라도 먹잇감을 놓쳐서 속상하더라도 배고픔을 받아들이거나 배고픔을 위해 새로운 이벤트를 꿈꾸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배고파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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