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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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는 치명적인 사건들 앞에 노출된 우리의 취약성이야말로 우리의 보편적 공통성이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 p.012

미스터리라는 공적 이로움 혹은 기능에 대한 고찰은 그저 흥미를 추구하기 위한 독서라는 독자의 행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이 책, <이유장>의 의미를 높이 사고 싶게만 합니다.
그리기에 비평가로서의 박인성 문학평론가와 함께 기존 미스터리 장르의 결과물들을 여러 측면으로 들여다보고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적 풍모(!)마저 보입니다.

"법에 대한 신뢰가 혼들리는…,또한 법적 진실과 그 사회적 의미가 더 이상 강력한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세계에서, …필연적으로 전혀 다른 정체성의 수수께끼와 씨름하게 된다."
- p.025

미스터리 장르가 그저 뚝 떨어진 창작이 아니라, 창작자 혹은 수용자가 발디딘 현실을 통해 작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끌어와서 설명하는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등은 그렇게 출발점의 시의성과 도착점의 시의성이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장착하게 됨을 말해줍니다. 그런 필연성이 만들어낸 전혀 다른 정체성의 수수께끼와의 씨름, 이것이야 말로 미스터리의 본령이지 싶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히어로물이 현대적인 자경단 서사, 더 시간을 뒤로 되돌리면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프론티어 신화와 맞물려있다.”
- p.036

그런가 하면 셜록 홈스에서 제임스 본드로, 다시 이단 헌트로 전이되면서 전통적인 탐정이 어떻게 역사의 흐름에 올라타면서 그 외양과 내양이 변화하게 되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사회적 장르’로서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더불어 냉전시대 이후 미국 중심의 자국 안보로 국한된 소재를 <제임스 본> 시리즈를 통해 한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적을 내세우면서 발전해나가는 과정도 공감할 수 있는 제시였습니다.

“한국 미스터리들이 봉착한 어려움은 멜로드라마와 범죄 심리라는 편리한 두 갈림길 사이에서 ‘와이더닛’의 장르적 물음을 다른 장르적 문법에 손쉽게 위임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 p.084

한국 미스터리들에 대한 경계를 지나쳐, 그렇게 사회적 장르로의 미스터리를 지나, 오컬트, 역사 미스터리, SF 미스터리, 게임 미스터리를 통과해낸 <이유장>은 마지막 3부에서 K-미스터리에 집중 할애하면서 전에 없던 한국 미스터리 장르의 현재를 작품들 중심으로 자근자근 씹어서 독자들의 소화를 도와줍니다. 아주 맛있게 말이죠.

“시민의 욕망을 대변하며 피해자들의 구원을 수행하는 자경단은 저마다의 법정에서 가해자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법관이 된다. 과연 이 시대에 미스터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 p.161
<이유장>에서 언급되는 작품들 외에, 최근 개봉, 공개된 <베테랑 2>,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 <비질란테> 같은 결과물들은 이 시대가 직면한 공적으로 동의된 권력과 판단 기구들에 대한 불만이라는 거대 담론이 만들어낸 자경단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류 속에서 미스터리가 독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환기해야하는 기능적 책임감을 제시하며, 이로써 책임에 대응하는 응답-가능성으로 풀어내 보입니다.
그리고 황세연과 박소해, 배상민과 정세랑, 정유정과 송시우, 이은영, 홍선주. 반가운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의 나무들을 헤집고 나아가면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우리나라 미스터리의 숲을 한눈에 조망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지향의 미래를 응원하는 따스한 마음으로 대단원을 내립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미스터리 장르를 즐기는 가장 순수한 시선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적인 미스터리의 현대적인 이야기는 보이는 그대로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여야 한다.”
- p.249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침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말했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의 재증명과 같은 이 낭보는, 그렇게 우리 미스터리 창작물에도 무한 증식하는 포자처럼 다시금 이 땅을 딛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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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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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은 프라하라는 도시를 소개하는 최유안 작가의 삐끼(?)책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어느새 달력과 항공.호텔 사이트에 들어가서 체코 프라하로 떠날 날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마성의 꼬득임을 단단한 문장에 담은 감성으로 펼쳐놓으니 이건 정말 속수무책 지름신의 강림의 현현입니다.

 

이 글의 초고 대부분은 2023년 여름에 프라하의 트르지슈테 거리 쇤보른 궁전의 카프카 작업실이 보이는 건물에서 썼다.”

- p.13 프롤로그

 

작가는, 그러니까 프라하의 여름과 그 공간의 공기에다가, 무려 카프카까지 저며 넣는 초고수의 비법을 써서 이 프라하 여름 낮의 하늘을 닮은 듯한 연한 블루의 갸름한 모양의 책을 독자들의 무심한 마음의 호수에 투척한 것입니다. 카프카라니!

 

내가 처음 카프카를 만난 건, 아마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저 유명한 <변신>이라는 미스터리 호러 SF 영화 같은 느낌의 소설이 처음이었습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신세로 잠자리에서 깨어나는 꿈을 예닐곱 번은 꿨던 것 같은 그 소설의 모티브는 참으로 다양하고 여러 장르들을 섭렵하며 비카프카적인 순간에서도 마주하게 되는 마력이 있다 싶은 기억의 중학교 시절을 지나고 그렇게 카프카는 독특한 이름,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똑같은 이효리 같은, 덕분에 입에는 오래 맴돌았지만 금새 잊혀졌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시절 우연히 시간 죽이느라 들어간 종로의 한 비디오방에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비디오방 사장님이 나름 씨네필이셨음이 분명하지 싶은데, 추천 비디오 중에 <카프카>가 있었고, 너무나도 멋진 제레미 아이언스가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느와르풍 거리를 달려가는 커버에 그만 선택을 했습니다. 이게 무슨 스토리인가 싶게 카프카의 현실과 자신의 소설 속 세계를 오가는 뭐 그런 영화였는데, 이게 또 묘하게 뇌리에 각인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로 그야말로 혜성과 같이 등장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1991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작품이었고, 젊은 감각과 예술적 치기가 적당히 버물어진 괴작이었다는 평단의 평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DVD로 구매해서 몇 번이고 다시 봤던, 그렇게 카프카와 그의 작품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아갔던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계단은 멈추지 않고, 솟아오르는 너의 발아래에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다.”

- p.73

 

그러니까 이 책에서 최유안 작가는, 체코 프라하를 카프카라는 오브제를 끼얹은 추천 산책코스를 문장이라는 맵으로 정성스레 보여줍니다. 이 속에는 영화 <카프카>와 비슷하게도 카프카의 이야기도, 프라하의 이야기도, 그리고 최유안 작가의 이야기도 길목 마다 도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길을 잃게 내버려두지 않는 작가의 예의 착한 마음씨는 그렇게 독자에게 이정표처럼 시의적절하게 등장하니 걱정은 금물입니다.

 

“21-14-21. 그가 묻혀 있는 곳에는 색색의 꽃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중략)...그의 묘지 앞에 놓인 벤치에 한 프랑스 남자가 앉아 프랑스어로 된 그의 글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 p.144

 

이번에는 집 전체가 아니라 건물 전체의 소음이 오로지 자신의 방으로 집중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웃들에게 단 한 마디 불평도 못 한 채, 그는 자신이 집을 포기하는 쪽을 선택한다.

, 카프카.”

- p.252

 

카프카의 작품들은 내겐 불편한 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친절하게 그의 작품과 그의 삶, 그리고 프라하를 잘 한번 걸어볼 마음을 먹게 해주는 친절함에 절여져 있습니다. 맛있는 다섯 산책길을 작가를 따라 걷고 나면, 이제 조금 카프카가 아니라 카프카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니까, 내년에 언제가야 항공권이랑 호텔이 쌀까? 유로화 환율이 요즘 어떻더라...

 

#카프카의프라하 #최유안 #최다니엘 #프라하 #소전서가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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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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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쓰레기의 세계사>를 읽어 나가면서 개인적으로 세 번 놀랐습니다. 쓰레기라는 단일 주제로 이렇게 체계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현재에 이르는 우리 인류의 역사가 다름 아닌 쓰레기의 역사였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방대한 자료들을 조사하고 분석한 저자의 노력의 단면으로 책의 맨 마지막을 차지하는 50페이지가 넘는 ‘주석과 참고문헌’의 방대함이 그 세 가지 놀람이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근대 이전, 산업 시대, 대량 소비 시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에서는 쓰레기에 대한 당대의 정의와 각 도시가 쓰레기와 공존한 방식,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처리한 방식, 그리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를 다루고자 한다.”

- p.19 들어가는 말 中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오버랩 되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몇 해 전에 넷플릭스 공개된 다큐멘터리가 한참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씨스피러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는데, 특히 해양 쓰레기 문제에 대한 데이터에 감춰진 이야기 혹은 음모론에 대한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환경단체들과 방송들에서 캠페인하는 플라스틱 빨대, 1회용 플라스틱 컵,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서 환경, 특히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자며 떠들어대고 관련 영상과 이미지들의 이면에 숨겨진 어업 등 산업계의 어마어마한 바다오염 지분율을 보고 있노라니 개개인의 노력의 무상함을 느꼈달까, 뭐 그런 생각으로 착잡함을 안겨줬던 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 <쓰레기의 세계사>는 저자의 표정은 제거하고, 물론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의 저자의 표정은 무척 상상 가능하지만, 오로지 건조한 역사서와 보고서의 모양새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1부. 근대 이전, 2부 산업 시대 부분에서는 몰랐던 사실과 그 배경적 지식을 알게 되는 즐거움은 있었으나 흥미를 끌기에는 너무 멀리 있거나 지나가버린 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3부에 이르러서는 1부와 2부의 정보들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지금 여기 우리의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로 눈 앞에서 전시되는 느낌으로 책의 내용에 빠져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법을 조언하려는 책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뛰어난 전문가들이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쓰레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은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 p.368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미 예상가능한 결론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마지막 결론은 있으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시도들과 그로 인한 결과들을 제시하지만 어느 것 하나 뚜렷하고 획기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또 그렇게 열린 결말(?)로 이 책은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될까, 는 어쩌면 전 인류가 개별 국가나 그룹들이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시도하고 또 실패하면서 점점 더 지속 가능하고 유의미한 방향으로 수렴해가야 하는 것, 이렇게 현실을 인식시키고 또 움직이게 하는 것 정도가 이 책의 결론이 되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활용 쓰레기를 바리바라 싸들고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출발합니다, 오늘도.



#쓰레기의세계사 #로만쾨스터 #김지현번역 #흐름출판

#문명의거울에서전지구적재앙까지 #미래에게빌려쓰는지구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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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역습 - 모든 것을 파괴하는 어두운 열정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사람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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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중동지역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기사들, 감각적으로 무뎌져만 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몇 년째 계속되는 전쟁의 이야기들, 세계 각지에서 들려오는 총기사고, 인신매매, 유색인종 차별 테러, 차별반대 시위 등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하루하루를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현재 서있는 우리나라도 끝없는 증오의 범죄들은 그렇게 크던 작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인터넷과 뉴스의 기사거리로 등장했다가 휘발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인 저자는 40년간의 임상 경험과 500여 명의 범죄자 프로파일링으로 누적된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서, 우리 안에 끝없이 재생산되는 증오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무형의 감정이자 어떤 태도이자 현상인 ‘증오’를 학문적으로 접근해보겠다는 쉽지 않은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생각을 적어내려간 프롤로그는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위한 꽤나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나는 증오를 증오한다.... (중략) ... 이 짧은 문장은 증오가 아무리 aly하고 복잡한 감정일지라도, 그것에서는 티끌만큼도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 p.008, 프롤로그 中


라인하르트 할러는 그렇게 증오를 응시하기 위해서 총 열다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 다양한 모습의 증오를 보여주고,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 파괴하는 인생을 멈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침까지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몰두해서 읽었던 부분은, 시의적으로 더욱 다가왔던 챕터 12의 ‘디지털 분노-파괴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부분이었습니다. 양날의 검과 같이 우리 세대에 등장했던 World Wide Web, 즉 인터넷은 소통과 결속의 강력한 도구이면서, 또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향하는 칼끝이 되어 처절하고 신랄한 증오의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공감 능력을 상실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허약하고 불만스럽기만 하던 자아를 순간이나마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은 명백한 착각이다. 인터넷은 긍정적 공감을 무색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메시지 수신자의 실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목적을 의식하고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커뮤니티는 공감보다 이해타산을 앞세운다.”

- p.228~229


문제들만 계속 변형 양산되는 증오 이슈에는 정말 해답이 없는 건가? 저자는 다각도의 ‘증오로 얼룩져 가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법’을 제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실현될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증오를 극복하는 일은 문명사회의 가장 중요한 지향이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여덟 가지 단계를 제시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1. 금기를 깨는 솔직한 대화

2. 증오와 그 후유증의 계몽

3. 공격성의 승화

4. 극단적 언어의 순화

5. 창피 주기라는 야만적 행태의 척결

6. 나르시시즘에 물든 사회의 극복

7. 존중의 정립

8. 공감 능력의 장려


이 여덟 가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장은 여러 종교와 철학에서 비슷하게 이야기되는 하나의 문장,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납을 대접하라.” (성경 中)


그렇게 나 먼저, 우리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증오를 이겨내는 마음, 사랑을 장착해가는 개인과 사회가 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증오의역습 #모든것을파괴하는어두운열정 #라인하르트할러 #책사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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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단장해드립니다, 챠밍 미용실
사마란 지음 / 고블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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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그려지듯 훑어내며 보여주며 들려주는 펠리치따 오피스텔. 그러니깐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어떻게 구하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저의 첫 월세방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저 2호선 신촌역이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는 거리적 장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왜, 어쩌다 그런 단칸방을 자취방으로 고른 것인지 지금도 스스로 이해가 안되는 500에 25만원 하던 그곳. 그렇게 펠리치따와 그곳의 인물들을 따라가노라니 금새 내적 친밀감이 생겨버렸고, 이내 현월동 주민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말해도 탈이 나지 않을 적당한 거리의 낯선 사람이 필요한 자들이 모여드는 공간. 산 사람에게나 죽은 사람에게나 미용실은 그런 곳이다.”
- p.38

그렇게 미용실 주인 챠밍, 복덕방 주인 도깨비, 판과의 메신저 말하는 고양이 플루토, 판, 수면구슬, 영물이 되어버린 늙은 개 해피는, 영일 슈퍼 할머니, 비너스 호프, 지물포, 펠리치따 오피스텔, 언덕 위 꿈공장과 생과 사를,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쓰며 희노애락이 그 관계들 사이를 스쳐 지납니다. 어릴 적 TV에서 봤던 <한지붕 세가족>의 알콩달콩, 시끌벅적하던 그 골목길을 공유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회 초년생 시골청년의 서울살이 하던 그 나즈막한 언덕의 신촌로터리 골목 동네가 떠올랐습니다.

<챠밍 미용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등장하는데, 몇 개의 슴슴한 문장만으로 인물들의 삶을 담백하게 구축하고 그 삶들의 현재에 쓰윽 독자를 도착시키는 작가의 입담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나게 따라갈 마음을 지니게 해줍니다. 그래서 시리즈물로 나아갈 토대와 설정을 잘 구축해놓은 <챠밍 미용실>은 그래서 영리함이 느껴지면서도 정감 가득한 독특한 ‘사마란 월드’를 하나 더 구축해냈습니다.

때마침 문이 열기고 손님이 들어왔다. 미소를 활짝 보인 챠밍이 애써 밝게 외쳤다.
“어서 오세요. 챠밍 미용실입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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