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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평점 :
이 책 <쓰레기의 세계사>를 읽어 나가면서 개인적으로 세 번 놀랐습니다. 쓰레기라는 단일 주제로 이렇게 체계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현재에 이르는 우리 인류의 역사가 다름 아닌 쓰레기의 역사였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방대한 자료들을 조사하고 분석한 저자의 노력의 단면으로 책의 맨 마지막을 차지하는 50페이지가 넘는 ‘주석과 참고문헌’의 방대함이 그 세 가지 놀람이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근대 이전, 산업 시대, 대량 소비 시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에서는 쓰레기에 대한 당대의 정의와 각 도시가 쓰레기와 공존한 방식,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처리한 방식, 그리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를 다루고자 한다.”
- p.19 들어가는 말 中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오버랩 되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몇 해 전에 넷플릭스 공개된 다큐멘터리가 한참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씨스피러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였는데, 특히 해양 쓰레기 문제에 대한 데이터에 감춰진 이야기 혹은 음모론에 대한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환경단체들과 방송들에서 캠페인하는 플라스틱 빨대, 1회용 플라스틱 컵,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서 환경, 특히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자며 떠들어대고 관련 영상과 이미지들의 이면에 숨겨진 어업 등 산업계의 어마어마한 바다오염 지분율을 보고 있노라니 개개인의 노력의 무상함을 느꼈달까, 뭐 그런 생각으로 착잡함을 안겨줬던 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 <쓰레기의 세계사>는 저자의 표정은 제거하고, 물론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의 저자의 표정은 무척 상상 가능하지만, 오로지 건조한 역사서와 보고서의 모양새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1부. 근대 이전, 2부 산업 시대 부분에서는 몰랐던 사실과 그 배경적 지식을 알게 되는 즐거움은 있었으나 흥미를 끌기에는 너무 멀리 있거나 지나가버린 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3부에 이르러서는 1부와 2부의 정보들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지금 여기 우리의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로 눈 앞에서 전시되는 느낌으로 책의 내용에 빠져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법을 조언하려는 책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더 뛰어난 전문가들이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쓰레기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찾은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 p.368
다만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미 예상가능한 결론이기도 했지만, 이 책의 마지막 결론은 있으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시도들과 그로 인한 결과들을 제시하지만 어느 것 하나 뚜렷하고 획기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제시하고 또 그렇게 열린 결말(?)로 이 책은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될까, 는 어쩌면 전 인류가 개별 국가나 그룹들이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시도하고 또 실패하면서 점점 더 지속 가능하고 유의미한 방향으로 수렴해가야 하는 것, 이렇게 현실을 인식시키고 또 움직이게 하는 것 정도가 이 책의 결론이 되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활용 쓰레기를 바리바라 싸들고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출발합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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