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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2 - 홍길동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6년 10월
평점 :
조선판 ‘셜록 홈즈와 왓슨’이라 할 만한 쿵짝 콤비의 등장을 알린 <식탐정 허균>의 반가움과, 다른 사건으로 언제고 다시 만나고픈 아쉬움이 이렇게 얼른 채워지다니!
셜록 홈즈에게 바이올린이 있다면 허균에게는 식탐(?)이 있고, 의사이자 화자인 왓슨처럼 서출 출신 이재영은 의술과 시신 검시로 사이드킥을 자처합니다.
이번에는 암행어사가 된 허균이 왕의 밀명을 받고 전라도 함열로 향합니다.
저주에 걸린 듯 죽어가는 사람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독,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누군가의 계략까지. 전편의 기묘한 살인 사건이 이번에는 독살을 중심으로 더욱 복잡하게 얽혀듭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역시나 음식과 추리의 절묘한 동거입니다.
추어탕과 육개장, 원추리와 여로, 감저주와 잡채까지. 작가는 조선의 음식들을 단순한 시대적 장식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식재료의 성질과 조리법, 음식을 둘러싼 풍속이 사건의 단서가 되고, 때로는 살인의 도구가 됩니다.
허균에게 먹는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의 식탐이 우스꽝스러운 버릇에 머물지 않고 탐정으로서의 특별한 능력이 되는 까닭입니다.
“자랑은 아니네만 본래 내가 어딜 가든 사건이 따라오는 체질이거든.”
- p.132
이런 능청스러운 허균을 바라보는 재영의 시선도 여전합니다. 사건 앞에서 들뜨는 허균과 그 곁에서 사람의 생사를 먼저 걱정하는 재영.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대화는 긴박한 수사에 적당한 숨 쉴 틈을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익숙한 호흡 사이로 탐정에게 중요한 것이 사건의 해결인지, 그 사건에 휘말린 사람인지 하는 질문이 끼어듭니다.
“대체 저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건만 있고 사람은 없는 것인가.”
- p.281
재영의 이러한 의문은 허균의 천재성을 마냥 즐겁게 바라보던 독자에게도 잠시 제동을 겁니다. 추리의 쾌감 뒤에는 언제나 억울하게 죽거나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재미는 제목의 ‘홍길동’에 있습니다.
서출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재영과, 신분의 벽을 넘어 다른 세상을 꿈꾸는 허균. 두 사람의 모험은 자연스럽게 <홍길동전>의 탄생을 상상하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역사에 기록된 인물과 사건 사이의 빈자리를 상상력으로 채우는 작가의 솜씨가 여기서 빛납니다. 추리소설의 재미를 좇아가다 보면 어느새 조선의 신분질서와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억울함까지 들여다보게 됩니다.
전편에서 느꼈던 경쾌한 문장과 속도감도 여전합니다. 음식을 먹고, 농담을 주고받고, 시신을 살피다가 느닷없이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는 전개의 리듬이 참 좋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허균과 재영은 물론, 작은년까지 다시 만나게 된 반가움이 큽니다. 이제는 이들의 말투와 행동이 제법 익숙해져,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수다를 듣는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쯤 되면 허균이 다음에는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사건을 풀어낼지, 사건보다 그날의 밥상이 먼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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