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기술
케빈 애슈턴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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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 생활 전반에 더없이 익숙해진 IoT, 그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기술혁신가 케빈 애슈턴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 이력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책과의 만남은, 스토리텔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작금의 상황에서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인류사와 함께해 왔으며, 지금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돌아보고 내다 보게 합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과 이야기가 인간에게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것은 제법 다른 일이다 싶습니다. 그동안 이야기를 문학이나 영화, 혹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용도 정도로 생각했다면, 저자는 그보다 훨씬 오래 전으로 시간여행을 제안합니다.

책에서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인간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왔다는 관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그렇다 싶습니다.
누군가의 표정이나 짧은 말 한마디에도 그럴듯한 사연을 만들어 붙입니다. 혹은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존재들이고요.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생존에 유리했고, 그렇게 오늘날 우리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p.17

저자는 이런 성향을 인간의 진화에 이어붙입니다.
모닥불 주위에 모여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위험을 공유합니다. 그렇게 공동의 기억을 나누며 서로 협력했던 사람들이 더 잘 살아남았다는 것인데, 이야기는 오락이기 이전에 생존을 위한 기술이기도 했던 것으로 읽혔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이 바뀔 때마다 우리 인간 사회도 함께 변화되어 갔다는 관점이었습니다.

벽화와 문자, 종이와 인쇄술, 전신과 방송, 인터넷과 스마트폰까지. 저자는 이야기를 담고 전달하는 도구들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따라 갑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뜻밖이기도 했습니다.
이야기에 관한 책을 펼쳤는데 종이의 제조 과정과 인쇄 기술, 통신과 전자공학의 역사를 한참 동안 들여다 보는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이력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부분에 힘이 들어간 것이 이해되기도 했지만, 기술에 관한 설명이 지나치게 자세해서 이야기의 본류에서 멀어진 듯한 느낌도 살짝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것은 기술이 바뀔 때마다 단순히 이야기가 더 멀리 전달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말합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소유한 주체가,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권력의 구조까지 달라지게 만들었다 고찰합니다. 돌아왔지만 이해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독점하던 소수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책은 조금은 불편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믿는 능력이 뛰어난 인간이 반드시 진실을 잘 구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이야기는 사람을 연결하고 협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혐오와 편견을 퍼나르고 때로는 거짓을 진실처럼 믿게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실관계가 정확한 설명보다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훨씬 빠르게 퍼지는 모습을 우리는 이미 매일 경험하고 있음이 그 증거겠지요.

더구나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이야기에 이미지와 영상, 목소리까지 가세해서 입체감까지 부여합니다. 이야기의 생산과 유통에 필요한 노력은 점점 줄어드는데,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하는 일은 오히려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비판적 자세는 단순히 이야기를 잘 읽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의심하되, 익숙한 믿음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실을 확인하려는 태도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를 보호할 유일한 방법은 비판적 문해력뿐이다…(중략)... 또한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사고하며,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그러리란 사실을 말이다.”
  -p.383

책의 마지막 문장과 두툼한 참고문헌들을 눈으로 훑으며, 문득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와 광고, 정치인의 말,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사연을 떠올렸습니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고 있었을까? 근거들을 찾아보고 검증하지 않는 게으름이 우리를 과연 어디로 이끌어갈까?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의 이름을 만든 사람이 이번에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온 가장 오래된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연결하는 능력만큼이나 그 연결을 잠시 끊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이고, 또 이야기를 잘 만드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이야기를 잘 듣고, 잘 의심하는 사람이 조금 더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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