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 - 오래 사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떠날 것인가
양성관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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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이유(?)에서라도 안락사는 동의하지 않지만, 연명치료 거부의 권리는 옹호하는 편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이미 한참 전에 작성한 상태이고.

누군가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도, 그 고통을 누군가에게 짐지우는 것도 저로서는 죄스러운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모습 이대로’ 살아낼 존엄에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 현장의 목소리,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지식을 쉽고 편하게 전달해온 책들을 여럿 써온 작가의 신작은, 이 문제적 주제인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습니다. 작가의 선체험적 소재로부터 시작해서 의료계 전반에 숨어있는 모순과 환자와 보호자의 권리에 대해 제한된 지면이지만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담아냈다 싶습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p.6


‘밤새안녕’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는 바로는 밤에 잠자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가끔 이런 죽음을 상상하곤 합니다. 어쩌면 이상적인 죽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고통을 이겨낼, 두려움을 견뎌낼, 가족들에게 부담을 줄 용기가 없어서 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이기적이게도…


이 책에서 저자는, 제목과 달리 독자에게 연명치료 거부를 제안하거나 웅변하지는 않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법체계와 의료현장의 간극, 그리고 실제 죽음을 앞두거나 맞이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사례들을 들어가며 우리가 반드시 맞이할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한 길라잡이의 마중물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질문들과 답들을 예의 친절한 말투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환자와 가족, 심지어 일부 의사마저도 끝까지 싸우는 것이 용기라고 믿는다. 그러면 기적이 찾아올 거라 생각한다. 심장이 멈춰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p.47


희망과 현실, 현실과 진실, 그 외줄타기에 의도치 않게 초대된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고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옵니다. 정해진 죽음과 정해지지 않은 시간은 언제나 누구라도 만족할 수 없는 불균형이다 싶습니다.

그러기에 미리 그 상황을 쉽지 않지만 상상하며 그때의 결정과 선택의 방향, 태도를 미리 그려보고 정리해두는 삶이, 덮어 놓고 쳐다보지도 않으려는 삶보다 더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알아차린 인생 아닐까 하는 생각에 까지도 이르게 해줍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회적 문제로 뉴스에 등장하는 가족살인은,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간병의 시간에 몰려서 저지르는 슬픈 우리네 인생의 단면입니다.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제 개인의 경험에서도 그 지독한 외로움과 괴로움은, 가족 간병인의 인생과 마음과 육체를 철저하게 갉아먹고야 맙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있어서는 안될 그 일이 어느 측면에서는 이해와 공감에 닿기도 합니다. 


“기억을 잃고, 가족을 잃고, 끝내 자신을 잊은 사람들이었다. 심장은 뛰고 숨은 쉬지만 눈은 닫히고 말을 사라졌으며, 손은 침대 난간에 묶여 있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때로는 삶의 연장이 아니라 죽음의 연기처럼 느껴졌다.”

-p.181


한 지인이 부모님 두 분을 모두 작년 초에 요양원에 모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들을 가끔 찾아뵙게 되면, 그 얼굴과 목소리는 여전한데, 전혀 다른 사람들이 그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아서, 웃고 떠들고 나와서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게 된다는...  


그 이야기가 겹쳐지며 이 책은 저에게도 커다란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정말 그분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것일까? 

이게 최선일까?

이 정답 없는 혹은 알아도 모르고 몰라도 알 것 같은 이 질문들을 계속해서 되뇌이게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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