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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으니, 말해야 해요 - 베트남전쟁 아카이브 시집
한베평화재단 엮음 / 사회평론 / 2026년 9월
평점 :
… 이 시집은 말한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꼭 기억하라!
- 황석영 추천사 中
… 사과하면 덮일 일인가. 함께 슬퍼하면 될 일인가. 그저 미래를 향해 가자고 말할 수 있는가….
- 김영란 추천사 中
…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입술들이 사라진 몸에 기어코 다시 살을 입혔다…
- 손희정 추천사 中
제게 베트남전쟁은 여러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여러 영화와 문학작품 속에서 폭력의 연장선으로, 때로는 슬픔의 기폭제로, 그리고 가끔은 우스꽝스런 코미디의 배경으로.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욕심이 가져온 무수한 죽음을 생산한 살인과 광기의 시간이자 공간이었다는 것일겁니다. 어쩌면 여전히 진행 중인.
그런 베트남전쟁을 시집의 형태로 기록하는 방식이 우선 독특하게 다가온 이 책은, 그럼에도 책의 첫 추천사에 올린 글들이 끼쳐오는 가슴 먹먹한 슬픔은 어쩔 수 없는 그 시간들의 정체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베평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시집으로 출간된 이 책은, 그렇게 재단이사인 김남일 소설가의 여는 글에서 실린 시들의 시인들의 전쟁과 얽힌 이야기를 예고편처럼 들려주고, 또 시로 대화하며 도종환과 탄타오의 주고 받은 여는 시는,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도 좋다는 서로의 친구되기의 시작을 감지케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각자의 위치와 시간에서 바라보았던 그 고통과 분노, 상처의 시공간을
때론 스치고, 때로는 관통하며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울고 또 울어에는 그 말들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이 아카이브로서의 시집은, 독자로 하여금 동참하게 하는 묘한 힘이 작용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읽어내며 계속 또 저만의 노래를 지어 부르고만 있었습니다.
되뇌이며 또 되뇌이는 론도의 시로 지어진 노래를 말입니다.
“서로의 슬픔을 보듬고 서로의 상처를 싸메어주고
그 출구 조차 보이지 않는 길 없는 길을 헤매어
기어코 만나 얼싸 안고 울고 웃는 우리, 우리들”
그래서, 맹호부대 병장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김명인 시인의 1971 발표작 <포복>의 시어들이 자꾸만 제 눈에 어른거려, 젊은 그시절의 제 모습과 겹쳐지고 아리고 쓰라려, 하염없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책을 덮기도 하였습니다.
‘... 오래도록 소총수
늘 어둠과 덤불을 헤치며
가까운 곳에로의 평화
스물 다섯 나의 전 생애로
포복하고 있다.’
- p.46, 김명인 <포복> 中
묘하게 짚어낸 제주4.3과 베트남전쟁 중의 양민학살의 피해자로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며 용서하는 포옹이, 그렇게 포복과 단어의 조합이나 모양에 겹치며 더 아릿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오래 전, 조선과 안남의 사행단인 연경에서 서로 시를 주고받은 창화가 여전히 21세기의 우리에게도 사명처럼 전수된 듯 말입니다.
전쟁의 기억으로, 그릇된 시선으로 꺼려졌었던 베트남. 그곳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간절해졌습니다.
어쩌면 그곳에서 친구를 만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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