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한 허기 - 암과 요리의 계절
캐런 바빈 지음, 이주혜 옮김 / 녹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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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면 먹이고 감기에는 굶긴다는데, 그렇다면 암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희귀암에 걸린 어머니 앞에서 작가인 캐런 바빈이 찾아낸 답은 ‘요리’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채식주의자인 딸은 어머니가 먹을 수만 있다면 사골을 끓이고 고기를 굽고 포트로스트를 만듭니다.
<맹렬한 허기>는 그렇게 부엌에서 시작된 돌봄의 기록입니다.

암을 다룬 책인데 이상하리만큼 냄새와 맛과 온기로 가득합니다.
냄비와 프라이팬, 빵과 버터, 수프가 끓는 소리 사이로 항암치료와 죽음의 두려움이 불쑥 끼어듭니다.
작가에게 요리는 병을 고치는 치료가 아니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맞서는 가장 구체적인 행동인 듯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수는 없어도 한 끼를 먹일 수는 있으니까요.

“우리는 더 이상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묻지 않는다. ‘오늘은 어때요?’라고 묻는다.”

암 앞에서 삶의 단위는 미래에서 ‘오늘’로 줄어들고,
식탁 역시 거창한 희망 대신 오늘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장소가 됩니다.

그래서 제목의 ‘허기’는 음식에 대한 욕망만은 아니다 싶습니다.
알고 싶은,
살리고 싶은,
가족과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맹렬한 생의 욕망이지 싶습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싶은 것, 이해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죽음이 문밖에 서성이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장을 보고, 냄비를 불에 올리고, 함께 먹습니다.
어쩌면 돌봄이란 거대한 무엇이 아니라 상대가 삼킬 수 있는 것을 묻고 다시 부엌으로 향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맹렬한 허기>는 암에 관한 에세이이면서, 결국 먹인다는 행위로 사랑을 번역해내는 사람에 관한 책입니다.
그래서 슬픈데도 따뜻하고,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살아 있는 동안 더 많고 맛있는 것들을 몹시 먹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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