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그늘 단편선 5
백수연 지음 / 그늘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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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SNS에 지금의 나를 남기기 보다는,
십수 년 전 부터, 몇 해 전 까지의 나와 우리의 모습이 담긴 게시물을 열어보고
그걸 다시 게시하며 셀프 감상을 남기는 것이 더 잦아졌습니다.

나와 너가, 우리가 되고 또 우리가 가족이 되는 사이, 그렇게 울고 웃던 이야기들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예전 사진 속의 나와 너는 그랬었구나, 그때는 그때만의 깊은 고민도 상처도 또 다행도 공존했었구나 하면서.

이 책은 백수연 작가라는 존재를 처음 만나는 단편집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들려줄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단편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책에는 가장 익숙한 관계인 사랑, 우정, 가족 속에서 관계의 이면과 그 너머에서 자신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들, 짧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단편소설 세 편이 담겨 있습니다.

표제작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은 오랜 친구이자, 결혼을 앞둔 연인이 함께 마주하는 현실의 어려움이, 함께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사건, 상처와 겹쳐지고 또 분리되며 펼쳐집니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반전.
우리라는 관계는 뭐고, 또 결혼은 우리에게 뭘까, 를 애두르지 않고 독자에게 송구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얼굴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건, 그렇게 숨겨놓았던 자기의 얼굴을 찾아내는 일인 것 같았다."
- p.31

두번째 단편 <백설공주와 마녀 이야기>는, 독사과-백설공주-마녀 라는 동화 속 이야기를 묘하게 현실 속의 우리네 이야기와 겹쳐내는, 읽는 맛이 있는 단편이었습니다.
비교와 열등감이 만들어가는 관계의 균열과,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어떤 흔적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나아갑니다. 이해와 반목, 선함과 악함이 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결혼은 학업이나 취업 같은 것과는 성격이 완 전히 다른 일이었다. 경화의 무기인 끈기와 성실 만으로는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를 손에 쥔다는 보장이 없었다.
-p.61

“운으로 결정하면 정말 공평한가?.... (중략)
아무래도 실력으로 결정되는 게 공평하지.”
- p.74

"운이고 실력이고 간에 이제 더 이상 그런 건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걸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했고 때로는 구질구질하기까지 했다."
- p.77

여전히 관계에 서툰 우리들, 그렇게 쌓여만 가는 열등감이 벌여놓은 관계들을, 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는 권태로움에 익숙해져버린 부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소프트 스릴러 형식으로 빨리감기와 되감기를 반복하며 찾아내 보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과 관계를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 이들에게, 어쩌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일련의 상황들이 헤집어놓는 삶의 싱크홀 같은 순간들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그런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은주는 입속으로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되뇌었다. 마치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쓰듯 그저 막연하기만 했다."
- p.102

그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로 밤새 술에 취해 갈까 싶으면서도, ‘어쩌면’ 또 다시 시작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게 되는. 새로운 에피소드의 ‘첫 페이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서서, 소실점 너머로 사라지는 그녀의 자동차 빠알간 뒷쪽 라이트를 바라만 보고 있게 됩니다.

하얀색 플라스틱 약통 - 레인보우 초콜릿 도넛.
소홍로초 - 백설공주 드레스.
만장굴 - 서재.

이런 맥거핀 인가 했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를 관통하더니, 다시 그들의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소재들을, 담백하지만 속도감을 붙여서 읽는 이로 하여금 옴짝달싹 못하고 페이지를 넘기고야 말게 하는 문장에 버무린, 그 힘이 분명한 글빨(!)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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