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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
루피 소프 지음, 보탬 옮김 / 열림원 / 2026년 5월
평점 :
엘르 페닝, 미셸 파이퍼,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현재 시점, 따끈따끈한(!) 8개의 에피소드로 시즌1을 마무리한 동명의 애플TV 시리즈의 원작 소설입니다.
두번째 에피소드까지 보고 났는데, 국내 원작소설 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모두, 동작그만!
시리즈로 소설이 주는 상상력을 제한 당할 수는 없지, 하며 세번째 에피소드 이후는 완독이후를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루피 소프의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의 원제는 ‘마고에게 돈 문제가 생겨버렸다.’ 정도로 번역될텐데, 이 소설 속 이야기와 인물들 참으로 독특하다 못해 독보적입니다.
얼핏 보면 돈 때문에 궁지에 몰린 한 젊은 싱글맘의 생존기입니만, 완독 후 책장을 덮고 나면 이것은 돈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청년 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삶의 비용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도유망(!)하던 주인공 마고는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 학업 중단, 불안정한 노동시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부투하며, 또 선택합니다.
예전 한 기사에서 이 작품을 “가난을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소설”이라고 하는가 하면, “청년 세대의 현실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로 마고가 겪는 문제들은 미국에서 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기시감 마저 듭니다.
높은 주거비, 불안정한 일자리, 양육 부담은 한국의 청년 세대가 마주한 현실과도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마고의 베이비 샤워는 그녀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주인인 테사가 열어준 것이었다… 아마도 마고가 결혼도 하지 않았고, 19살이며, 술을 마실 수 없기도 하거니와 마고를 임신시킨 사람이 다름 아닌 그녀의 교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p.008
언제나 버릇처럼, 소설을 읽을 때는 그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눈여겨 보곤 합니다. 대개의 경우, 이것도 뭐 선입견 같은 걸테지만, 이런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설의 시작을 삼고는 하는데, 작가는 저 같은 독자의 기대를 뻥 날려버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서야 시작스러운(?) 문장을 내놓습니다.
자신의 교수 덕분에 미혼모가 된 마고의 지난한 여정의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시리즈에서는 원작과 달리, 그저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저는 역시나 소설의 이런 시작이 꽤나 맘에 듭니다.)
그렇게 임신과 출산, 육아를 온 몸으로, 때론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하지만 세상의 못되먹은 시스템과 싸우며, 마고는 그저 앞으로, 아마도 어쩌면, 나아갑니다. 살아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입니다. 부모 세대는 때로 무책임하고 서툴지만, 동시에 마고를 끝내 외면하지도 않습니다. 세대 간 갈등을 선악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고,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가진 상처와 한계를 보여줍니다.
고민의 벽들에 갇혀만 있는 우리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과 제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함께 할 어른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시간을, 문제를, 관계를, 그렇게 그들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도록 지지하는 것. 믿어 주는 것. 곁에 있어 주는 것…
"그리고 나는 이 세상이 여성이 아기를 낳기에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곳'인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어. 보육 시스템 전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수준이야. 말하자면, 그게 삶을 통째로 무너뜨리는거야.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선택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이 그걸 하게 할 수도 없어."
-p.399
이 모든 상황과 문제들을, 핑계대지 않고, 웅변하듯 살아내는 소설 속 마고의 모습에서, 저는 결국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보다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작가의 목소리를 듣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마고의 고군분투는 한 개인의 성장담을 넘어, 불확실성과 불안정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처럼 읽히는 구석이 있고요.
굶주린 유령처럼, 현실이라는 깜깜하고 꽁꽁 언 얼음이 그녀를 둘러싸고 갈라지게 해도 말입니다.
지금 이곳과 사뭇 다른 분위기와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정말이지 웃기고, 씁쓸하면서도, 무엇보다도 지금 이 시대의 아무 곳이라도 케이크 처럼, 칼로 잘라내면 아마도 그 단면이 이러할 듯 포착한 소설이다 싶었습니다.
PS. 올라오는 기사들에 따르면 애플TV에서 시즌2 제작을 결정했다고 하니, 소설의 이야기를 적어도 16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서 들려줄 듯 합니다. 이제 다시 시즌1의 에피소드 1편부터 정주행 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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