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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평점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이란 뜻의 ‘山谷微風 ‘
이 책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산문집으로는 처음 만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위화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장이모 감독의 영화화 했던 <인생>의 원작자로 였습니다. 그렇게 찾아본 소설 <인생>은 그 질곡진 인생을 꾸덕꾸덕하게 문장으로 담아낸 필견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허삼관 매혈기>, <형제>에 담긴 인간사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읽고 나서도 내내 맴도는 이야기로 제게 남아있습니다.
“아들이 태어나고 나서 나는 매일 생생한 감각을 느꼈다.
아들의 몸과 목소리가 늘 존재했고, 눈을 뜨고 있거나 아들에게 가까이 가면 바로 아들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나 자신에 대한 느낌보다 훨씬 뚜렷했다.”
-p.204
예의 작가의 작품들에서 드러냈던 생각이 어떻게 그의 삶의 주변부, 중심부를 두루 거쳐서 흘러나왔는지를 짐작케하는 이야기들로, 이 책을 추려져 있습니다.
특히, 아들이 태어나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아버지가 되어 자식을 돌보고, 또 부모를 섬기는 아들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들과 생각들이 드러나는 부분들에선 묘하게 몽글한 감정이 들곤 했습니다. 아마도, 허구의 세계와 인물, 이야기를 지어내는 소설가의 삶을 저며낸 에세이들은, 그의 소설 작품과 불가분이게 겹쳐지고 함께 읽힐 수 밖에 없기 때문일테지요.
저의 만 30세가 되던 생일날, 첫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더욱 제겐 선물 같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생전 처음 맞닥드렸던 상황들에서, 선물은 숙제가 되었습니다. 모든 걸 기억하고 기록하고 정말 최선과 최고로 하는 것이 뭔지를 참 많이, 그 짧은 순간들 속에서, 고민하며 지나온 기억입니다.
덕분에 둘째 때는 나름 수월(?)하기도 했고 많이 내려놓기도 했고요.
또다른 이야기는, 영화나 음악, 같은 문화에 대한 체험과 생각을 들려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시대적으로는 거의 20년 정도 앞선 세대였고, 체제적으로도 다른 중국과 한국이었지만, 무척이나 유사한 분위기와 생각들을 겪고 느끼며 살았구나 했습니다.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더니 영화를 좋아하게 되어 게임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하루는 가방을 메고 하교한 아들이 비디오 CD 한 장을 내밀더니 나와 천홍에게 말했다.
“이거 좋은 영화니까 한번 보세요.” 우리가 영화 제목을 물어보니 알려주었다.
“<제7의 봉인>이에요.”
-p.92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렇게 형제와 부모, 부부와 자식으로 확장되고 그 안에서 훌륭하게 만들어진 사회적 존재는, 그 울타리를 넘어서의 삶 속에서도 그렇게 살아질 수 있다고, 저는 대체로 믿는 편입니다.
Life goes on.
이 책의 여러 에세이 중, 제게 가장 각별했던 건 ‘바다를 보러 가다’ 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 그리고 형과 부모 세대와의 연결이 훗날의 관계나 사정이나 태도, 생각들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 관계 안에 맴도는 삶이라는 향기를 속살거리듯 들려줍니다.
“지금, 부모님이 또 바다에 가자고 하니, 그때 우리가 아버지에게 바다에 데려가달라고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은 부모님이 우리에게 데려가달라고 한다.
그리고 바다는 여전하다.”
-p.184
그렇게 어떤 그리움과 그 추억들은,
색이 바래기도 다르게 기억되기도 하지만
내내 각자의 마음 한켠에
여전히 남겨지는 듯 합니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