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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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강은, 처음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p.110, <한강을 달리는 여자> 中


20년 넘도록 한강에 이르는 길목인 안양천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사는 이로써, 한강은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뭐 그런 대상이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나라의 수도는 넓은 강을 품고 있는 편인데, 그 중에서 한강처럼 넓고 깊은 강을 가진 도시를 저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들이 연결된 삶들은 또 각양각색의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금 이순간에도 생산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현실인듯 상상인듯 SF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 정해연 작가의 마지막에서야 떡밥을 모조리 회수해버리는 범죄추리물 <한강이 보이는 집>, 마라톤 전도사 임지형 작가의 속절없는 심리스릴러  <한강을 달리는 여자>, 차무진 작가의 오컬트물이자 그리운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 조영주 작가의 복수미스터리 <폭염>, 박산호 작가의 간만에 제대로 POV게임을 하듯 내달린 4D 액션미스터리 <달려라, 강태풍>, 정명섭 작가의 잠수함 SF 심리스릴러 <해모수의 의뢰>까지!


빼곡히 채워진 7인의 작가들이 각자의 에센스를 뽑아낸 일곱 단편들은, 한강과 한강변을 물리적, 심리적 배경으로 때론 세계관을 공유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합종연횡하며 유기적으로 이야기들이 넘나들며, 자연과 사람, 귀신과 인공지능까지 두루 섭렵하는 신박한 앤솔러지 하나가 완성되었습니다.


작가들의 이전의 작품들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나 배경,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는가 하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될 것만 같은 프롤로그 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구석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폴론인가 제우스인가 하는 신 이름을 한 저축은행이 고객의 미래 잔액을 미리 짐작하고 돈을 빌려준다는 꿈이었다. “

-p.159,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 中


“나는 내 동그란 뒤통수에 수북하게 난 검은 털이 빠질 정도로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p.200, <달려라, 강태풍> 中


“어쩌면 귀신이 장그믐 씨인 척한 건 아니었을까요? 아, 이 말은 잊으세요. 경찰답지 않은 말을 했네요. 그럼, 일단 서까지 동행해 주시죠.”

-p.272, <폭염> 中


“저는 299번의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p.299, <헤모수의 의뢰> 中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한 현재 대한민국의 창조적 이야기꾼들이 의기투합(!)해서 내놓은 <앤솔러지 한강>은 그런 의미에서 마치 미래에 구전될 옛날 이야기의 원형처럼 읽힐 구석이 다분하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강의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고 전달되면서, 기존 도시괴담류와 짜깁기되어 새로운 한강의 이야기, 서울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6년이 오기 전에, 안양천을 따라 천천히 걸어 한강 합수부까지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선유도공원의 자작나무들을 잠시 우르르고, 간만에 근처 솥밥맛집에서 ‘한우등심구이 솥밥정식’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며, 앤솔러지 <한강>의 에필로그 삼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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