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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이야기 ㅣ 비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검은 집>, <악의 교전> 같은 영화들의 원작자로 처음 알게된 기시 유스케 작가의 3가지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입니다. 늦겨울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읽은 ‘여름비’이야기는 그 시기적 이질성과 더불어, 성실한 취재를 기초로 작가 특유의 빌드업된 공포가 선사하는 묵직한 호러가 제법 서늘했습니다.
<5월의 어둠>의 하이쿠, <보쿠토 기담>의 곤충, <버섯>의 버섯을 소재로 풀어내되, 온전히 작가 자신의 지식이 되어서야 가능한 이야기를 오감으로 체감해내는 소설들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책으로 묶여서 비슷한 듯, 또 다른 방법으로 알츠하이머를 앓는 예전 중학교 하이쿠부 지도교사 (<5월의 어둠>), 검은 나비를 마주한 1930년대 일본 도쿄지역의 영혼을 잠식당해가는 청년 (<보구토 기담>), 그리고 아내와 아들이 떠난 집을 지키는 휴먼메카닉을 전공한 디자이너가 이야기를 통과해내며 독자들의 시선과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상황과 진행으로 느닷없는 혹은 당혹스런 결과에 우두커니 서있게 만들어버립니다.
찰진 호러적 재미보다는, 진중하게 훅 치고들어오는 무서운 분위기가 제법 작가의 이름값을 챙겼다 싶은, 정작 여름보다는 겨울이나 가을에 읽으면 좋을(?) 책이었습니다.
“요즘 밤마다 꿈에 검은 나비가 나타났지?...(중략)...검은 나비가 자네를 이끄는 곳은 다름 아닌 지옥이네!”
-p.165 <보구토 기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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