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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평점 :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지난 내란계엄과 탄핵 정국의 중심 어딘가에 있었던 그가 2025년 4월 18일에 퇴임하고 출간한 첫 에세이집입니다. 부제는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저자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을 추리고 다듬어서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책입니다. 일상에 대한 생각, 서평들 그리고 사회를 향한 바람까지.
“나는 ‘헌법의 존립을 해하거나 헌정 질서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대한 공소 시효’가 배제되고 있는 동안 (1983~1986년) 대학교를 다녔다. 그때 열심히 사법 시험 공부를 하였다. 헌정 질서가 파괴되건 말건, 헌정 질서가 파괴되는 것에 저항권을 행사하건 말건.”
-p.13, 1.일상은 소중하다 中
그러니까 서울법대 83학번. 학생운동이 온 대한민국을 덮던 시절, 법이 법이지 못했던 시간에 법을 공부했던 저자는 문장에 녹여낸 짧은 소회를 통해, 자조하면서도 조금은 자기모순을 인정합니다. 그렇게 도달한 2025년 4월 4일의 헌재선고는 여러모로 한국 현대사에 깊은 자국을 남기는 사건이 되었고요.
“마지막으로 장 발장이 죽음을 앞두고 코제트와 마리우스에게 한 다음과 같은 말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 없는 것이 무서운 일이지.””
-p.334, 2.일독을 권한다 中
2장의 서평들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업병적 분석이 법과 재판, 죄외 벌이 관점이 두드러지지만, 그럼에도 서평 곳곳에 배어있는 휴머니즘은 저자에 대한 선입견(?)에 걸맞다 싶었습니다. 서평의 분위기나 논리들도 천차만별이지만, 이또한 블로그에서 추려 담은 것의 한계라면 한계. 책의 기획은 이해되지만, 조금은 아쉬운 구성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p.404, 3.사회에 바란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퇴임사’中
길고 지루했던 숙의기간 동안 헌재 바깥의 광장은 분열의 극단에 치달았던 시간들. 그럼에도 그 짙은 고민과 토론의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를 누구나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깨어있는 시민의 기본 덕목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기에 헌재 재판관 퇴임사는 형식에 대한 바람과 법과 질서에 대한 분명한 신념, 그리고 민주시민들에 대한 신뢰가 마음 두근대게 하는 단백함으로 꽉찬 문장들이어서 좋았습니다.
무언가를 마무리할 때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문장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문형배 판사의 배경엔 어쩔 수 없이 김장하 선생님이 어른거립니다. 호의를 아무 조건없이 내어주며 그 받은 호의를 흘려보내주라는 말씀이, 문장들 곳곳에 서려있어 뭉클했습니다. 선한 영향력 이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언제고 안치환 원곡의 <고백>을 단백하지만 단단하게 노래하는 문형배 판사의 모습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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