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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개미>이후 어지간하면 읽게 되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출간되었습니다. 총 2권, 6막으로 구성된 신간 <키메라의 땅>은 시작하자마나, 연상호의 시리즈 <지옥>에서 봤던 ‘고지’의 장면처럼, 독자들에게 명쾌하게 고지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열어젖힙니다.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
-p.9, 1권 中
그러니깐 현재 시점으로 하면, 2030년에 벌어질 예언적 소설이라 자칭하며 시작한 이야기는, 씨앗-뿌리-줄기-가지-꽃-열매에 이르는 여섯개의 막으로 전개됩니다. 땅에 심겨진 씨앗의 일생이 열매에 까지 이르는 과정을 각 막의 이름 삼은 것에 호기심을 느끼기도 잠시, 무언가 묵직하게 고지를 받아든 비장감으로 이야기느 시작합니다.
어쩌면 익숙한,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핵전쟁으로 이 지구별이 디스토피아가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5년 후에 벌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핍진성을 기반으로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이 가미되며, 무엇보다 인류 스스로를 향한 지극히 현실적인 경고로 신작의 이야기를 펼쳐보입니다.
막연한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이야기를 만나는 나와 개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에 기반하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제 혼종 3형제가 완성됐군. 공중의 왕 헤르메스, 지하의 왕 하데스, 바다의 왕 포세이돈.” 시몽이 정리한다.
-p.191, 1권 中
베르베르는 <키메라의 땅>에서 인간 종의 진화와 생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듯 합니다. 진화생물학자인 주인공이 창조한 ‘키메라’는 단순 돌연변이가 아니라, 각각 다른 생존 능력을 가지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냅니다. 에어리얼, 디거, 노틱으로 하늘과 땅속, 바다에 적응한 개체들을 새롭게 창조함으로 과학, 윤리, 종의 다양성에 대한 급진적인 생각을 제시합니다. 인류의 확장일지, 아니면 또다른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분류될 무언가를 마주하는 것일지 말입니다.
베르베르의 이야기에는 매번 인류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신작 <키메라의 땅>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류 스스로가 지구의 유일한 지배자라 여겼던 오만함이 결국 그렇게 핵전쟁의 파멸을 불러일으켰고, 이런 상황은 키메리와 구인류 간에도 반복됩니다.
새로운 종들은 구인류의 역사를 자신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구인류를 멸망시킨 ‘사피엔스’에 대한 복수를 주장합니다.
“그들은 자기 존재 자체가 사피엔스의 공격에 대한 자연의 대응책이라고 받아들여요. 에어리얼은 공기의 복수를, 디거는 땅의 복수를, 노틱은 물의 복수를 한다고요….”
-p.182, 2권 中
진정한 진화는 생물학적 변화 뿐만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오만을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함을 은연 중에 드러내보입니다.
이렇게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사이트를 담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의 흥미롭고 빠른 전개와 역시나 압도적인 상상력으로 읽는 재미를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을 마주하며 여러가지 생각들에 멈춰서있게 만드는 힘이, 어쩌면 베르베르를 여전하도록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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