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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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리는 제 귀여운 손녀 모나에게 의학보다 더 도움이 될 만한 일을 떠올린 것이다. 먼저 루브르궁, 그다음에 오르세 미술관, 마지막으로는 보부르에 갈 것이다. 그래, 그곳들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대범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존하는 곳에서 모나를 위한 영양제를 찾아낼 것이다.”

  -p.31, 프롤로그 中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손녀와 그녀의 치료(?)를 자처하는 할아버지의 3개의 미술관, 52개의 작품들을 매주 만나는 52주, 1년의 이야기입니다.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 이렇게 3개의 챕터로 나눠진 이 책의 저자 토마 슐레세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지긋이 고갤 끄덕이게 하듯, 미술사학사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의 예술가의 이름들이 소제목을 이루며, 차례 부분만 봐서는 프랑스 주요 미술관의 도록집인 듯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할아버지 앙리만의 정성스런 치료는 매주 쉼없이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손녀에게 ‘영양제’로 그림들을 처방하며,  그 그림들을 통해 삶의 불안을 마주하고 회복해내는 법을 들려줍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대범하고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영양제 처방의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이다.”

  -p.587


병원이 아닌 미술관을 향하는 모나는 과연 치유될 수 있을까요? 

예술이 삶을 재구성하고 결국엔 치유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까요?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보이는 것 너머를 보아야 한다는 거예요. 다른 형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p.591


시각을 잃는다는 공포 앞에서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눈을 가지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 과연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보지만 인식하는 못하는 것들, 혹은 인식하려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우리는 어쩌면 매순간 놓치고 살고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미술관에서 미술작품들과 예술가들을 통해 단순한 미술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는 법을 알려주려 했던 앙리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 어느 순간 울컥해져 버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과연 제대로 보고 있는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고 있지는 않는가?


그렇게 시작된 모나와 앙리의 미술관 여행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세대 간의 감정적 성장과 교류의 장이다 싶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그림들을 통해서 세대를 뛰어넘는 삶의 철학을 전달하고, 또 손녀는 그 안에서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며 성장해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영양제가 되는 예술작품들! 


이 책, 토마 슐레세의 장편소설 <모나의 눈>은 단순한 예술 소설이 아닙니다.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열 살 소녀 모나와 손녀를 위해 매주마다 미술관을 찾는 할아버지 앙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금 독자에게 되묻고 있습니다. 매 작품, 매 챕터, 매 문장마다. 

눈앞의 현실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나는 과연 제대로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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