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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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0년에 처음 사용하였고,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제정, 어린이 운동을 이끌었다.

- ‘어린이’의 유래로 검색된 결과 中


어린이가 어린이로 불리운지 이제 겨우 100 년 남짓 지났습니다. 이렇듯 우리말로  만든 그 세대들의 명명이, 엄혹한 일제강점기에 이루어진 것이 대단하고 놀랍지만 또 한편으로 안쓰럽고 답답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시절의 어린이들 그리고 그들의 글을 만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런 책은, 그저 심정적이고 추상적이기만 한 역사의 새로운 단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글에 담긴 그 어린이들의 마음과 생각, 그들이 살아낸 시간과 공간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해줍니다.


  “조선에 사는 일본인 어린이들의 글에 나오는 동물들은 외로움을 달래고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일 뿐이었다. 반면에 조선인 아이들에게 동물이란 가계의 생계를 꾸려 가는 수단 가운데 하나로, 그런 동물과 노는 일은 자연스레 그 동물이 맡은 생산적 행위와 연관돼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가장 슬픈 순간은 가축이 죽었을 때가 아니라 팔 때다. 병이나 죽음이 아니라 생계로 인한 이별이기 때문이다.”

  -p.93


그럼에도 순수함의 그 시절에 적어낸 글들 곳곳에 배어있는, 식민지 교육의 치밀함이나 세뇌의 흔적이 읽힌다거나, 삶과 감정이 단순하지 못했던 복잡성이 드러나고, 나아가 100 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삶은 또 어떠하고 어떠해야 하는지 하는 고민에 까지 이르게 하는 흐름으로, 책은 오롯이 거리를 두며 마음의, 생각의 소리를 캐내어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언듯언듯, 제 어린 시절에 겪었던 교육의 일상을 떠올리며 제국의 어린이들과 똑같지 않겠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며 태극기를 향했던 순간들이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고 그렇지 못하면 혼나고 폭력을 경험하기도 했던, 말도 안되는 시절들이 떠올라서 섬뜩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덮으며 머리 속을 스치는 문장 하나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였습니다.

실로 그러하며 내내 가슴에 새겨야 할 문장이자 정신이다 싶습니다. 그렇게 100 여년 전 어린이들에게서 배움 하나 얻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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