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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평점 :
한국판 ‘셜록홈즈와 왓슨’이라 할만한 쿵짝콤비의 등장입니다. 계간 <미스테리아>에서 현찬양 작가의 단편으로 이 쿵짝콤비를 만난 기억이 아직도 선한 데, 이렇듯 장편으로 재회하니 반가움이 더합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재영이 자네뿐이야. 청하건대 부디 죽은 이들을 살피는 의생이 되어주지 않겠나. 죽은 자들은 두 번 죽지 않으니 자네의 손길을 받을 자격이 충분할 걸세.”
-p.7, 허균이 이재영에게 보낸 편지 中
셜록홈즈에게 바이올린이 있다면 허균에게는 식탐(?)이 있고, 의사이자 화자인 왓슨 처럼 서출 출신 이재영은 의술로 시신 검시로 사이드킥을 자처하며, 쿵짝콤비는 완성됩니다. 물론 이 이야기만의 독보적인 인물인 작은년을 빼놓으면 섭하겠지요. 그런 그들을 다시금 불러모으는 허균의 전라도 나주목 부임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현찬양 작가는 몇몇 단편에서 느꼈던 밀땅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는데, 장편에서는 어찌 펼쳐낼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유효합니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문장과 문단의 호흡과 읽어내는 맛이 속도감을 더하며 한번에 작가가 펼치는 인물과 세계 속을 빨려들어가는 경험은, 이런 역사추리소설이 주는 맛 중도 으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정확히 부합하는 재미를 시종일관 누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식탐정’답게 이야기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익숙한 때로는 낯선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를 부추기는 호객꾼(!)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이 소설만의 특이점으로 이끕니다. 그만큼 다양하게 자료들을 취재한 작가의 열심이 읽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직접 만든 삼나무 그릇입니다. 왜인의 방언에 삼나무를 ‘승기’라 하고 ‘야기’는 굽는다고 하지요. 옛날에 왜인들이 삼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던 중에 배가 고파졌는데 각기 먹을 만한 것들을 모두 한 그릇에 넣고 삼나무에 불을 때어 익혀 먹었는데 그 맛이 매우 좋아 ‘승기야기’라 했다 합니다.”
-p.269
사건들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면서, 17세기 초의 조선의 사회상과 신분제, 그리고 부조리도 드러내며 사건의 해결이 남기는 숙제들 까지 독자를 이끌어가며, 다시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을 반추해보게 까지 합니다. 지금은 다들 안녕하신가?
PS1. MBC 드라마 제작 확정. 가상캐스팅을 살짝 해보자면..
허균- 이병헌, 이재영-이도현, 작은년-김태리
PS2. 지난 반년 간의 래빗홀클럽으로 참여하며 만났던 이야기들은 작가가 창조한 세계라는 허구의 진실을 맘껏 즐긴 시간이었다 싶습니다. 마지막 <식탐정 허균>까지 꽉 채워낸 맛있는 재미까지! 책읽기의 또다른 재미를 한껏 느낀 작품 큐레이션에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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