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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 쥐기 ㅣ 내러티브온 5
김영은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 내가 아픈 만큼 똑같이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누구에게?”
-p.34, <눈송이 쥐기> 中
“하지만, 늘 그렇듯 그들은 이방인에게 울타리 밖 이야기를 기대했다.”
-p.41, <만한에서> 中
“보내주라고?
아빠는 두 번째 엄마가 떠난 지 3년이 되도록 엄마의 물건을 정리하지 못했다. 떠나보낸 사람을 오래 마음에
품고 살았으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면서.”
-p.213, <잇기> 中
요며칠 동안, 올 들어 가장 기온이 낮은, 호되게 차가운 겨울의 매운 맛을 진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묵은 해를 지워냈고 갓지은 새해를 맞아들였습니다. 해가 바뀌었다고 세상이 바뀌거나 사람들이 바뀌거나 관계가 바뀌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는 새로운 달력을 걸고 반성과 후회를 통과하고 계획과 기대를 해봤습니다.
안온북스의 내러티브온 시리즈로는 처음 만난 <눈송이 쥐기>는 갓 탄생한, 듯 보이지만 오래 우려냈을 듯한, 소설가들의 새로운 소설들을 모아서, 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책 쯤으로 보입니다.
다섯 소설가들의 다섯 이야기들은, 전혀 다른 소재와 사건들, 인물들이 전혀 무관한 개별적 소설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읽고 나면 그 다섯 이야기 속은 인물들은 언젠가 만난 적이 있거나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들의 주인들인양 익숙한 공감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해결받지 못한 채 감정 강요에 숨막히는 혼돈의 거리를 걷는 방과후 교사, 꿈을 품고 살아낸 타국에서 살아내는 삶의 녹녹치 않음에 시원섭섭한 이별을 고하는 이방인들, 언어와 생각들의 혼재와 자격지심과 차별과 오해에 녹진해진 맘과 몸의 동시통역사, 꽉막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알수없는 죄책감만 늘어가는 아이들, 잃어버리고서야 알아가는 빈 구멍의 실체와 친구들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
그렇게 시간은, 우리네 인생은, 홀로 때로 함께 나눠가진 분량만큼의 슬픔과 분노와 무표정과 표현할 수 없는 순간들과 놓쳐버린 기회들과 끊임없이 또다시 다가오는 두려움의 사무침에 또 하염없이 침잠해내야만하는 우리의 아이들과 동생들과 친구들을 떠올리고야 말게 됩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서도 한참동안 그렇게 <눈송이 쥐기>가 품고 있는 이 다섯 이야기 속에 마음은 계속 머무르고만 있게 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비어버린 마음을 들어보고 싶어만 집니다.
“왜 그 흔한 멕시코 음식조차 먹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달랐을까. 선윤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만한이 선윤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p.66, <만한에서> 中
“내 얘기는 아니고 친구 얘긴데요. 그렇게 시작하면 세상에 못 할 이야기가 없다.”
-p.105, <입에서 입으로> 中
“영하였고, 밤이었으므로, 그들은 너무 추었다.
-나는 벌을 받기 싫어.
-나도 그래.”
-p.198, <몬 몬 캔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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