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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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는 출퇴근 때문에. 아침에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 신도림 거쳐서 가 본 적 있어? 인간성이고 존엄이고 뭐고 간에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다 장식품 같은 거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돼.”

- p.16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 민음사 (2015)


최근 개봉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보고나서 바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었습니다. 영화 속의 계나의 표정과 대사들 사이에 숨어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페이지마다 스며있어서, 역시나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읽은 <소설, 한국을 말하다>의 첫 이야기가 또다시 장강명 작가의 것이었습니다. 책에서 책으로 건너왔지만 발간 기준으로는 10년, 이야기 속 배경은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


“그 지시가 잘못이에요. 제대로 해결된 게 없는데 왜 피해야 돼요?”

- p.17 <소설 2034> 장강명


“아니야, 그걸 그렇게 부르면 안돼. 그건 땜질이라고 하는 거야. 그 땜질 때문에 사교육, 번아웃, 어킹푸어, 고물가, 명품 문제가 10년째 제자리인거야.”

- p.22 <소설 2034> 장강명


2010년대 대한민국의 키워드는 ‘헬조선’과 아이들 (아프니까청춘, N포세대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 극장에는 <베테랑>, <성실한 날의 앨리스>, <내부자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등이 걸렸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 좀 나아졌습니까? 행복해졌습니까? 뭐 다른 이야기꺼리가 있습니까? 글쎄올시다. 최소한 장강명 작가가 바라본 2015-2024-2034년의 시간들에서 우리네 인생의 팍팍함과 비정함과 불행함은 삐까삐까 해보입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 지금 한국은, 거지방, 고물가, 가족간병, 오픈런, 번아웃, 중독, 새벽배송, 외국인노동자, 반려견, 다이어트 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 한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을 주변 대소사(?)의 여전함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사이사이 출몰하는 사람 사이의 온기와 기대가 그나마 어떻게든 살아온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격려가 되어주기는 합니다.


““사람을 그냥 때렸다는 게 말이 돼? 때린 놈들은 풀어주고 맞은 사람을 가두는 게 말이 되냐고. 무슨 이런 법이 있어.” 이 씨는 경찰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빈은 자신의 처지보다 이 씨의 오토바이가 부서지지 않았는지 더 걱정이 됐다. 쩐호우빈의 한국에서의 두 번째 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p.179 <빈의 두 번째 설날> 백가흠


연일 반복되는 사건사고와 출렁이는 경기지표, 자기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정치꾼들, 내 밥그릇 건들지마 하면서 어르렁거리며 삭발하네 단식하네 하는 거짓약자, 이익집단들. 

하지만 우리 사이의 연대와 자연스레 배려하고 걱정해주고 지지해주는 그런 희망 덕에 여전히 여기 이곳 한국의 우리는 살아보고 있습니다. 그런 희망만으로 살 수 없으나, 때론 그런 희망만으로 살 수 있는 게 삶이기도 하다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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