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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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 나갈 때, 철학은 쓸모가 있을까? 우리가 원하지만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을 마주할 때, 철학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 철학의 쓸모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진단과 소견을 제공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는 우리가 실제로는 병에 걸린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 p.012


로랑스 드빌레르의 신작 <철학의 쓸모>의 원제 <Guérir la vie par la philosophie>는 ‘철학으로 삶 치유하기’입니다. 그 쓸모의 대상을 삶과 그 안에서 마주하는 여러 고통들이라고 보고, 그런 질병들에 대한 진단과 소견, 그리고 질병으로 인식하게 하는 용도로의 철학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 고통들을 ‘육체의 고통’, ‘영혼의 고통’, ‘사회적 고통’ 나누어 들여다보고 각각의 고통들에 속하는 하위 진단별로 철학자들의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철학의 쓸모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외의 ‘흥미로운 고통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면면에서 고통으로 발전할 대상들의 예시와 예방법 등을 들려줍니다.

루크레티우스의 처방전 ‘자유롭게 사랑하기’에서 사랑으로 인한 영혼의 고통에 대해 이렇게 갈음합니다.


“에피쿠로스 철학의 치료법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랑에 빠지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사랄할 때,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찾았다거나 평생 단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롭게 사랑하는 베누스의 당부다.” (p.165)


또 이런 처방전은 어떤가요? 밤낮없이 직장과 가정의 일들로 번아웃이 오고,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니체는 ‘불성실한 일꾼 되기’라는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노동에 늘 너무나 많은 힘을 쏟는다. 그러나 노동에 있어 중요한 것은 노동에서 인간을 소외시키는 온갖 성실함을 거부하고 불성실한 일꾼이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249)


일을 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도록 학대하는 노동이 아니라, 스스로를 놓치지 않고 노동이라는 수단으로의 대상을 목적으로 착각하지 않음으로 노동보다 자신을 돌보고 성장하는 것을, 그렇게 불성실한 일꾼이 되라고 설파하는 니체, 늘 잊지 말고 다짐해야할 인생의 방파제 같은 처방전이다 싶었습니다.


이렇듯 <철학의 쓸모>는, 형이상학적이고 지상에 발 딛고 서있는 우리네 삶과 동떨어진 그 무언가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매일의 일상에 살갑게 동행하며 시도 때도 없이 마주하는 여러 어려움들에 다양한 기능을 장착한 맥가이버 칼 같은 도구로써의 철학을, 그 철학의 쓸모를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하나하나 제시합니다. 그렇게 친절한 철학 사용설명서 덕분에 이 책의 페이지들마다 가득하게 밑줄들이 난무하게 되는 폐해가 속출하니, 책을 깨끗하게 보는 스타일의 저 같은 독자라면 큰마음 먹고 읽기 시작할 것을 미리 경고합니다.


이렇게 살가운 접근방식으로 적어내린 덕에 이 책은 철학 입문서로 읽히기에도 손색없다 싶습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철학자들의 처방전을 받아들고 그저 고개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끝낸다면 그 쓸모는 무쓸모로 다시 회귀할 뿐 일겁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고통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철학을 삶의 곁에 항상 둬야 하겠고, 그런 개인 주치의 같은 책으로 이 책 <철학의 쓸모>를 감히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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