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법 - 생존을 위한 두 가지 요건에 관한 이야기
장혜영 지음 / 궁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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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대통령의 출현이후, 대한민국은 검사와 그들의 권력에 대해 이야기로 여전히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여기 177개월 간의 검사생활을 통해 남의 일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자신의 일이 되었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일곱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거리를 두고 대했을 듯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쓰이고 생각이 미치는 그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결국 사랑에 대해, 법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는 말합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멀게만 느꼈던 법이 이렇게나 가까이 그리고 명확하게 숨 쉬고 있는 존재인가를 거듭되는 이야기들을 마주하다 보면 수긍하고 공감하게만 됩니다.

 

나와 우리를 향한, 관계 속의 사랑 없음에 연결된 변사사건 이야기, 관계 사이에 존재하되 그 능력의 오용이 불러온 책임의 문제, 잘못된 판단에 이른 사랑이 저지르고야 마는 사기사건 이야기, 사랑에 대한 오해 혹은 그 방법의 오류가 도달한 대 사건, 사랑에 우열을 가르고 순위를 정하느라 꼬여버린 합의의 문제, 효율 우선주의가 적용된 사랑 이야기가 낳은 중독의 이야기 그리고 언제까지 어떻게 까지 사랑해야하는지에 대한 시효의 문제를 따라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때로는 안쓰럽게 가슴을 쓰러내리다가도 불끈 주먹을 쥐고 책상을 내려치고 싶어지기도 하는가 하면 또 하염없이 하늘만 한동안 쳐다보게 되는 이야기, 우리네 이야기들 속의 나와 우리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어느새 달도 남쪽으로 가

나는 멈추지 못하고

닿지 못한다.”

- p.182, 장혜영 <강변북로>

 

매번의 이야기 앞에 작가는 의도적으로 시 혹은 시인의 문장을 놓아둡니다. 그리고 자작시로 그 번잡하던 생각을 시어에 띄워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곱 개의 이야기는 딱딱한 법의 이야기에 사랑을 버무린 시가 되는 순간들을 책을 읽어내는 중간중간 마주합니다. 어쩌면 오랜 시간 하나의 범위 속에서 마음을 쏟고 생각을 내딛다보면 시인이나 화가가 되는 순간이 오는가 봅니다. 유형의 작품을 빚어내서가 아니라 그런 경지나 태도에 이르러서 그렇다 싶습니다. 그래서 말미에 작가는 부연해서 말합니다.

법은 사랑이 지속가능하도록 뒷받침한다.”라고.

그렇게 지금도 혼란스런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그 속도와 방향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검사들과 다른 직업인들의 발걸음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사랑으로 열매 맺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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