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에게 에세이&
최지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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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죠. 지금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흰밥처럼 새하얗고 깨끗한 마음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랑 같지만, 너무나 크고 깊은 사랑을 받았기에 어떻게든 이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는 말이에요. 자랑 같지만, 사랑을 하고 있다는 말이고요.”

  <p.20>

 

손녀에게 맛있는 오이지를 만드느라 물방울처럼 화상을 입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오이지와 그 사랑과 그 마음과 그 자랑을 쏟아내는 작가는, 그렇게 사랑을 계절을 이야기하고 또 그 빚진 사랑의 마음을 나눠주고픈 그 자신만의 방향과 속도로 독자들을 향하고만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을 글로, 시로, 이야기로 지어내는 일을 하는 작가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얻은 마음이, 그 생각이 그저 그 안에 갇혀있지만 못해서 나눠주고 쏟아내는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최지은 시인의 에세이는 짧은 이야기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한 글들이 길가의 가로수처럼 페이지 페이지마다, 문장과 문단으로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며 또 소란스레 대화를 건네기도 하며 채워져 가고만 있습니다.

 

  “때때로 어떤 편지를 읽고 있으면 느리게 눈송이가 내려앉는 것 같다. 홀가분하고 가볍게, 넓고 환하게.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멀리서부터 내게 온 눈송이를 상상해본다. 단번에, 사랑을 떠올리는 것이다.”

  <p.94>

 

그렇게 또 사랑이고 그 눈송이로 내리는 사랑입니다. 움푹 페인 도로에 내린 눈이 녹아 물웅덩이가 되듯, 그렇게 또 무언가에게 목마름의 열쇠가 되기도 하듯 사랑이고 홀가분하고 넓고 또 환하게 사랑입니다. 어차피.

 

  “시를 읽는 건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알아가는 일 같다.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이대로 낙담할 것도 달관할 것도 포기할 것도 없다는 것을 배우며 기쁨을 진중하게 슬픔을 담대하게 바라보는 훈련 같다. 단련할수록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면서.”

  <p.162>

 

내가 가득차고 부요하고 많이 알아서 타인을 향해 손을 뻗고 마음을 열고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무지를 알아가는 그렇게 시가 되고 시를 읽는 것이 사랑이고, 이것이 기쁨도 슬픔도 배워내는 방법, 단련해서 나아지는 희망이라고 귀띔해주는 마음이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인의 에세이는 시를 닮고 시를 담지 않을 도리가 없나 봅니다.

그래서 이른 더위로 인사를 건네는 올 여름도 좀 더 근육에는 힘을 빼고 마음에 힘을 주며 나누고 들어주고 다가가고만 싶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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