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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 문명의 한복판에서 만난 코스모폴리탄 ㅣ 클래식 클라우드 32
김사과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평점 :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출간된 소설가 김사과의 시선으로 헨리 제임스 생애의 질곡을 따라 뉴욕, 파리, 런던, 라이를 여행하며 적어내린 기행문이자 그의 생애와 작품을 돌아보는 평전이며 작가론입니다. 또는 그 모든 정보들을 바탕으로 축조해낸 김사과 작가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새로운 소설인 듯도 합니다.
“제임스는 완벽하게 망명객의 삶을 살다 갔으며, 이후 그와 비슷한 삶을 살며 글을 쓴 미국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인이었으나 완벽하게 유럽적으로 교육받았고, 미국 소설가였지만 영국 문학의 전통에 속해 있으며, 파리를 꿈꾸었지만 런던에 정착했고, 하지만 가장 사랑한 땅은 이탈리아였다. (중략)
제임스의 문학 세계가 보여 준 탁월한 지점은 그가 자신이 속했던 희귀한 리얼리티를 타협 없이 끝까지 밀어붙여 독자적인 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p.013-014, 프롤로그 중>
생각해보면 헨리 제임스는 그 이름의 유명세보다 그 문학세계는 대중적 독자들에게는 제한적이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의 삶은 호사가들의 가십거리들만 겨우 알려졌다 싶습니다. 그러기에 김사과 작가와 떠나는 헨리 제임스의 시간과 공간을 돌아보는 여행은 흔치 않은 기회이며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싶습니다.
그렇게 그 여행길에서 만나는 작가의 삶과 그 삶과 무관하지 않은 그의 작품 속 이야기, 인물들의 말과 행동들, 사건들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을 끌어당겨 여행자의 마음과 생각에 얹어보려는 김사과 작가의 노력은 꽤나 인상적입니다. 뉴욕에서 만나는 <여인의 초상> 속 감춰진 욕망들이 그러하고, 파리에서의 경쾌한 <대사들>이 그러하며, 런던에서 떠올리는 <비둘기의 날개>의 질식할 듯한 관계들이 또한 그러하며, 작은 마을 라이에서 만나는 <나사의 회전> 속에 스며든 헨리 제임스의 여러 마음들을 헤아려보는 것이 그러합니다.
이렇듯 하나의 인물과 그 생애, 그리고 그가 통과한 시간들과 머물렀던 공간들이 다층적으로 쌓여지며 창조되는 이야기와 사람들, 고르고 골라서 사용되는 단어와 문장들은 그렇게 작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확인하며 여행을 따른 보람에 이르게 됩니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금 헨리 제임스를 떠올렸다. 평생을 방랑객으로 살다 간 한 소설가에 대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영 엉뚱한 곳에 놓여 있는 듯한 그의 무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한다. 삶의 어떤 지난함과, 우연들, 결국 이렇게 저렇게 되어 버린 많은 일들에 대하여...”
<p.209. 에필로그 중>
헨리 제임스는 긴 여행 같은 여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보스턴의 캐임브리지 묘지 내의 가족묘에 묻혔고 그의 방랑도 멈췄습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한 생명력으로 지구 반대편인 이곳에도 이르러 그의 인생과 방랑과 마음이 담긴 종이 위에 인쇄된 활자, 단어, 문장들로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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