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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소스빨 - 배달 음식이 필요 없는 황금 소스 레시피 51
소연남 지음 / 페이퍼버드 / 2024년 4월
평점 :
돌이켜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의 삶을 시작하며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만남들 그리고 독립생활에 대한 기대도 없지 않았으나, 그보다 매일매일의 고달픔과 외로움이 더 컸던 기억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먹는 것의 해결이었지요. 물론 도처에 맛나고 새로운 음식들이 식당의 메뉴판들에 넘쳐났지만 기숙사, 하숙집, 자취방을 전전하던 갓 스무살의 촌놈의 입에는 모두 겉도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그즈음에 향수병이란 것을 처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엄마가 해주는 집밥에 대한 애닲음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향수병. 그래서 가끔 고향 다녀오는 길에 싸주시는 김치나 짠지들, 마른반찬들로 상경한 2-3주를 버티는 오아시스 같은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파워풀한 반찬은 소고기고추장볶음. 이것만 있으면 맨밥에 올려먹으면 덮밥, 면류에 비벼먹으면 비빔면, 야채를 찍어먹으면 그로써 완벽한 사이드메뉴가 되어 주었습니다.
저자 소연남 (소스 연구.개발하는 남자)의 새책 <요리는 소스빨>은 이미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소스 레시피를 선보여왔던 그의 소스의 엑기스라 할 만 합니다. ‘배달 음식이 필요없는 황금 소스 레시피 51’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일상에 더없이 든든한 지원군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달픈 타향살이 촌놈의 일상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것이 소고기고추장볶음이라는 파워풀한 소스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포털사이트에 원하는 키워드를 집어넣으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레시피들이 즐비할 테지만, 검증되고 자기 입맛에 맞는 무언가를 찾아서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여정은 그닥 순탄치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달픈 우리들은 배달의 민족으로 대동단결하여 1회용 배달용기만을 생산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스 몇 개만 잘 쟁여놓기만 해도 간단하고도 스피디하게 아는 맛을 무한생산해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싶습니다. 이를 위한 레시피북을 주방 한켠에 마련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습니다.
“요즘 음식 트랜드는 소스에서 시작해서 소스로 끝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리를 돋보이는 역할에서 끝나던 소스가 메인 요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p.4_서문 중>
요새 종종 듣게 되는 말 중에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미 검증되고 경험한 맛들은 그 맛집들과 그 메뉴들에 사용된 소스들에 빚진 바 클테니 그 아는 맛을 내가 만들어내는 재미와 성취감도 나름의 부록 같은 선물이 될 수 있겠습니다.
눈에 띄는 소스들 중, ‘대파 크림치즈 소스’, ‘밀면 소스’는 조만간 실전 적용해볼만한 최애 소스들로 낙점해둔 상태입니다. 갈수록 높아만 가는 앵겔지수와 맛집 웨이팅 소진 에너지/시간에 대한 괜찮은 대책이 되어줄 듯합니다. 어쩌면 이를 통해 ‘인생은 팁빨’이라는 나름의 테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요.
간만에 반갑고도 맛있는 책과의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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